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고용조정에 관한 연구 : 제품수요충격에 대응한 근로자·기업특성별 순고용변화를 중심으로

Abstract

◈ 연구의 목적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노동유연화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정리해고가 법적으로 가능하게 되었으며, 다른 한편 기업들은 정리해고 외에도 명예퇴직, 희망퇴직 등 다양한 형태의 고용조정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노동유연화전략은 이제 기업의 일상화된 경영전략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게 되었으며, 정보화·기술변화·글로벌화라는 대내외 환경변화와 맞물리면서 더욱 강화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기업들은 제품시장수요 변화에 직면하여 근로자계층별 숙련, 임금, 생산성을 고려하면서 차별화된 기준과 강도로 고용조정을 실시한다. 또한 기업특성이 상이한 기업유형 간에도 고용조정의 내용과 폭이 다를 수 있다. 기업들은 노동비용 절감 등을 통해 생산성·경쟁력 제고를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고용조정을 통한 유연성 확보를 추구하지만, 기업의 고용조정은 숙련형성 단절, 재직자 사기저하, 근로자간 네트워크 파괴, 근로자 저항, 사회안전망 구축비용 증대 등 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용절감 효과를 상회하는 고용조정비용의 발생으로 기업성과 개선이라는 목적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 인식하에서 기업이 제품시장수요 변화에 직면하여 수행하는 고용조정 과정에서 취약한 노동력계층이 누구인지, 기업특성별로 고용조정 행태의 차이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고용조정이 기업의 생산성과 재무성과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였다. 기업의 고용조정에서 어떤 근로자계층과 기업유형이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밝히는 것은 기업내 숙련형성 구조의 개선, 근로자계층별·기업특성별로 차별화된 교육훈련제도 마련 등 고용조정 취약계층의 유연안정성 제고를 위한 정책방안 수립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이다.

본 연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장에서는 기업의 고용조정 행태에 대한 예측이 상이한 다양한 이론적 설명들을 고찰하였다. 제3장에서는 본 연구에서 사용된 기업패널자료(1997～2004)와 계량분석모형을 설명하였다. 제4장에서는 제품수요충격에 직면하여 다양한 근로자특성별로 어떤 근로자계층이 고용량 변동에 민감한지를 분석하였다. 제5장에서는 기업특성별로 제품수요 변화에 따른 고용변동이 기업유형 간에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았다. 제6장에서는 고용조정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기업들이 과연 양호한 기업성과를 달성하고 있는가를 분석하였다. 제7장에서는 연구 결과의 요약 및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 이론적 논의:고용조정에 대한 함의를 중심으로

제2장에서는 다양한 노동시장이론 가운데 일반적 인적자본이론, 기업특수적 인적자본이론, 이연임금계약이론, 암묵적 장기계약이론을 중심으로 제품수요충격에 따른 고용량 조정이 근로자특성별로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함의 및 예측을 고찰하였다. 이들 이론들은 근로자특성별, 특히 숙련·연령·근속연수계층별 노동투입 조정에 대한 다양한 예측을 제시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상이한 예측을 제공하기도 한다.

먼저, 기업특수적 인적자본이론에서는 제품수요 감퇴로 고용량 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업특수적 훈련을 받지 않았거나 적게 받은 근로자, 즉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용감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을 것임을 예측한다. 또한 제품수요 확대로 고용확대가 필요한 경우에도 기업은 청년층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와는 달리 일반적 인적자본이론에서는 교육훈련의 비용과 이득이 전적으로 근로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고용조정은 근속계층별(또는 연령계층별)로 무차별할 것으로 예측한다.

