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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 노동유연성에 대한 국제비교 연구 : 기업사례 비교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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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윤윤규정승국노용진이상민
Issued Date
2008
Publisher
한국노동연구원
ISBN
8973566881
Keyword
산업별 노동유연성고용유연화근로시간 유연성임금유연성고용유연성
Abstract
경제의 정보화 및 글로벌화로 집약되는 환경변화 속에서 국가간 · 기업간 경쟁 심화와 국제분업구조 재편이 가속화되고 기술변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산업구조 변화 및 산업의 지식집약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산업간 및 산업내 구조 변화의 진전에 따라 노동시장구조의 변화, 기업의 노동유연성 추구전략의 변화, 고용안정성 약화와 노동유연화 추세의 강화 등 질적 변화가 산업별로 차별화된 모습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본 연구의 주된 관심 가운데 하나인 노동유연성 측면에서 발생하는 변화 양상에 대한 미시적 수준의 규명은, 오늘날 노동시장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노동유연화 흐름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 및 정책적 처방의 제시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몇 가지 연구 질문들, 즉 기업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유연화 전략은 어떠하며 산업특성과는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가, 산업별로는 어떠한 차이를 나타내는가, 국가별로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에 대해 대답을 시도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통신서비스산업, 자동차산업, 석유화학산업을 중심으로 산업별 국제비교연구를 중심으로 이들 질문에 대한 대답을 구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구성 및 주요 연구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장에서는 산업별로 다양한 유연성(또는 안정성) 관련 지표들을 통해 산업별 노동유연성의 현황을 살펴보았으며, 비교 가능한 사업체패널자료(한국, 영국)를 활용, 노동시장 유연성의 현황을 비교하였다. 제3장, 제4장, 제5장은 각각 통신서비스산업, 자동차산업, 석유화학산업을 대상으로 한국과 선진국 기업사례를 비교 분석하였다. 여기서는 각각의 산업에 대하여 산업 · 기술 및 작업조직의 특성, 노동유연성(수량적 유연성, 기능적 유연성, 임금유연성)의 특성, 고용관계의 특성 등을 분석하였다. 끝으로 제6장에서는 요약 · 결론과 함께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 유연성의 개념 및 범주

기업의 노동유연화는 다음 두 가지 기준에 따라 몇 가지 하위 범주로 구분된다. 첫 번째 기준은 노동유연성을 획득하는 노동시장의 종류에 따라서 내부적 유연화(internal flexibilization)와 외부적 유연화(external flexibilization)로 구분하는 것이다. 내부적 유연화란 내부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여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노동력 수요 변화의 충격을 흡수하는 기제를 기업에 내부화하는 것이다. 반면에 외부적 유연화란 외부노동시장을 이용하여 고용유연성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고용조정의 기제를 기업 외부에서 찾는 것이다.
