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p.display-item.heading1???

동북아 제조업의 분업구조와 고용관계 (Ⅱ):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Metadata Downloads
Author(s)
조성재장영석오재훤박준식善本哲夫折橋伸哉
Issued Date
2006
Publisher
한국노동연구원
ISBN
8973565532
Keyword
제조업분업구조고용관계자동차산업전자산업
Abstract
1. 동북아 분업구조의 실태와 변화 양상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을 주요 대상으로 한 본 2차년도 연구결과는 거시분석과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한 1차년도 연구와 함께 동북아 지역에서 대단히 역동적인 산업발전과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분업구조가 형성되고 또 빠르게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산업발전과 분업구조 형성의 중심에는 기업이라는 주체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다국적기업들(MNEs)은 자신의 기능을 지리적으로 산재하는 여러 계열사와 관계사에 위임하면서 이를 가치사슬(value chain) 관리 차원에서 통합하여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1차년도 연구에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구미계 기업들의 역할을 2차년도 연구에서는 새로이 조명해 보았다. 그것은 동아시아 분업구조 자체가 자기 완결적이지 않고 미국시장 등 제3의 시장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과도 관련된 것이다. 과감하게 단순화해서 말하면 일본, 한국은 물론이고 구미계 기업들도 주로 일본의 핵심 부품소재에 의존하면서 중국과 동남아에서 생산을 중심으로 한 기능을 수행하고, 이렇게 생산된 제품을 동아시아 지역은 물론 미국과 유럽 등지로 수출하는 큰 틀의 분업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 과정은 이보다는 훨씬 복잡하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 연구들과 이론적 틀을 필요로 하는데, 그러한 점에서 본고에서는 글로벌 생산시스템(Globalroduction System) 이론과 일본에서 발전한 아키텍처에 의한 분업이론을 주로 참조하였다. 전자가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한 국제화 과정에 초점을 두고 기능의 분화와 통합이 이루어지는 양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 대하여 후자의 경우는 제품의 특성으로부터 출발하여 생산현장이라는 밑에서 본 (경영)전략론을 펼친다. 여기서 아키텍처란 한 마디로 설계사상으로 번역되는데, 각 부품에 어떠한 기능을 배분하고 이들간의 접합부분(inter-face)을 어떻게 설계하여 제품의 성능을 적절히 표현하고 전달할 것인가에 관한 사고방식이다. 이러한 아키텍처는 크게 통합형과 모듈형으로 구분되는데, 자동차와 같이 각 기능이 밀접히 연계되어 있는 제품은 통합형이고,C와 같이 업계 공통의 인터페이스와 규격이 설정되어 다양한 부품을 결합할 수 있는 제품은 모듈형이다.

일본은 부문간을 조정하는 조직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자동차와 같은 통합형 제품에 강점을 가지며, 미국은 국제표준을 선도하고 원천기술을 보유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자(電子)나 IT 같은 모듈형 제품에 강점을 갖는다. 물론 전자제품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부의 핵심부품은 통합형인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영역에서 역시 일본은 강한 경쟁력을 보유한다. 동아시아 국제분업의 전개양상을 보면 일본은 통합형 아키텍처의 특성에 집착하여 부품조달에서도 폐쇄적인 성격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완성품 업체와 부품업체가 중국이나 동남아에 동반진출하는 현상으로 외화된다. 이럴 경우 동아시아 개도국들의 혁신역량은 제한적으로만 발달하게 되는 한계를 갖는다. 반면 개방형 거래에 보다 익숙한 미국업체들은 과감하게 사업과 기능을 이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특히 일본과의 경쟁과정에서 더욱 강화된 행태이다.