물적 자본과 마찬가지로 인적자본의 감가상각이 발생한다면, 기업의 고용조정 행태는 감가상각이 없는 경우와 다른 예측이 도출된다. 인적자본의 감가상각을 고려하는 기업특수적 인적자본이론에서는 기업은 제품수요 감퇴에 대응하여 저근속자와 함께 고근속자의 고용을 일차적으로 축소하는 반면, 중간근속계층의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한편, 제품수요 확장 시기에는 감가상각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특수적 인적자본이론과 마찬가지로 청년층을 우선적으로 신규채용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연임금계약이론에서는 제품수요 감퇴에 대응하여 기업은 보다 큰 순가치를 발생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청년층보다 고령층을 먼저 감축할 것으로 예측하는데, 이는 앞서 설명한 기업특수적 인적자본이론의 예측과는 정반대라 할 수 있다. 제품수요 증대에 직면해서는 기업은 채용과 관련된 고정비용 최소화를 위해 중·고령층보다는 청년층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경향을 가지는데, 이는 기업특수적 인적자본이론의 예측과 유사하다.

◈ 근로자특성별 분석 결과 및 정책적 시사점

제4장에서는 연령·근속연수·직종·성·학력 등 다양한 근로자특성에 따라 구분되는 근로자계층별로 매출액 변화로 측정된 제품수요충격에 따른 고용량 변동의 정도가 어떻게 다른지를 추정하였다. 여기서 분석 자료가 자발적 이직과 비자발적 이직을 함께 포함한다는 점에서 제품수요충격에 따른 고용량 변동의 추정 결과를 사용자 주도의 비자발적 이직에 따른 것으로만 해석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첫째, 연령계층별 매출액-고용탄력성은 양(+)?음(-)의 제품수요충격에 관계없이 고령층일수록 작아지는 경향을 보여주며, 특히 제조업에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추정 결과는 매출액 감퇴(확대)에 따라 청년층 고용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증대)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특히, 음(-)의 제품수요충격에 직면하여 고용량 변동에 가장 민감한 계층인 청년층에 대한 기업특수적 교육훈련 강화 등을 통해 고용안정성 제고를 유도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근속계층별로는 음(-)의 제품수요충격에 대한 고용탄력성 크기가 저근속→고근속→중간근속계층의 순으로 나타나, 중간근속계층의 고용안정성이 가장 높은 반면, 고근속계층 또한 저근속계층과 함께 제품수요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제조업에서 뚜렷하며, 다양한 이론 가운데 인적자본의 감가상각을 고려하는 기업특수적 인적자본이론에 가장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음(-)의 제품수요충격에 가장 취약한 저근속계층만이 아니라 고근속계층에 대해서도 숙련 업그레이드나 정년연장 등을 통해 고용안정성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셋째, 직종별로는 매출액-고용탄력성이 생산직→사무·판매·서비스직→관리·전문직 순으로 나타나, 제품수요충격에 직면하여 관리·전문직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고용지위를 유지하는 반면, 생산직의 고용량 변동이 가장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다양한 직종 중에서 특히 생산직의 고용안정성 제고방안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넷째, 학력별로는 제품수요충격의 방향에 관계없이 고졸 이하, 전문대졸, 대졸 이상 간에 유의한 고용탄력성의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숙련수준이 높아서 고학력 근로자의 고용안정성이 높다는 인적자본이론의 예측이나 기존 연구 결과와는 부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 결과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고졸 이하 근로자의 직장안정성이 타직종에 비해 빠르게 높아져 왔던 사정을 부분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성별로는 일반적 예상대로 여성의 고용탄력성이 대체로 남성보다 크며, 특히 제조업의 경우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다.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제품수요변동에 따른 고용변동성이 높다는 이러한 결과는 다수의 기존 연구 결과와 부합한다. 이와 관련, 출산·육아·가사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 여성에 불리한 기업고용관행 개선, 직업훈련 강화 등을 통해 여성의 숙련형성 단절을 막고 고용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 기업특성별 분석 결과 및 정책적 시사점

제5장에서는 표본기업을 재고, 평균근속연수, 자본집약도, 노동조합 유무 등 기업특성별로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고용량 변동에 대한 제품수요충격의 효과를 비교?분석하였다. 기업유형 구분에 있어서 기업특성 기준변수들이 표본선택 편의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관측되는 기업특성변수 수준에 따른 기업유형 구분과 함께 고용조정 행위와 독립적인 산업기준에 따라 기업유형을 구분하여 표본선택 편의 문제를 통제하고자 하였다.