두 번째 기준은 노동유연성을 획득하는 수단에 따라 수량적 유연화(numerical flexibilization), 기능적 유연화(functional flexibilization), 임금유연화(wage flexibilization)로 구분하는 것이다. 수량적 유연화는 수요 변동에 따라 신축적으로 노동력 수준을 조절하려는 노력이다. 기능적 유연화는 교육훈련이나 배치전환 등을 통하여 개별 근로자의 직무수행범위를 확대 · 전환하는 방식을 말한다. 임금유연화란 기업 성과나 노동자들의 개인적 성과 등에 따라 변동적 · 차별적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노동유연화는 이와 같은 두 가지 기준에 따라 일반적으로 여섯 가지 범주로 구분될 수 있다. 내부적 수량적 유연화의 수단은 유연적 근로시간제나 직무공유제(job sharing)를 들 수 있다. 내부적 기능적 유연화는 소집단활동, 직무순환, 직무확대교육, 다기능교육 등을 통하여 직무수행능력을 심화 · 확대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내부적 임금유연화는 개인이나 기업의 성과에 연동하여 성과급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한편 외부적 수량적 유연화는 정리해고, 기간제 근로, 파견근로, 사내하청 등 외부노동시장을 활용하여 노동력 수요의 변화에 수량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외부적 기능적 유연화는 특정한 기술 · 숙련을 외부에서 획득하기 위하여 파견근로, 기간제 근로,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 근로자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또한 외부적 임금유연화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기간제, 파견,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을 이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외부적 유연화 전략과 내부적 유연화 전략은 각각 장단점을 갖는다. 먼저 외부적 유연화 전략은 무엇보다 노동력 수요 감소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으나, 기업특수적 인적자본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외부적 유연화는 정리해고 등에 따라 노사관계의 첨예한 갈등을 조장하고 신뢰(trust)를 저해하므로 신속한 대응을 중시하여 외부적 유연화 전략을 선택하면 신뢰 구축의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
한편 내부적 유연화전략은 노동력 수요 변동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 수요의 변동에 따라 개별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조정하거나 직무수행능력을 다양화하고 임금수준을 변화시키는 것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해고를 회피함으로써 해당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특수적 인적자본을 보존할 수 있고 고용조정과 관련된 노사간의 갈등을 회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 교육훈련 강화, 성과급제 도입 등은 상이한 측면에서 내부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 한국과 영국의 노동유연성 비교

제2장에서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패널자료(WPS)와 영국의 WERS를 사용하여 다양한 유연성 지표의 현황을 비교하였으며, 나아가 다양한 범주의 노동유연성에 대한 결정요인, 노동유연화가 기업 성과에 미치는 효과 등에 대해 실증분석을 수행하였다. 한국과 영국 기업간의 주요 비교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주요 노동유연화 지표에 대한 비교결과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한국 기업의 노동유연화는 영국 기업보다 전반적으로 약간 낮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내부적 수량적 유연화 중에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직무공유제, 내부적 기능적 유연화 중에서는 업무순환, 외부적 수량적 유연화 중에서는 고용조정을 위한 파견근로, 외부적 기능적 유연화인 숙련획득을 위한 기간제와 파견근로제 등과 관련하여 영국 기업의 도입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내부적 임금유연화 가운데는 한국 기업의 집단성과배분제의 도입 비율이 영국 기업의 이윤배분제 도입 비율에 비하여 훨씬 높은 수준을 보였다.
둘째, 영국 기업의 내부적 수량적 유연화에서 중요한 특징은 직무공유제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직무공유제에 관한 조사가 없지만 이를 도입한 경우는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하겠다. 영국 기업의 내부적 수량적 유연화인 선택적 근로시간제, 연간근로시간제, 직무공유제에 노조 조직률은 긍정적인 영향 변수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영국 기업의 경우 내부적 수량적 유연화는 근로자의 근로시간 선택권 강화 혹은 고용안정 수단으로 활용되어 근로자들의 효용을 증대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셋째, 한국 기업의 경우 노조 존재 변수는 소집단활동과 다기능교육 실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영국 기업의 경우 노조 조직률 증가는 직무확대교육과 다기능교육 실시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노조의 영향과 관련하여 한국 기업의 경우에는 노조의 존재로 측정하였고 영국 기업의 경우에는 노조 조직률로 측정하여 동일한 변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결과로 볼 때에 양국의 노동조합은 공통적으로 내부적 기능적 유연성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넷째, 노동조합이 내부적 임금유연화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양국 