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p.display-item.heading1???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

Metadata Downloads
Author(s)
배규식이상민백필규임운택이규용
Issued Date
2006
Publisher
한국노동연구원
ISBN
8973565699
Keyword
중소제조업고용관계중소기업
Abstract
1. 문제의 제기
중소기업은 사업체수나 고용에서의 높은 비중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매우 중요하고 고용의 주요 담지자이자 고용창출의 핵심 원천임에도 불구하고 고용관계 연구에서 대기업 위주의 실적, 연구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겨져 왔다.

시장개방과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경쟁은 국내 중소제조업의 구조조정, 해외이전 그리고 국내 제조업의 내부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과 동남아시아에는 국내 중소제조업의 광대한 시장이 새로이 열리고 있다. 국내 중소제조업 은 위기이자 기회를 맞는 가운데 새로운 국제분업질서에 맞추어 전략을 새롭게 세움에 따라 고용관계도 변화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구조 또한 크게 변화하였다. 인력의 고학력화, 고령화, 여성화 등과 함께 한쪽에서는 청년들의 구직난 속에서도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에서는 생산직을 중심으로 구인난에 허덕이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위와 같은 도전과 변화된 환경 속에서 중소제조업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해외공장을 세우거나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등을 선호하게 되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를 중소제조업이 놓여 있는 맥락과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소제조업의 외부환경은 무엇이 변화했으며, 고용관계에 영향을 주는 외부환경은 중소제조업에 어떤 구조적 제약을 가하고 있는가? 또한 외 부환경 변화에 중소기업의 소유주-경영자들은 어떻게 대응을 해 왔으며 고용관계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또한 변화된 환경과 구조적 제약 및 새로운 경영전략 속에서 형성된 중소제조업 고용관계의 성격과 특징은 무엇인가?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에서 기업간 공통성과 차이는 무엇이며 그 차이를 낳는 변수들은 무엇인가? 우리와 유사한 변화된 환경 속에 있는 일본과 독일의 중소제조업 고용관계는 어떠한가를 알아본다. 더 나아가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그 이론적 함의와 정책적 대안도 함께 강구해 볼 것이다.

제2장에서는 기존의 중소기업 고용관계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본 연구에서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를 접근하는 이론적 틀을 세우고 적절한 연구방법론과 데이터 수집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중소제조업의 구조와 변화하는 환경에 대해 고용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중심으로 분석할 것이다. 제4장에서는 중소제조업의 노동시장을 고용, 노동력의 수급, 임금, 노동조건, 복리후생이라는 측면을 중심으로 분석할 것이다. 이어 중소제조업의 지배구조, 인사전략을 분석하는 가운데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에 대해 인사관리, 중소제조업 노조와 이익대표성, 노사관계 일반을 중심으로 사업체패널 데이터 분석을 기초로 하여 살펴보고 있다. 제5장에서는 7개의 사례연구를 통해 사업체 패널조사 중심의 양적 연구가 갖는 한계를 보완하여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 제6장에서는 우리와 유사한 외부적 환경에 놓여 있는 일본과 독일의 중소제조업과 고용관계에 대해 사례연구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제7장에서는 연구결과를 요약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소제조업 고용관계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함께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할 것이다.

2. 중소기업의 고용관계 선행연구 검토와 이론적 틀

중소기업의 고용관계에 대한 기존 연구는 크게 미화론ㆍ조화론(harmony thesis), 비관론(bleak house thesis)ㆍ고한(苦藁)노동론(sweatshop thesis), 구조결정론(structural determinism-시장결정론, 하청종속이론), 유연적 전문화론(flexible specialization)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화론ㆍ조화론(harmony thesis), 비관론(bleak house thesis)ㆍ고한노동론(sweatshop thesis)은 각각 중소기업 고용관계의 특정 측면을 확대ㆍ과장하고 있어 복잡하고 모순적이기까지 한 중소기업의 고용관계를 전체로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시장결정론이나 하청종속이론은 중소기업이 놓여 있는 구조적 제약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여 중소기업 소유주-경영진이 가진 일정한 전략적 선택의 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결정론적이다. 유연적 전문화론은 전통적인 수공업적 생산방식을 이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구조와 행위자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상황이론은 중소기업의 고용관계가 중소기업의 외부환경(시장구조와 지위), 기업규모, 노동시장, 제도적 변수, 경영 전략과 스타일 혹은 근로자 등 중소기업 내부 주체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이 이론은 구조결정론, 미화론ㆍ조화론, 비관론ㆍ고한노동론 등에 치우치지 않고 중소기업의 다양하고 이질적이며 때로는 모순적이기까지 한 고용관계의 여러 가지 요소들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다. 그러나 아직 이 이론은 외부환경 변화에 따른 동태적인 시각을 담아 내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중소기업 고용관계의 다양한 측면들이 종속변수로 나타난다. 임금, 노동조건, 복리후생, 작업조직, 직업훈련과 교육, 임금과 근로조건의 결정, 노사관계, 노사협의회, 의사소통, 고충처리 등이 그것이다.