독자적 브랜드를 갖는 완성품업체이든, 대형 생산전문회사이든, 아니면 시스템 공급업자이든 다국적기업들의 동아시아 진출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편입되는 개도국 업체들의 숫자가 늘어났으며, 이들은 다국적기업의 지도하에, 혹은 주문을 소화하기 위한 국가와 지역 차원의 노력에 의하여 산업 업그레이드를 이루어 왔다. 후지모토에 의하면 미국계 다국적기업이 주도해 온 이 같은 과정에서 중국은 특히 개방된 모듈형 아키텍처 제품에서 강점을 축적하였으며, 이것이 롄상과 같은 거대한 업체의 등장을 설명해 준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의 산업발전은 이러한 과정에 국한되지 않으며 통합형 제품이라 할지라도 중국업체들의 부품과 제품의 복제와 모방 과정에서 유사 모듈형 아키텍처로의 전환이 발생하였고, 이는 중국이 세계 최대 오토바이 생산국이 된 과정을 설명해 준다. 즉 아키텍처의 환골탈태가 일어나면서 중국은 이제 통합형 제품으로 간주되어 온 오토바이나 가전(家電) 등에서도 강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유사 모듈형 제품은 애초의 통합형 제품만큼의 성능과 품질을 갖기 어렵고, 따라서 여전히 일본 제품은 고가로 팔릴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업체들은 값싼 범용제품을 국제시장에 쏟아냄으로써 일본업체들의 시장을 잠식하였을 뿐 아니라 디플레이션 압력까지 가하게 되었다. 규모를 확보하지 못한 일본업체들은 막대한 기술개발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돌입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단, 자동차만큼은 오토바이나 가전과 달리 유사 모듈형으로의 아키텍처 전환이 수월치 않았으며, 이에 따라 여전히 도요타 등 일본업체들의 강력한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에서 중국에는 현재 세계의 거의 모든 완성차업체가 진출해 있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역시 개방형 거래에 익숙한 구미계 업체들을 중심으로 기술이전과 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구미계 기업일지라도 핵심기술의 이전에는 소극적이나, 이들과 함께 진출한 시스템 서플라이어들을 중심으로 자동차산업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술과 기능이 중국에서 발화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산업은 다국적기업의 영향권 밖에 있는 지리, 샤리 등의 소규모 국적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을 뿐 아니라, 폴크스바겐 및 GM과 합작사업을 통하여 역량을 축적해 온 상하이자동차가 한국의 쌍용자동차를 인수하고 기술을 획득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렇듯 오토바이와 가전 등에 이어 중국은 가장 복잡하고 첨단기술과 결합되고 있는 자동차산업에서도 차츰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아직도 중국업체들의 경우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거나 성숙기술을 창조적으로 응용하는 데 여전히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산업의 저변에는 여전히 저임금에 의존하는 단순 부품의 생산업체들이 집적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노무공 혹은 농민공으로 불리는 저임 노동력의 무제한 공급이 뒷받침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중국은 중앙정부와 성(省)정부 차원에서 다국적기업에 대하여 부품국산화나 기술연구소 설립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따라서 점차 다국적기업 산하 기술연구소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최근의 두드러진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같은 복제부품을 사용하는 유사 모듈형 오토바이라고 하더라도 진성 통합형 제품에 근접한 품질과 성능을 갖는 상품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중국 산업발전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요컨대, 중국의 경우 아직은 산업경쟁력이 취약하고 여전히 낮은 인건비에 의존한 시스템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곳곳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과 도약이 관찰된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중국의 산업발전에 따라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자동차 제품의 아키텍처 특성상 중국은 통합형 제품에서 취약하기 때문에, 그리고 자동차의 유사 모듈형으로의 환골탈태도 여의치 않기 때문에 일본 자동차산업이 적은 영향을 받는 데 그친 반면, 중국이 강한 모듈형 전자제품에서는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기존 사업에서 철수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노력이 강화되어 왔다. 그러나 여전히 원천기술과 성숙기술의 응용능력을 갖고 있으며, 제조현장의 조직역량이 강하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하여 빠르게 사업구조를 재편해 나가고 있다. 한편 모듈형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블랙박스화가 가능한 핵심 전자부품 등에서는 일본업체들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부품소재산업에서 일본이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하여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는 사실을 설명해 준다.