간에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 기업의 노조 존재는 차등급제 도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반면에, 영국 기업에서 노조 조직률은 개인고과급 도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로 볼 때 한국의 노동조합은 구성원간의 경쟁 심화를 우려하여 내부적 임금유연화 강화를 대체로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다면, 영국의 노동조합은 보상의 공정성 향상 차원에서 내부적 임금유연화를 지지하는 측면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다섯째, 특이할 만한 결과 중 하나는 양국의 노동조합이 외부적 수량적 유연화의 대표적 수단인 정리해고 실시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경우 고용조정을 위한 기간제 · 파견제 활용과 관련하여 노조 변수가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노동조합은 고용조정을 위한 비정규직 활용을 지지 혹은 요구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외부적 임금유연성과 관련하여 양국의 노동조합은 모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임금수준을 인상하기 위하여 비정규직 활용을 통한 인건비 절감에 동의하거나 혹은 이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섯째, 노동유연화가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결과는 한국과 영국 공히 외부적 수량적 유연화의 대표적 수단인 정리해고가 부정적 영향을 가진다는 점이다. 정리해고제는 한국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노동생산성, 영국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정리해고제가 갖는 부정적 측면이 긍정적 측면을 압도한 결과로 보인다. 즉, 정리해고를 통하여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효과보다는 기업특수적 인적자본 손실과 구성원의 몰입 저하 등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 통신서비스산업의 노동시장 유연성: KT와 BT(영국)의 비교

영국의 BT와 우리나라 KT의 비교 연구를 통해 통신서비스산업의 유연성 현황과 특성을 살펴보았다. 주되게 검토한 노동유연성 항목들은 고용조정과 비정규직 고용 등 수량적 유연성, 직무확대와 직무배치의 유연성, 근무시간제 등 기능적 유연성, 임금수준과 임금체계의 유연성 등이고, 환경적 요인으로 민영화와 정부 규제, 제품시장, 노사관계의 특성 등을 살펴보았다.
분석결과는 통신서비스산업이 서비스시장이나 기술 환경 등의 영향으로 노동유연성을 높은 수준에서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통신서비스산업은 노동유연성의 추구 방식에서도 수량적 유연성과 기능적 유연성 등 여러 가지 유형의 노동유연성을 복합적으로 추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독점적 공기업으로부터 민영화 과정을 거치는 초기 국면에서는 KT와 BT 모두 수량적 유연성 중심으로 노동유연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수량적 유연성의 추구는 근로자들의 조직 및 직무태도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고 노동조합의 저항을 불러일으켰으며, 고객서비스의 품질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해가 갈수록 기능적 유연성이 더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통신서비스산업의 노동유연성 추구 방식에 관한 이상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통신서비스시장은 정부 규제 속의 경쟁이다. 영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BT나 KT 등 제1사업자의 시장독점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차별적 시장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영국의 경우에는 소매가격의 규제를 해제하고 통신망 접근성의 평등성으로 규제의 초점을 이동하였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여전히 가격규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BT와 KT 모두 대규모의 인력감축이 있었다. 민영화 이후 BT는 50~60%, KT는 30~40% 정도의 인력을 감축하였다. BT는 더 이상 고용조정을 주된 노동유연성의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으려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KT의 경우에는 고용조정을 대신할 새로운 유형의 노동유연성 추구 방식이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고용조정 방식으로 BT와 KT 모두 온건한 명예퇴직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셋째, 수량적 유연성과 기능적 유연성은 상호 대체관계가 더 지배적이다. 이 점은 BT에서는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KT의 경우에는 다소 불분명하다. BT의 경우 노동조합의 강한 직무통제 전통으로 인한 기능적 유연성의 제한성 때문에 기술적 발전에 따른 수량적 유연성이 필요한 측면이 있었고, 이 점 때문에 2000년대에 들어와서 기능적 유연성 강화와 수량적 유연성의 상호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반면 KT의 경우에는 사측이 절대적인 수준의 직무배치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직무배치상의 기능적 유연성을 매우 높게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기술적 발전에 따른 기능 진부화에 직무전환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다.
