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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의 전제조건 분석 : 상호관계와 사회적 의제 형성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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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은수미
Issued Date
2006
Publisher
한국노동연구원
ISBN
897356580X
Keyword
사회적대화사회적합의전제조건
Abstract
이 글의 문제의식은 이해대표구조, 즉 중앙집권화되고 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노사 조직, 높은 조직률, 이념적 통일성과 노동정당의 강력한 후원 등의 구조적 조건이 취약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한국의 현실에서 사회적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이것은 한국만의 예외적인 상황은 아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노사관계의 분권화가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조합주의(social cor―poratism)의 약화 혹은 소멸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견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이후 사회적 합의의 조건이 불충분하거나 부재한 나라들, 예를 들어 네덜란드, 아일랜드, 이탈리아, 포루투갈, 스페인 등에서 사회적 합의(social concertation)가 재등장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사회적 합의의 필요충분조건을 이해대표구조의 형성에서 찾는 기존의 시각이 1990년대 이후 사회적 합의의 부활이라는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시각에 내재하고 있는 (구조)‘결정론적 오류’라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의 재등장을 행위자들의 ‘전략적 선택’에서 찾는 시각이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전략적 선택론은 ‘이해대변구조’와 ‘정책결정과정’을 동일시하는 것 혹은 전자를 후자의 전제조건으로 간주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양자의 상대적 자율성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결정론적 입장에서 도출된 코포라티즘의 사망보고서는, 이해대변구조로서의 코포라티즘은 죽어가지만 정책결정과정으로서의 코포라티즘은 살아있는 현실을 외면하였다는 점에서 과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행위자들이 사회적 합의를 전략적으로 선택한다 해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전략적 선택이 어떤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그것이다. 이대해변구조가 취약한 조건에서 이루어진 사회적 합의가 특정 국가 혹은 특정 시기에는 성공적이고 안정적이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매우 불안정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가 규명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해대변구조가 전제되지 않은 전략적 선택의 불안정성은 태생적인 것이라는 주장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끊임없이 묻는다. 한국에서 행위자들의 전략적 선택, 예를 들어 노사정위 1기와 달리 2, 3기가 지속적인 불안정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사회적 대화의 성공 혹은 안정은 가능한 것인가? 전략적 선택이 구조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갖는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그것은 구조로부터 독립적이라는 의미일까? 전략적 선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제조건과 다른 여건이 필요한 것인가?
우선 이 글은 사회적 합의의 개념정의에서부터 시작한다. 한국에서 사회적 합의는 세 가지 방식으로 사용된다. 첫번째는 사회적 합의를 사회적 합의주의, 즉 사회적 코포라티즘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사회적 합의를 단지 경제·사회 특히 노동자들의 권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의제에 관해 관련 당사자들의 절차적인 자문과 합의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 용례에 따르면 이때의 사회적 합의는 사회적 자문(social consultation)이며, 이해대변구조로서의 사회적 코포라티즘을 전제하지 않는 매우 소극적 규정이다. 세번째는 양자의 중간 수준으로서 사회적 코포라티즘과 연계되지만 그 하위형태간의 상대적 독립성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 즉 이해대변구조와 정책결정체계의 상대적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세번째 용례로 사용하며, 사회적 협의(social conconcertation)와 동의어로 간주한다. 다른 한편 사회적 대화(social dialogue)의 경우는 사회적 자문까지를 포괄하는 보다 광범위한 용례이긴 하지만 사회적 합의 혹은 협의와 혼용가능한 개념으로 간주한다.
다음으로 기존 연구검토 결과 과거와 달리 독점적 이해대표구조가 미흡하거나 분권화된 교섭구조를 갖춘 나라에서의 사회적 합의가 성공적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발생하며 최근은 코포라티즘 이론이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리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구를 한국의 현실에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최근 사회협약을 이룬 서구의 나라들은 한국과 비교해 볼 때 중앙집중적인 이해대표구조가 취약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한국과 같이 파편화된 노사관계는 매우 예외적 현상이며, 둘째, 이와 같은 한국의 예외적 현실이 전략적 선택의 폭과 범위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략적 선택의 자율성은 그것이 ‘상대적’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구조적인 전제조건 및 그것과 전략적 선택의 관계를 규명해야 하는 이론적인 문제를 남기는 것이다.