한국의 경우는 핵심부품을 보유한 일본과 중저가 제품 및 범용 부품의 생산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진 중국 사이에서 중위 수준의 가격, 품질과 성능을 가진 제품으로 국제시장에서 여전히 강력한 존재로 부상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품목별로 보면 다소간의 차이가 있으며, 더욱이 기존의 글로벌 생산시스템 이론이나 아키텍처에 의한 분업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후지모토는 한국의 특징을 자본집약적인 모듈형 제품에서 강점을 갖는다고 표현하였지만, 이는 범용강이나 범용석유화학제품, 그리고 반도체와 TFT-LCD 등에서는 설명력을 갖는 데 비하여 자동차산업이나 가전산업의 성공에 대해서는 설명력을 갖기 어렵다. 한국은 후지모토가 말한 바와 같이 재벌 체제 하의 막대한 자금동원력과 총수에 의한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 등에서 강점을 가지며, 이러한 상황에서 반도체나 TFT-LCD 산업이 대성공을 거두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통합형 제품인 자동차산업에서 현대자동차가 도요타자동차 수준에 버금가는 품질수준과 생산성을 올리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한 GM 제국 내에서 GM대우자동차의 위상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일본에 비해 한국의 임금수준이 낮기는 하지만, 일본의 가전산업이 후퇴한 것에 비하여 한국의 LG전자 등이 여전히 세계 가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키텍처에 의한 분업이론은 물론이고 글로벌 생산시스템 이론은 이러한 한국의 현실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것으로 보이며, 그것은 이들 이론에서 고용관계에 대한 설명이 누락되어 있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본고의 주장이다.


2. 분업구조와 상호작용하는 고용관계


한ㆍ중ㆍ일 세 나라는 모두 고용관계에서 고유의 경로의존성을 지니며, 문화?제도?관습 등과 정합성을 갖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글로벌 생산네트워크에 편입되더라도 이러한 특성은 단기간에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의 통합성이 높아지면서, 그리고 특히 동북아 지역의 분업구조가 발달하면서 기존의 고용관계에 대한 변화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그것은 중국 등 개도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며, 다국적기업의 본사가 소재한 일본과 한국에도 타당한 논의이다. 본 연구에서는 1년차와 마찬가지로 Abo(1994)의 ‘적용’과 ‘적응’ 모델을 중심으로 하여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국적기업들에 의한 다양한 고용관계의 실태를 파악해 보고자 하였다. 아울러 글로벌 경쟁의 심화라고 하는 외적 충격이 일본의 고용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추적해 보고자 하였다.

일본의 경우 위에서 살펴본 국제분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범용제품 시장을 한국과 중국에게 잠식당하면서 기존 인력의 과잉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식 경영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미국식의 고용조정을 실시할 수 없다는 사정으로 인하여 파견, 응원, 자연감소의 미채용 등의 기존 수단을 넘어서서 매각과 합병, 분사화 등 다양한 대응방식을 개발ㆍ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신규 채용은 억제되었으며, 일부 생산이 증가하는 부분에서는 비정규직의 채용을 통하여 대응하는 체제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러한 유연성에 대한 필요 이외에 비정규직의 활용 증가는 저비용을 확보하기 위한 요인도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모듈형 전자제품에서 중국이 빠르게 추격해 오고 있기 때문에 일본 전자산업의 경우 비정규직의 비율이 자동차산업보다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비정규직의 활용은 최근의 현상인 것만은 아니며, 다양한 비정규직 형태가 존재해 왔었다. 도요타의 경우 주로 계절공이라고 불리는 직접고용 계약직을 선호해 왔으며, 이는 일부 대형 자동차부품업체에도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여타 자동차부품산업과 대부분의 전자산업에서는 사내하청 형태의 간접고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내하청업체들은 경영과 작업수행상의 독립성을 결여한 경우가 많아 불법파견의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였다. 결국 일본 당국이 2004년 3월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에도 파견을 허용함으로써 사내하청을 둘러싼 논란은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 기업들은 합법적인 사내하청, 아니면 파견, 혹은 직접고용 계약직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법?제도적 환경의 변화를 한 축으로 하면서 날로 강화되는 국제경쟁에 대응하기 위하여 일본업체들은 비정규직의 활용을 꾸준히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만큼 국제경쟁이 치열한 현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이 글로벌 경쟁의 와중에서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아래로 향한 경쟁(race to bottom)’이 널리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일본 사례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들 비정규직에 대하여 기업들이 훈련을 강화하고 가급적 계약기간을 늘리는 등의 대응책을 함께 강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비용경쟁력과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비정규직의 활용을 늘리면서도 일본식 생산방식이 지닌 강점도 유지하고자 하는 고육지책으로서 비정규직의 활용이 초래할 조직역량의 훼손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통합형 아키텍처 제품과 제조현장의 ‘물건 만들기’ 능력이 강한 일본업체들의 경우 최소한 현재까지는 생산성과 품질상의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비용경쟁력도 갖추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비정규직의 활용 확대를 통한 가격경쟁력의 확보는 제조 공장이 일본으로 회귀하고 있는 데 대한 한 가지 설명요인을 제공한다.