넷째, KT와 BT 모두 비정규직 고용 등 고용의 외부화를 많이 추구하고 있다. BT의 비정규직 고용은 작업조직, 특히 근무시간제의 경직성에 크게 기인하고 있어서 근무시간제의 유연화와 함께 비정규직 고용의 억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KT의 경우에는 인건비 절약 차원에서 고용의 외부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인건비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하도급에 대한 동인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섯째, 직무확대를 통한 기능적 유연성의 추구에서 일정한 차이가 있다. 즉, 그것이 BT에서는 활발하지만, KT에서는 제한적이다. KT의 경우 아직 다기능화 정도가 낮은 반면, BT는 그를 위한 꾸준한 노력의 결과 상당한 결실을 보고 있다. 한편 직무배치의 유연성은 KT에서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선 KT의 사용자측이 가지고 있는 직무배치권이 BT의 경영자들보다 훨씬 더 큰 데 기인한다. 그것은 동시에 KT의 임금체계가 연공급 형태라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여섯째, 근무시간 유연성의 추구 방식은 양사간에 차이가 있다. KT의 경우 초과근로시간에 기초하고 있지만, BT의 경우에는 변형근로시간에 근거하고 있다.
일곱째, KT와 BT 모두 임금수준의 인상은 억제되는 편이었다. 이는 양 기업의 노동조합들이 임금인상보다 고용조정 등 더 큰 현안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성과급제 등 임금유연성은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충분하게 전개되고 있지 않다. 그나마 부분적으로 집단적 성과급제가 KT에서 도입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와 함께 기능적 유연성을 촉진하기 위해 임금체계에서 직무적 요소를 약화시키는 경향이 발견된다. BT의 경우에는 명시적으로 기능적 유연성을 위해 직무등급의 광역화를 추구하고 있고, KT의 경우에는 사전적인 직무전환을 급여체계로 반영하기 위해 직렬의 단순화를 진행하였다.

◈ 자동차산업 노동시장 유연성: 현대자동차, 폴크스바겐, 도요타 비교

시장의 포화상태와 짧아진 제품 사이클, 치열한 국제경쟁 등의 요인으로 인하여 경쟁의 조건이 변화하면서 자동차생산업체들은 유연적 생산에 기초를 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시장수요의 변동에 어떻게 탄력적으로 대응하는가 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 되었다. 모델과 옵션의 수는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재고는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생산의 유연성은 규모의 경제, 품질, 혁신, 지속적인 코스트 감축과 함께 이윤의 주요 원천으로 등장했다. 폴크스바겐, 도요타,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업체들이 추구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몇 가지 결론을 내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1990년대 초반 이후 각 자동차기업 생산모델의 변화가 관찰되었다. 1990년대 초반은 도요타 모델과 폴크스바겐 생산모델의 전환점을 형성한 시기였다. 폴크스바겐은 1990년대 초반 이후의 변화 속에서 가장 극적인 생산모델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다변화된 품질생산 전략이 빈곤한 경제적 성과를 산출하면서 폴크스바겐은 린 생산의 여러 요소들을 도입하며,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내부노동시장의 분절성을 강화하고 있다. 도요타 역시 1990년대의 노동의 위기로 인하여 생산방식의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도요타 자동차에서 비정규직의 채용 확대를 통한 고용관계 유연성의 확장을 시도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1998년의 위기로 인하여 정리해고의 경험을 갖게 되었다. 이후 2000년대 초반에 맺어진 고용관계 협약은 일정한 한도 이하의 비정규직의 채용을 허용함으로써 회사가 비정규직을 통한 고용관계의 유연성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주었다.
둘째, 각 기업에서 생산의 유연성을 추구하는 방식의 다양성이 확인되었다. 폴크스바겐의 경우 주로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통해서 시장수요의 변동에 대응해 왔지만, 최근에는 노동자 집단별로 고용의 안정성과 임금 및 근로조건의 차이를 두는 고용관계의 분절화 전략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노동자의 다능공화를 통한 응원, 비정규직의 활용, 초과근로시간의 조정이 유연성에 대응하는 주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초과근로시간과 비정규직의 활용, 배치전환이 주된 유연성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한 노조의 규제력 역시 기업마다 차이가 있었다. 폴크스바겐에서는 근로시간계좌제, 배치전환과 응원, 표준시간의 개정 절차 등 노동력의 유연성과 관련된 여러 사항들은 회사와 공장평의회 사이의 공장협정을 통해 결정하고 있었다. 도요타에서는 생산량, 표준시간, 응원, 배치전환 등에 대해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노조와는 잔업만 협의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비정규직의 사용비율에 관해 노사간의 합의를 통해 결정하며, 표준시간의 수정과 배치전환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작업장교섭의 대상이 되고 있다.