이 글은 한국에서처럼 파편적인 노사관계 구조하에서도 사회적 합의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을 다섯 가지로 제기한다. ① 자율과 포섭에 기초한 ‘통합성’의 원리, ② 위기의식 등의 외부적 요인, ③ 대표성으로서의 민주적 연대성, ④ 사회적 의제형성에서의 포괄성과 상호주의, ⑤ 정부의 적극적 태도 등이며, 이 조건을 연구가설로 만들어 검토하면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설1:자율적인 노사단체의 자발적 참여가 보장되는 통합성의 원리가 사회적 합의(혹은 사회적 협의)의 최소조건이다. 따라서 특정 대표조직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배제가 존재할 경우는 사회적 협의라고 할 수 없다.
가설2:주체들이 사회적 협의라는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되는 조건 중의 하나는 위기의식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의 압력이다. 이 압력이 크면 클수록 사회적 협의의 가능성과 안정성도 높아진다.
가설3:관계적 대표성 특히 연대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사회적 협의의 가능성과 안정성 역시 높아진다.
가설4:대등하지는 않더라도 상호주의적 의제형성 및 포괄성의 정도가 높을수록 사회적 협의의 가능성과 안정성 역시 높아진다.
가설5: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 및 역할이 분명할수록 사회적 협의의 가능성과 안정성도 높아진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 가설이 유효한가를 검토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1996년 노개위, 1998년 1기 노사정위, 1999년 이후 2·3기 노사정위를 문헌분석을 통해 비교검토하는 한편, 연결망 분석을 시도한다. 이 글에서 사용하는 연결망 분석은 일종의 사건사 분석(event history)이다. 1991년, 1997년, 2001년 노동운동 및 시민운동조직들이 참여한 사건을 분석함으로써 조직들 간의 연계방식과 이들 조직들이 주목한 의제를 규명하는 것이다. 특히 노동내부 연결망과 사회적 연결망(시민운동조직까지를 포함한 연결망)에서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위치, 지위, 영향력 정도, 사회적 취약계층(예를 들어, 비정규직)과의 관계, 정규직 노조들간의 관계, 노동운동조직과 시민운동조직들간의 관계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연결망 접근을 통해 입증하고자 하는 것은 가설1, 3, 4 부분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연결망에서의 위치 및 관계, 영향력 정도는 사회적 합의의 최소조건 충족 정도를 측정하고, 중앙집권적 조직체계 및 노동정당 유무 등의 이해대변기제(구조적 대표성)를 갖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를 대체할 만한 관계적 기제가 어느 정도 충족될 경우, 즉 관계적 대표성을 가질 경우 이것이 구조적 대표성을 보완하는 효과를 낳아 사회적 합의를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밝히는데 유용하다. 또한 사회적 의제가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규명하는 유용한 접근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연결망 분석은 문헌분석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다.
분석내용 및 결과는 제2, 3장, 그리고 제4장에서 다루어지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율’적인 노사단체의 ‘자발적 참여’라는 최소조건은 1987년 시기에는 전혀 충족되지 않았다. 당시 노동계는 법·제도적으로 억압되었으며, 이 결과 비공식적인 노동운동이 터져나왔다. 또한 한국노총의 경우 비공식적 노동운동을 전혀 대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권위주의 국가의 노동통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는 점에서 자율성도 자발성도 갖지 못하였다.