그러나 일본 제품의 높은 생산성과 품질이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비정규직에 대한 훈련 강화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불식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숙련의 전승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작업자들의 충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비정규직의 확대와 다기능화를 둘러싼 관리상의 고민은 향후에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산업과 업체별로 적정한 비정규직의 비율은 국내외 경쟁의 강도와 채용한 비정규직의 생산성에 따라 달라지면서 변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노동시장의 경우 개방과 국유기업 개혁 과정을 거치면서 이미 상당한 정도의 서구화가 진행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의 주요 사례기업이었던 하이얼의 경우 사무관리직들의 성과급제는 매우 근본적으로 시행되고 있었으며, 이 밖에도 직무에 기초한 임금체계 등이 널리 채택되고 있고 기업간 노동이동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시장 및 고용관계의 특성은 개방된 모듈형 제품 아키텍처와 상호작용한다고 보았을 때 중국의 산업발전은 고용관계와 정합성을 가지면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과 생리를 달리하는 다양한 모국 기반을 갖는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으며, 이들은 중국의 제도와 문화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자국에서 발달한 경영시스템과 인사노무관리제도를 적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결국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 내에서 한국식, 일본식, 독일식, 미국식 등 다양한 고용관계 시스템이 경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당분간은 이러한 여러 시스템이 수렴하지 않고 병존하는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차년도 연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그러한 의미에서 향후 중국에서의 경쟁은 단순한 제품과 기술의 경쟁일 뿐 아니라 고용관계를 포함한 경영시스템 전반의 경쟁이 될 것이다. 2차년도 연구에서 특히 광저우혼다와 LG전자 중국사업장들에 대한 방문 결과는 이러한 인식을 더욱 강화시켜 주었다. 즉 전반적으로 중국이 모듈형 아키텍처 제품에 강하다고 하더라도 워낙 국토와 시장이 넓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 있으며, 이 때 다국적기업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점이다. 적어도 광저우혼다와 톈진 및 난징 LG전자의 경우 자신이 갖고 있는 통합형 제품에 어울리는 고용관계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중국에 충분히 실현해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이들 업체들이 중국 시장과 산업에서 강한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의 일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모듈형 제품으로 구분하는 것이 의미 없을 정도로 단순한 부품과 제품의 생산에서는 물론 풍부한 저임금 노동력의 공급이 표준화된 대량생산방식을 지탱하고 있다. 또한 단순작업 과정에서 개수임금제(piece rate)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도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글로벌 생산시스템에서 부가가치가 가장 낮은 생산기능에 특화한 분업구조에 편입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다른 동남아 국가들로부터 가치사슬의 한 고리를 단순히 이전해 온 데 불과하다는 점에서 역시 ‘아래로 향한 경쟁’을 촉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국의 산업현장에서 이러한 단순부품 혹은 제품의 생산에만 이러한 광범한 저임금 인력이 소요되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노무공 제도를 통하여 초대형 다국적기업들에서도 이들 저임금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용관행은 신흥 중국기업들이 출발부터 유연성을 확보하고 더 강력한 비용경쟁력을 갖도록 한다는 점에서 국제경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노무공은 공회(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정규직에 비하여 차별적인 사회보험을 적용받거나, 특히 임금수준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호구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일에도 순응하는 양태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중국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비정규직에 대해서 일정한 차별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의 경우 자본집약적이고 기술집약적인 메모리 반도체, TFT-LCD 등에서 매우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으며, 이들은 자금동원력이 뛰어난 재벌들의 과감한 설비투자와 기술개발 활동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미 기술이 충분히 성숙된 가전의 경우에는 뛰어난 몇몇의 기술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조직적 능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인사관리와 생산관리상의 특장점을 필요로 한다. 본 연구의 조사결과 LG전자의 인사제도와 관행은 일본형과 거의 일치하며, 실제로 작업장 혁신 등과 관련해서도 도요타와 밀접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사실은 중국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에 사업장을 유지할 수 있고, 물량 기준이 아닌 가치 기준으로는 아직도 한국으로부터의 수출이 LG전자 전세계 가전 매출의 주력을 형성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나아가 LG전자의 경우 중국 톈진에서도 이러한 일본형 인사관리제도를 적용하고 있어 이제 일본형 인사제도에 대한 소화를 넘어서서 이를 창조적으로 응용하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당분간은 한국 가전산업이 중국과 가격대별로 제품간 분업을 형성하면서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어떠한가? 후지모토가 설명한 바와 같이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도 재벌 체제하에서 총수의 신속한 판단과 강력한 추진력이 예를 들어 베이징현대자동차를 조기에 안착하도록 하고, 나아가 품질수준에서조차 도요타에 근접한 성과를 올리도록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본 연구에서는 현대자동차뿐 아니라 부품대기업인 F사에서도 노동배제적 자동화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목도할 수 있었다. 이는 다시 말해서 한국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의 상당 부분을 LG전자의 가전사업부와 같이 조직능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설비에 체화된 첨단지식과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중간관리자 및 생산기술자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사정은 현대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에 설치되어 있는 모의 생산라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즉 일본업체들에서는 신모델이 투입되기 전에 양산 준비를 기존 생산라인에서 숙련공 등에 의존하는 데 비하여 현대자동차는 대립적 노사관계 등으로 인하여 이것을 기술연구소에서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모의 라인을 설치하여 수행하고 있다. 본고는 이를 직종분리 모형으로 부르고자 한다. 한국의 중간관리자들은 부품대기업인 F사와 E사 사례에서 보았듯이 다국적기업의 파견 요청을 받을 정도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반면에, 생산기능직의 경우 역할을 최소화, 실수도 최소화하려는 방침에 의하여 역량이 개발될 여지가 적다는 점이다.