넷째, 도요타와 폴크스바겐의 유연성 전략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견고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현대자동차의 유연성 전략은 최근 들어 불안정해지고 갈수록 유연성의 여지가 축소되는 성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초과근로시간의 조정을 통한 유연성 전략은, 장시간 노동에 의존한 과로체제의 기본적인 한계와 노동자의 중고령화가 진행되는 것과 함께, 갈수록 그 활용 가능성이 제약을 받고 있다. 최근 노사간에 협의하고 있는 주간연속2교대제로의 전환은 장시간 노동체제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비정규직을 활용한 고용관계의 유연성 전략도 비정규직 노조의 출범 및 계약해지에 대한 비정규직의 저항과 함께 그 한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자동차는 기존의 유연성 전략을 재검토하고 다른 유연성 요소를 발굴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폴크스바겐 생산모델이 유연성의 측면에서 린 생산과 구별되는 경쟁력 있는 독자적인 생산모델로서의 가능성을 가진 것인지 시험대에 올라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괄목할 정도로 향상되고 있는 폴크스바겐의 경쟁력 향상의 배경에는 모듈생산의 채택과 근로시간의 유연성을 통한 생산의 유연성이 있다고 해석된다. 폴크스바겐은 근로시간 계좌제를 통한 시장유연성에의 대응, 노동과 학습의 결합을 통한 교육훈련 강화, 직무순환, 자율적 작업집단 도입을 통한 다기능화 등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다수의 기간제 노동자 고용, 응원을 이용한 노동력 이용의 유연성, 잔업의 조정 등을 통해 생산수요의 변동에 대응하고 있는 도요타 자동차와 분명하게 구별되는 것이다.
이상의 분석을 바탕으로 해서 몇 가지 정책제언을 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현대자동차에서 노동자의 기능적 유연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임금체계의 경직성이다. 따라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숙련급이나 직능급 등 노동자 숙련형성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임금체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사내하청 노동자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 이미 현대자동차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는 생산의 필수적인 구성요소로 자리잡았다. 현재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직의 기능수준 향상을 위해 아무런 역할도 담당하지 않고 있지만, 장차 이들 비정규직의 숙련형성을 위해 체계적인 노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노동배제적 원하청 노사관계가 노동참여적인 원하청 노사관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자동차산업 원하청 노사관계 혁신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지원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은수미, 2007). 원하청 노사관계가 숙련형성 및 생산성 제고를 위한 협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원하청 노무관리 혁신, 사내하청의 내부화 프로그램 개발, 원하청 노사관계 혁신을 위한 산별교섭 등의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석유화학산업의 노동시장 유연성: LG화학과 BASF(독일)의 비교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은 지난 3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여 2003년 현재 제조업 생산의 4.6%, 수출액의 6.2%(무역흑자 61억달러), 에틸렌 생산능력 세계 5위로 그 위상을 높여 왔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선진국 기업에 비해 사업규모가 작고 범용제품 분야에 편중되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선진국 화학기업간 M&A에 따른 다국적기업의 과점화 경향, 범용제품 분야를 중심으로 중동 · 중국 등 후발개도국의 추격 강화라는 환경변화에 직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업계개편 및 M&A,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및 사업영역 다양화를 모색하였으며, 이와 함께 원가절감과 경쟁력 향상을 목적으로 노동유연화를 통해 조직의 유연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강화하여 왔다.