문제는 1987년 이후부터 1996년 노개위 이전까지의 시기에 시도된 사회적 합의이다. 여기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 사회적 합의의 실험이라는 모습을 띠기 위해서는 최소한 노사단체의 자발성과 노·사·정간 합의가 중요한데 이 시기에 접어들어서야 이와 같은 조건이 갖추어졌다는 점에서 1996년까지의 실험을 사회적 합의로 볼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한편에 존재한다. 또 다른 한편에는 1990년의 경사협의 출범, 1993년과 1994년에 있었던 한국노총과 경총간의 임금에 관한 중앙합의 등은 노동계의 양대 세력의 하나인 전노협과 민주노총 등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였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 글의 분석결과는 노개위 이전까지의 시도는 사회적 합의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국가의 노동계에 대한 강한 물리적 억압의 존속이고, 다른 하나는 연결망 분석을 통해 한국노총이 노동계의 주변적인 위치를 차지해 비제도권 노동운동을 포괄하지도 대변하지도 못하였고 시민사회에서도 전노협이나 민주노총에 비해 주변적인 지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국가의 물리적 억압은 민주화 이후 전체 구속자수가 50% 줄어들고 있음에도 구속자 중 노동계의 비율은 37.9%에서 32.1%로 소폭의 감소에 그치며 국보법 관련 구속자의 대부분은 노동자이거나 노동운동 관련자라는 사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또한 쟁의건수를 통제할 경우 구속자 비중은 쟁의가 줄어듦에도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당시의 정부정책은 전체 노동계에 대한 물리적 억압으로부터 비제도권 노동계에 대한 억압으로 바뀌었으며, 이 결과 민주노총은 1999년에 접어들어서야 법적인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한국노총의 위치를 보면 1985년과 1986년의 경우 한국노총은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조직간의 연계에 아예 참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1991년 연결망에서는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조직들 및 시민운동조직들과 연계하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한국노총이 상당히 주변적 위치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연결망에서 한국노총의 위치를 살펴보면 연결중심성 및 매개중심성에서 평균 이하이며 연결망 내의 구조적 지위도 낮다. 이것은 사회적 연결망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물론 약간의 특이점은 존재하는데 파당(clique) 분석결과 한국노총이 중심파당에 근접해 있으며 사회적 연결망에서는 한국노총의 매개중심성이 높다. 이것은 민주화 이후 한국노총이 정부로부터 상대적인 자율성을 확보하면서 부활하는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하였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은 한국노총이 당시 노동계에서 대표성을 갖지 못하며 시민사회에서도 주변적 위치를 갖지 못한다는 점을 덮을 수는 없다. 1991년 연결망에서 중심성과 영향력이 높은 조직이 전노협, 전노운협 등 비제도권 노동조합이나 노동운동 단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한국노총의 주변적 위치는 더욱 문제가 된다.
두번째 조건인 외부적 요인효과는 외국의 경우에서와 같이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음이 나타난다. 1998년 1월 15일 출범한 노사정위원회가 20여일만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노사정 주체들간의 위기의식 및 공감대 때문이었다. 당시 노동계가 참여하였던 이유는 정리해고제의 조기시행 법제화를 알고 있었음에도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 압박되어서이다. 반면 재계의 경우는 경제위기의 원인제공자로서 비판적인 여론의 대상이 되었던 만큼 노사정위에서 독자적인 제목소리를 낼 수 있기보다는 신정부측이 주도하는 협상에서 자신의 이해가 대변되기를 기대하는 소극적이며 피동적인 처지였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IMF 위기극복의 중요한 사항의 하나인 유연적 노동시장의 도입을 위해서는 조직노동자들의 참여와 동의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노사정 3자 협의기구의 설립을 제안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2, 3기 노사정위가 법제도적인 기구로 바뀌었음에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1기 노사정위와 달리 외부적 압력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기인하는 바 크다. 또한 노개위의 경우는 경제위기와는 달리 민주화라는 외부적 요인이 존재하였다. 그것이 경제위기와 같을 정도의 외부적 압력을 가한 것은 아니나 민주노총을 참여시키지 않을 경우 사회적 합의의 정당성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인이었다.