이러한 한국의 직종분리 모형은 일본의 직종통합 모형과 구분된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LG전자 사례 역시 이러한 직종통합 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원천기술과 제품기술의 개발뿐 아니라 생산관리에서도 엔지니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이는 숙련공들의 능력개발과 승진을 통하여 초급기술직의 역할을 맡도록 하는 일본 모델과 비교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우는 엔지니어와 중간관리자에게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으며, 이들은 생산직 이상으로 장시간노동에 노출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거꾸로 생산기능직의 경우 숙련을 중심으로 한 비전을 상실하도록 한다. 영원히 기계 중심의 생산시스템에서 보조적인 위치에 설 뿐 일본에서와 같이 문제해결 능력을 지닌 숙련공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노동과정의 소외는 더 많은 경제적 실리에 의하여 보상되거나 아니면 노조활동을 통한 전투성의 표출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 대립적 노사관계의 근본 요인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째서 LG전자의 경우 두 차례에 걸친 고용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협력적인 노사관계와 작업장 혁신이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유를 설명 해 준다. 그것은 단순히 경영진의 태도 변화에 따른 것만은 아니며, 바로 생산시스템과 인사제도상에서 온전히 포섭되어 있는 데 따른 결과인 것이다. 역으로 생산과 인사관리에서 배제된 현대자동차나 F사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이외에 의존할 대상이나 기구가 없으며, 따라서 쉽게 전투성에 동조하도록 한다. 대립적 노사관계에 직면한 사용자는 점점 더 기계와 자동화 시스템에 의존하는 노동배제적 특성을 강화하는 한편, 막대한 지불능력을 토대로 경제적 포섭을 시도한다. 그런데 이는 외부의 부품 중소기업과의 임금격차를 확대하며, 내부적으로도 사내하청 노동자와의 차별을 재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비교 기준으로 보았을 때 가장 일본형 인사제도에 가깝고 또한 미쓰비시, 마쓰다, 스즈키 등에서 초기부터 생산기술을 도입하였기 때문에 기업특수적 숙련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 결국 완전한 일본형은 아니어도 비체계적이고, 비조직적이나마 자연스럽게 고근속에 따라 형성되는 숙련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국에 비하여 뛰어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역시 중간관리자와 생산기술자의 역할 확대에 의하여 베이징현대자동차에서도 시간당 63대 생산이라는 엄청난 생산 속도를 실현하고 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 유지에서 중간관리자와 기술자들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GM 제국 내에서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GM대우자동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GM의 인수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고, GM이 GMS(Global Manufacturing System) 이외에는 특별히 기술과 기능을 높여줄 프로그램 등을 갖고 들어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나름대로 갖고 있는 우수한 인적자원, 특히 관리자와 기술자에 힘입어 GM대우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완성차 기업에서 대립적 노사관계를 극복하고 원활한 생산을 유지하기 위하여 관리자와 기술자에 의존하는 한켠에서 생산기능직에 대해서는 경제적 실리를 제공함으로써 제한적이나마 포섭 전략이 구사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며, 이에 따라 중소기업은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없고 사회적 통합성은 위협받는다. 결국 중소기업 역시 근본적인 기술혁신을 이루지 못하는 한 단순히 표준적인 대량생산방식에 머물게 되는데, 이는 이미 중국에서도 충분히 실현가능하며, 특히 저비용으로 실현가능할 것이다. 결국 일본에 비하여 매우 많은 중소기업이 중국으로 탈출하는 것은 이러한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며,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핵심부품의 생산이나 개발로 나아가지 못하게 되면서 부품소재에 있어서 대일의존은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다시 말해서 적어도 생산관리 영역에서는 관리자와 기술자, 작업자가 긴밀한 협력을 통하여 작업장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나, 한국은 생산네트워크의 정점인 완성품 생산업체로부터 이러한 특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부품소재산업 역시 발전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3. 평가와 전망