본 연구는 기업사례(LG화학, 독일 BASF) 비교연구를 통해 노동유연성의 현황과 변화, 그리고 사례기업들 간에 어떠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는 수량적 유연성(고용조정, 비정규직 고용 등), 기능적 유연성(직무확대, 직무배치 등), 그리고 임금체계 및 임금수준의 유연성이라는 세 가지 유연성 개념에 따라 석유화학기업의 노동유연성을 고찰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산업특성(대규모 장치산업, 일관생산공정, 팀작업 등)이 노동유연성의 형태와 내용을 결정함에 있어서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며, 실제로 LG화학(여수공장)과 BASF(독일 루트비히스하펜공장)의 노동유연성 추구방식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유사하게 나타난다. 즉, 핵심 생산공정에 근무하는 정규직의 고용안정성 보장, 비정규직의 활용 등을 통한 수량적 유연성 추구, 산업특성 자체가 기능적 유연성을 요구한다는 점 등에서 사례조사 기업간에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상이한 측면들이 발견된다. 다양한 측면의 노동유연성에서 두 기업사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작업조직과 기능적 유연성과 관련해서는 두 기업 모두 핵심 생산라인에 배치되는 핵심인력(정규직)의 업무범위와 기능적 유연성이 매우 높고 이는 이들에 대한 높은 고용안정성으로 연결된다. 이는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교대조 근무라는 팀(team)작업의 성격으로 인해 생산공정과 관련된 모든 기능(감시, 조정, 보전 등)이 개별 근로자의 직무에 연결되므로 보다 높은 숙련과 자질, 업무 다기능화 또는 기능적 유연성이 요구되는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기업 사이에 차이점도 존재한다. BASF의 경우, 팀작업을 통한 현장숙련 습득체계의 오랜 전통에 더하여 체계적인 교육훈련시스템 운영, 현장근로자의 참여를 통한 플랜트매뉴얼의 생산 및 자격수준과의 연계 등을 통해 하나의 시스템 내에서 기능적 유연성의 확보를 추구한다. 반면, LG화학의 경우 교육훈련부서가 있으나 그 역할이 크지 않고 현장근무경험을 통한 숙련습득에 주로 의존하여 기능적 유연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점에서 BASF와 다르다.
둘째, 수량적 유연성의 측면에서는 두 기업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업 모두 핵심공정에 근무하는 정규직은 높은 고용안정성을 보장받는 반면, 주변적 단순업무영역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활용을 통해(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수량적 유연성을 실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정규직에 대한 수량적 유연성 확보는 소극적으로 자연퇴직에 대한 미충원을 통해 점진적 방식으로 수행된다. 한편 두 기업 모두 생산공정의 특성을 반영하여 근로시간을 통한 노동투입 조정은 매우 제한적이다.
셋째, 두 기업 모두 협조적 노사관계를 지향하고 고용조정 필요시 배치전환 등에 대해 노사간 협의채널을 구축함으로써 제품수요 쇠퇴에 따른 과잉인력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점 또한 유사하다. 특히 BASF의 경우, 1990년대 후반의 인위적 고용조정과정에서 심한 노사분규를 경험한 이후, 2001년 체결된 미래 고용전망에 대한 협약을 계기로 자연퇴직에 대한 미충원방식을 통한 점진적 고용조정과 기존 정규직의 고용안정성 보장이라는 원칙이 유지되고 있다.
넷째, 임금유연성 측면에서는 두 기업간에 차이점이 발견된다. LG화학의 경우 근속기간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임금체계를 가지며, 임금수준과 자격기준의 연계가 약하고 성과급도 거의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등 임금유연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BASF의 경우, 자격시험을 매개로 임금등급 상승이 이루어짐으로써 임금 인상이 과거에 비해 엄격해지고 개인간 능력 차이에 따라 임금수준 및 상승폭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는 등, 임금유연성이 이전에 비해 강화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 정책적 시사점

본 연구에서는 주요 산업별로 대표적인 국내외 기업들에 대해 심층면접방식으로 사례조사가 이루어진 관계로 조사기업 수가 제한적이다. 또한 주요 산업별로 제품시장, 산업특성 및 작업조직 등에 대한 일차적 분석은 이루어졌으나, 보다 엄격하고 체계적인 산업간 비교분석으로 나아가지는 못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 자체만으로는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는 노동시장 유연성 및 안정성과 관련된 정책 방안을 제시하기에는 한계를 가진다. 다만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 본 연구의 사례조사 및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적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유연성이나 작업장혁신에 관한 정책은 노사관계와의 연관성 속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작업장의 지배구조는 노사관계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노동유연성이나 작업장혁신을 추구할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노동유연성이나 작업장혁신은 노사관계와의 연관성 속에서 보다 실천적이고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얻을 수 있다.