첫째, 제조업의 경우 대체로 연령·근속연수·직종·학력·성 등 근로자특성별로 대부분의 근로자계층에서 재고-매출액 비율이 높은 산업에 속하는 기업의 매출액-고용탄력성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고의 존재가 제품수요충격에 대응하여 생산량 및 고용량 변동을 완화시키는 완충자로서 역할을 수행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론적 예측은 물론 기존 연구와도 부합한다. 향후 산업·기업특성 등 기업 재고정책 결정요인에 대한 체계적 분석을 통해 산업·기업특성별로 차별화된 고용·훈련정책 마련을 위한 기초정보 및 정책적 함의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음(-)의 제품수요충격에 직면하여 평균근속연수와 자본집약도가 높은 산업에 속하는 기업유형의 매출액-고용탄력성이 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평균근속연수나 자본집약도는 인적자본의 기업특수적 성격을 반영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결과는 숙련의 기업특수적 성격이 강할수록 근로자의 고용변동성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외부 교육기관을 통한 교육훈련보다는 기업특수적 성격의 사내 교육훈련을 강화함으로써 근로자의 고용안정성을 효과적으로 제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양(+) 및 음(-)의 제품수요충격에 직면하여 대체로 유노조기업의 고용탄력성이 무노조기업에 비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노동조합이 조직된 기업의 경우 제품수요 위축 시기에는 소폭의 고용감축으로, 제품수요 확장 시기에는 소폭의 고용확대로 대응하는, 즉 고용변동성이 낮은 고용조정 패턴을 보여준다. 이는 노동조합이 고용감축 시에는 구성원의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유의미한 역할을 하는 반면, 고용확대 시에는 고용수준 결정에서 그 역할이 매우 제한적임을 시사한다. 고용안정성 제고를 위한 노동조합의 노력은 경우에 따라서 집단적 저항의 형태로 표출될 수 있지만, 직업훈련에의 적극적 참여 등을 통해 구성원의 숙련, 특히 기업특수적 숙련을 향상시킴으로써 고용안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 고용조정이 기업성과에 미치는 효과

끝으로 제6장에서는 1997년 촉발된 외환위기 시기에 이루어진 대규모 고용감축, 즉 다운사이징 실시 경험이 2000년 이후 기업의 부가가치생산성, 영업이익 등으로 측정되는 기업성과에 어떠한 효과를 가져왔는지를 분석하였다. 주요 분석 결과 및 정책적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외환위기 시기에 대규모 고용감축 실시 기업들은 미실시 기업에 비해 대체로 외환위기 이전부터 이미 재무상의 어려움을 겪었던 경향이 발견되는데, 이는 경영성과가 좋지 못하였던 기업들이 외환위기라는 외적 충격을 계기로 고용감축에 보다 많이 의존하였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사실은 특히 제조업의 경우, 1997～99년 동안의 대규모 고용감축이 2000년 이후 기업의 생산성 및 재무성과 개선에 유의미한 양(+)의 효과를 미치지 못하였다는 회귀분석 결과와도 부합한다. 이러한 결과는 경영?재무상태가 취약한 기업들이 단순히 고용감축을 통해 타개책을 시도하는 것은 기업성과 개선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둘째, 1997～99년 동안 대규모 고용감축을 실시하지 않았던 기업일수록 외환위기를 포함하는 전체 분석 기간에 걸쳐 교육훈련비가 높은 경향이 발견된다. 이는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한 기업일수록 음(-)의 제품수요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서 고용조정에 대한 의존성이 낮아짐을 함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교육훈련투자가 기업의 생산성 및 재무성과 개선에 유의한 양(+)의 효과를 보여주는 회귀분석 결과와 부합한다. 이렇게 볼 때, 현재 재무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일지라도 단기적 효과를 겨냥하는 고용조정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종업원에 대한 교육훈련투자 확대를 통해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는 기업경영전략이 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