세번째 조건인 관계적 대표성은 2001년에 비해 1997년에 더 컸다. 1기 노사정위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며 1기 노사정위와 노개위는 관계적 대표성의 수준에서는 유사하였다. 1997년 연결망 분석에 따르면 노동연결망에서 민주노총은 중심성 1위였으며 시민운동조직과의 사회적 연결망에서는 4위이다. 1991년에 비해 노동의 사회적 연결망에서의 중심성 순위는 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노총의 경우 1991년에 비해 사회적 연결망에서의 중심성이 오히려 높아진다. 여타 노동조직의 약화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연결망에서 한국노총의 중심성이 높아진 것은 1997년의 관계적 대표성을 보완하는 효과를 갖는다. 더욱이 한국노총은 파당분석에서 개혁적인 조직과 보수적인 조직 모두와 연계하고 있음을 보인다. 이것 역시 노동조직의 위상을 높이고 관계적 대표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할 것이다.
반면 2001년의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 그리고 노동조직들의 관계적 대표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민주노총과 달리 한국노총은 중심성 순위가 매우 낮다. 물론 노동연결망 자체가 민주노총은 자기중심적 연결망이기 때문에 한국노총의 중심성이 높기 어렵다. 문제는 한국노총의 낮은 중심성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경쟁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사회적 연결망에서의 한국노총 중심성 순위가 1997년에 비해 높아지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또한 2001년 연결망 분석에서는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들간의 뚜렷한 파당이 형성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명확한 분화, 정규직 노조만의 독자적인 파당 형성은 기존 노조의 관계적 대표성이 현저하게 떨어졌음을 의미하며 조직률 하락까지 고려한다면 이것이 구조적 대표성의 하락을 반영하는 것임을 추론할 수 있다. 더욱이 2001년 사회적 연결망에서 민주노총은 매개중심 2위인 것을 제외하면 연결중심과 인접중심 모두에서 9위로 떨어진다. 반면 한국노총은 중심성 순위가 1997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데 이것이 민주노총의 중심성 하락을 보완하기보다는 오히려 양 조직의 경쟁가능성을 통해 관계적 대표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1997년에 비해 2001년의 관계적 대표성 약화가 2, 3기 노사정위의 불안정성을 낳고 있는 조건이라 하겠다.
네번째 조건인 사회적 의제에서의 상호주의와 포괄성을 보면 1기노사정위→2, 3기 노사정위→노개위 순으로 포괄성이 낮아진다. 반면 상호주의적 성격은 1기 노사정위→노개위→2, 3기 노사정위의 순으로 낮아진다. 1기 노사정위의 경우 경제적 위기극복을 위한 포괄적 협약을 채택하며 정리해고와 근로자 파견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대신 실업자의 조합원 가입 및 경영측의 사회적 책임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상호주의적 성격을 높였다. 반면 2, 3기 노사정위의 1기 노사정위 합의사항 불이행이 핵심 쟁점으로 대두함으로써 시작부터 상호주의가 충족되지 못한 채 삐거덕거린다. 다른 한편 노개위는 개정 내용이 주로 노동법적 과제에 묶여 있음으로서 포괄성의 수준은 1기 노사정위에 비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다섯번째 정부의 태도의 경우 정부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태도가 가장 강력하고 확고하였던 것은 1기 노사정위 때이며 이 결과 사회협약이 가능하였다. 반면 노개위에서는 정부대표가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노개위에서의 합의사항이 정부부처간 조율과정에서 무시되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2, 3기 노사정위에서는 정부가 사회적 대화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노동측의 합의를 얻은 이상 굳이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으며 공공부문에서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2, 3기 노사정위의 불안정성이나 노개위의 실패는 진행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불확실한 태도에서 기인한 바 크다. 구조적 조건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일관된 의지가 성공의 중요한 열쇠임이 드러나는 대목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에서는 중앙 수준의 사회적 합의조건이 지역 및 업종 수준의 사회적 합의에도 적용되는가를 검토한다. 이를 위해 울산 및 순천에서의 사회적 합의 사례(울산건설플랜트와 현대 하이스코 지역사회협약)를 살펴본다. 분석 결과 지역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중앙 수준의 사회적 합의보다 오히려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왜냐하면 지역차원의 압력이 항상적인 외부적 요인으로 상존하며 규모상 노조측의 대표성과 연대성의 확보도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사회적 의제에 있어서도 상호주의의 측면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노조측보다는 경영측의 대표성 문제와 정부의 태도이다. 지역 및 업종의 경우 사용자단체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지방정부가 사회협약에 적극적일지라도 근로감독이나 갈등중재의 권한이 없기 때문에 결국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적극적이지 않을 경우 사회협약의 타결 및 이행이 어렵고 노사정간의 상호신뢰가 깨지는 경우도 생긴다.