둘째, 환경적 요인에 의해 촉발된 노동유연성의 필요성은 어떤 형태로든 충족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려는 집단은 결국 힘의 약화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에 노동유연성의 추구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자칫 노사관계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점에서 노동유연성은 추구하되 근로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보다 온건한 형태로 노동유연성을 추구하는 방안을 적극 탐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성숙단계도 이제는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핵심적 근로조건 중심의 쟁점을 벗어나서 노동유연성 추구가 필요하게 된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안정성을 위해서도 합리적인 노동유연성을 추구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셋째, 수량적 유연성과 기능적 유연성은 서로 대체적인 관계에 있는데, 이는 특히 통신서비스산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 노동조합의 반대로 기능적 유연성이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는 사측이 노사갈등을 감수하면서 수량적 유연성을 더 많이 추구하고 있으며, 반대로 노동조합이 기능적 유연성을 수용하는 상황에서는 수량적 유연성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량적 유연성과 기능적 유연성은 동일 시점에서 노사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지, 시간적인 또는 인과적인 선후관계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넷째, 그러나 수량적 유연성과 기능적 유연성의 대체관계는 절대적 의미는 아니다. 절대적인 의미에서 과잉인력은 결국 수량적 유연성에 의해 추구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기능적 유연성에 의해 대체되지 않고 있다. 이 점은 기술 환경의 변화에 따른 과잉인력의 처리 방식에서 일정하게는 수량적 유연성이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한다. 이처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감원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피해에 대한 사회적 보호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다섯째, 기능적 유연성이 수량적 유연성을 완전하게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기능적 유연성은 그 보완적인 형태로 수량적 유연성을 요구하게 된다. 이 점은 기능적 유연성이 집단적 노사관계에 의해 인위적으로 보호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역으로 지나친 수량적 유연성의 추구는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반발에 부닥치고 고객서비스 품질을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에 기능적 유연성의 보완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수량적 유연성과 기능적 유연성을 결합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끝으로, 기업의 내부적 유연화 전략은 한국의 노사관계 당사자들에게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먼저 한국의 사용자들은 경영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외부적 유연화의 장점에 집착하여 내부적 유연화의 의의를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명백한 경영의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상적인 외부적 유연화 전략은 기업특수적 인적자본 손실과 노사 신뢰 저해라는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한국의 사용자들이 기업구성원들의 창의성을 개발하고 혁신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기업특수적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촉진해야 하며, 노사간의 균형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내부적 유연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한국의 노동자대표조직도 내부적 유연화 참여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한다. 한국의 임금은 아직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 아니며 근로시간은 여전히 가장 긴 수준에 속하기 때문에, 이러한 조건에서 한국 노동자대표조직의 내부적 유연화 방안 수용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용자들의 외부적 유연화 편향 경향을 시정하고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한국의 노동자대표조직은 내부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 문제를 전략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Table Of Contents
제1장 들어가는 말 = 1
제2장 노동유연성의 현황 및 결정요인 : 한국과 영국의 비교 = 4
제3장 기업사례연구의 분석틀 = 57
제4장 통신서비스산업의 노동유연성 : KT와 BT의 비교연구 = 68
제5장 자동차산업의 노동유연성 : 폴크스바겐, 도요타, 현대자동차의 비교연구 = 132
제6장 석유화학산업의 노동유연성 : LG화학과 BASF의 비교연구 = 196
제7장 요약 및 결론 = 240
Series
연구보고 2008-04
Extent
262
Type(local)
Report
Type(other)
연구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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