본 연구 결과를 통해 볼 때 글로벌 생산시스템 이론이나 아키텍처에 의한 분업이론 모두 동북아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분업구조를 제한적으로만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순조립에서 OEM, ODM(Design), OBM(Brand)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글로벌 생산시스템 이론과는 달리 중국의 경우 강력한 국가의 산업정책과 방대한 시장을 배경으로 처음부터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등장한 업체들이 있는가 하면, 생산자 주도형 상품사슬(Producer-driven commodity chain)도, 수요자 주도형 상품사슬(Buyer-driven commodity chain)도 아닌, 중앙정부나 성(省)정부 차원의 투자유치와 이에 따른 자체적인 역량 축적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자동차나 LG전자와 같은 성공사례는 글로벌 생산시스템 이론에서 충분히 다루고 있지 않으며, 한국과 일본에서는 대형 EMS나 시스템 서플라이어의 존재가 취약하고 오히려 여전히 완성품업체의 영향력이 강력한 사실도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못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 진출할 때 부품협력업체들과 동반 진출하여 폐쇄형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 통합형 아키텍처 제품에 강한 기업 체질을 갖고 있으며, 그것의 연장으로서 폐쇄형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때문에 미국형 기업과는 다른 특질을 상당 기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경우 자동차부품산업에서 델파이, 비스테온, 존슨컨트롤, 보쉬 등 세계 유수의 대형 업체들이 대거 진출해 있기 때문에 일본보다는 개방적 특성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내부를 관찰해 본 결과 핵심 기술 이외에 생산관리 등에서는 한국의 관리자와 기술자들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이들 다국적 부품회사의 네트워크에 한국인 관리자들이 파견되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는 외부로부터 지식과 정보가 이식되어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글로벌 생산시스템 이론과는 상이한 양상이다.

아키텍처에 의한 분업이론 역시 한국의 현실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성공은 재벌 총수의 과감한 투자 결정과 신속한 집행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지만, 풍부하고 우수한 관리자와 기술자에도 의존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키텍처 이론 역시 고용관계에 대한 고려에 의하여 보다 풍부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LG전자 사례에서도 확인되는데, 현대자동차와는 달리 일본형 고용관계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가전과 같은 통합형 제품에서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키텍처 이론에서는 간과했던 것이다.