결론적으로 이 글은 대표성을 갖는 조직들의 자발적이고 포괄적인 참여라는 통합성의 원리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대화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또한 사회적 합의의 출현적 성격을 띠는 노개위와 제1기 노사정위를 비교한 결과 사회협약으로까지 외화되는데는 강한 외부적 압력과 정부의 적극적 태도가 우선적임을 확인한다.
반면 사회적 합의가 출현하더라도 그것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관계적 대표성이 중요하며 사회적 합의의 출현에서와 마찬가지로 안정화를 위해서도 정부의 적극적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시에 의제의 포괄성과 상호주의 역시 안정화의 조건이다.
그리고 지역 수준의 협의와 중앙 수준의 협의를 비교한다면 지역수준의 사회적 합의의 출현은 외부적 압력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안정성에 있어서는 경영측의 대표성과 중앙정부의 태도 그리고 상호주의적 의제가 중요한 조건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중앙 및 지역 수준의 향후 사회적 합의와 관련하여 몇 가지 함의를 갖는다. 첫째, 중앙 수준 사회협약의 출현은 한국과 같이 구조적 대표성이 전제되어 있지 않고 분권화된 단체교섭 구조를 갖고 있는 경우 사회적 협의의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의 형성 혹은 경제위기와 같은 강력한 외부적 요인이 존재해야 한다. 이와 같은 외부적 압력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도되는 사회적 합의는 유산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다만 이때의 외부적 압력은 민주화나 경제적 위기와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특정제도의 존재 및 이 제도의 압력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현존하는 노사정위가 압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사정위가 그대로 기능정지되어 버린다면 유사한 사회적 협의기구를 다시 결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노사정위원회의 폐기보다는 그것의 활성화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유효하다.
둘째, 사회적 합의가 출현한다 하더라도 정부의 적극적 역할과 관계적 대표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그것의 유지는 매우 어렵다. 특히 정부의 적극적 태도는 매우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사회적 대화에서 정부가 갖고 있던 취약성, 즉 일관된 정책방향의 부족, 정부부처간 조율실패, 노사간의 조율자이자 주도자로서의 정부역량의 취약 등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관계적 대표성과 관련해서는 정규-비정규직간의 갈등, 정파간의 갈등이 조율되지 않는 것이 최대의 문제이다.
셋째, 의제에서의 정치적 교환이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상호주의적 원리가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의제의 포괄성 측면에서 본다면 의제의 포괄성이 관계적 대표성에 걸맞지 않는다면, 즉 관계적 대표성과 달리 의제가 지나치게 포괄적일 경우는 사회적 협의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더라도 안정적 유지를 어렵게 한다.
넷째, 중앙 수준의 사회적 협의에 비해 지역 수준의 사회적 협의가 상대적으로 용이할 수 있다. 이것은 1990년대 이후 사회적 협의에 대한 이론적 논의의 방향과도 일치하는 결과이다.
이 연구결과는 몇 가지 과제를 남긴다. 우선 한국의 사례에만 국한하여 검토한 연구라는 점이다. 그리고 사회적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가정한 요인들이 얼마나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으며 충분히 타당한지를 검증하기 위한 보다 많은 사례연구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지역으로 갈수록 경영측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경영측에 대한 연구가 향후 진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합의의 출현 및 안정화의 단계에서 각각 요구되는 조건들에 대해 일정한 모델화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Table Of Contents
제1장 서론
제2장 사회적 대화의 최소조건 검토
제3장 사회적 대화의 전제조건 1 : 노개위와 제1기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제4장 사회적 대화의 전제조건 2 : 제2, 3기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제5장 지역·업종 수준에서의 사회적 대화의 가능성
제6장 결론
Series
연구보고 2006-12
Extent
201
Type(local)
Report
Type(other)
연구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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