중국의 산업이 진성이든 유사이든 모듈형 아키텍처 제품에서 강점을 갖는다는 설명은 매우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것이 서구형 노동시장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키텍처 이론에서 간과해 왔다. 또한 글로벌 생산시스템 이론이 놓치고 있는 부분은 이러한 모듈형 아키텍처 제품과 궁합이 맞는 서구형 노동시장의 발달에 따라 중국 내에 일반적 숙련이 쌓이고 있으며, 따라서 글로벌 생산네트워크에 대한 편입과는 별개로 이러한 인적자원의 축적이 점점 더 중국의 독자적인 산업발전을 촉진할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 기업들은 자체적인 방대한 시장과 강력한 정부의 산업정책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다. 물론 중국에는 다양한 모국의 경영 시스템을 적용하려는 다국적기업이 수다하게 진출해 있으며, 이 중 한국이나 일본계 기업은 통합형 제품에 특화하고 기업특수적 숙련을 육성하려 한다. 이들은 자체적인 폐쇄형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당 기간 동안 이러한 특성을 유지할 것이며, 이는 중국의 국토와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서구형 노동시장에서 이러한 특성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는 더 지켜보아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의 경우 서구형 노동시장의 형성과 모듈형 제품에 걸맞는 일반적 숙련의 형성에 의하여 빠르게 산업이 발전하고 있지만, 한국만큼의 두꺼운 중간관리자와 기술자층을 갖고 있지 못하다. 또한 미국이나 일본만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도 못하다. 그러한 점에서 여전히 글로벌 생산네트워크에 대한 편입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 한국이나 일본과의 분업구조를 발전시키려는 전략은 이들 나라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기술발달의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투자비의 회수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따라서 범용제품 생산에 강한 중국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것은 이러한 필요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휴와 합작사업을 전개해 나가면서 제품간 분업, 그리고 공정간 분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3국 모두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의 분업구조 전개에서 고용관계는 3국의 분업구조상 위치를 결정하고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반적 숙련에 보다 강점을 갖는 서구형 노동시장이 형성된 중국의 경우 범용제품의 생산에 더욱 특화해 나갈 것이며, 점진적인 산업혁신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경우는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되기까지는 현재 나타난 바와 같은 비정규직의 다기능화 전략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통합형 제품과 핵심 부품소재에서 여전히 강한 경쟁력을 갖지만, 수익성 확보를 위하여 노동에 대한 전반적인 포섭 전략은 약화되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기존의 자본과 기술집약적 모듈형 제품에 대한 투자 전략을 지속하는 한편에서 우수한 관리자와 기술자에 기반하여 통합형 제품에서도 노동배제적 자동화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의 대립적 노사관계하에서 불가피한 직종 분리형 모델의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대립적 노사관계를 치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노동시장의 분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회적 통합성의 위기 등과 같은 경제와 경영 외부의 문제로 인하여 시스템이 지속되지 못할 수도 있다. 더욱이 LG전자와 같은 직종통합형 모델은 유한킴벌리 등 일부에서만 발견되고 있을 뿐이다. 또한 한국에서도 연봉제 등 일부 서구형 노동시장의 특성이 출현하고 발달하고 있으며, 모듈형 전자제품 등에서는 이러한 일반적 숙련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음을 떠올린다면, 그리고 단기 주가 중심의 경영을 강제하는 금융시스템이 외환위기 이후 확고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제 기업특수적 숙련에 대한 장기 투자와 같은 일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같은 우울한 전망 속에서 노사정 각 주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본고는 이와 관련하여 노사 모두 기업간?부문간 조율(coordination)을 강화하여 임금격차를 축소하고 그를 통하여 중소기업에 우수한 인력이 확보되도록 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는 단순히 노동 측면의 이상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며, 국내적 산업연관의 고도화를 통하여 사용자들과 경제 전체의 경쟁 체질을 강화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간 조율의 촉진자, 방향 제시자 역할을 할 것과 동북아 분업구조의 진전과 더불어 노동외교를 강화할 것이 제안되었다.

한편 본고의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이제까지 경영학의 인사관리 이외에 고용관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 온 중간관리자와 기술자들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들은 생산직 중심의 노동운동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으며, 따라서 생산직 이상으로 장시간노동과 고용불안, 그리고 높은 노동강도에 노출되어 왔던 주체들이다. 그런데, 2007년부터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이들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이러한 움직임에 대하여 효과적인 의사대변기구가 발달하지 못하거나 갈등적이고 소모적인 교섭 관행이 등장한다면 그나마 남은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기반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노사정은 새로운 노사관계 지형에 맞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데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Table Of Contents
[도입편]
제1장 서론 / 조성재
제2장 분업구조와 고용관계를 바라보는 시각 / 조성재

[자동차산업편]
제3장 중국 자동차산업의 다국적기업 진출과 고용관계 / 박준식·조성재
제4장 일본 자동차산업의 고용관계 / 오재훤·오리하시 신야
제5장 중·일과 비교한 한국 자동차산업의 고용관계 / 조성재

[전자산업편]
제6장 중국 전자산업의 분업구조와 고용관계 / 장영석
제7장 일본 전자산업의 구조조정과 고용관계의 변화 / 요시모토 데츠오·조성재
제8장 중·일과 비교한 한국 전자산업의 고용관계 / 조성재

[결론편]
제9장 결론 /조성재
Series
연구보고 2006-04
Extent
342
Type(local)
Report
Type(other)
연구보고
Authorize & License
  • Authorize공개
Files in This Item:

qrcode

twitter facebook

Items in Repository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