본 연구는 중소제조업을 대상으로 하며, 20인 이상의 828개 사업체 노사대표자들을 대상으로 한 「2004년 사업체 패널」을 기초 데이터로 이용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규모별 구분뿐만 아니라 유노조 사업체, 무노조 노사협의회 사업체, 무노조 무노사협의회 사업체로 나누어 각각의 노사관계 특성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본 연구를 위해서 양적 연구방법과 질적 연구방법이 함께 사용되었다. 먼저 한국노동연구원의 「2004년 사업체 패널」의 통계를 기초로 하여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를 분석하였다. 아울러 노동부와 통계청의 노동통계,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발간한 각종 통계자료 등을 종합하여 양적 분석을 수행했다. 또한 중소제조업의 6개 기업과 1개의 지역 업종의 고용관계 사례연구를 통해 중소기업 고용관계에 대한 미시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또한 중소제조업이 강한 독일과 일본의 중소제조업 및 고용관계를 변화하는 환경과 중소제조업의 전략 속에서 살펴봄으로써, 한국의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를 국제비교적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했다.

3. 중소기업과 중소제조업의 구조와 환경변화

한국경제가 지난 30여 년간 재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나 중소제조업이 대기업과의 원ㆍ하청관계 속에서 혹은 독립적으로 사업체, 고용, 생산액과 부가가치의 측면에서 매우 빠르게 성장해 왔다. 중소제조업의 궤적은 다수의 중소기업 설립-일부 성장과 다수 퇴출-새로운 중소기업의 설립이라는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역동성과 불안정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중소제조업은 생산액이나 부가가치는 1990~2003년 사이에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으나 고용은 낮은 성장률을 보여 노동생산성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제조업 가운데 중소기업(소기업)의 비중이 1990~2003년 사이에 98.2%(85.5%)에서 99.4%(92.2%)로 높아지고 제조업 생산액도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생산비중도 같은 기간에 42.7%에서 50.6%로 증가하였다. 2003년을 기준으로 중소제조업에서 중화학공업의 생산비중은 70.6%, 고용비중은 61.2%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외국과 비교해도 중소제조업의 중화학공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94~2003년 사이에 1인당 부가가치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활동도 강화되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중소제조업체의 비율이 크게 늘어나고 투자액도 늘었으나, 여전히 영세하며 연구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해외이전만이 아니라 국내기업들의 국제화와 해외시장 개척, 유기적 분업구조의 구축이라는 측면도 있다. 중소기업들의 해외투자액의 비중과 액수가 커가는 가운데 아시아 투자액이 60.1%, 중국투자액이 40% 수준에 이르고 있다. 중소제조업이 국내사업을 중심으로 하면서 해외 특히 동북아의 국제분업구조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소제조업 가운데 하청업체라고 할 수 있는 수급기업의 비중이 약간 감소하여 원청기업 의존도가 낮아졌지만 여전히 63.1%에 달하고 있다. 원하청관계에서 1차 하청회사의 비율이 61.4%, 2차 하청회사가 33.3%, 3차 이상 하청회사가 5.3%에 이르고 있다.

4. 중소제조업의 노동시장과 고용관계

가. 중소제조업의 노동시장

중소제조업의 노동력은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사무관리 등 간접인력이 상대적으로 많고, 직접 생산이나 연구를 담당하는 인력이 적다.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의 사용은 특히 소기업의 비정규직 비중이 높아 30인 미만 사업체에 비정규직 근로자의 67.5%가 밀집되어 있다.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이유는 불규칙한 생산량, 안정적 인력확보의 곤란 때문이었다.

중소제조업 생산직과 고졸의 이직률이 다른 직종에 비해 높다. 인력부족 현황을 직종별로 보면 생산직과 연구직의 인력이 부족하며, 인력부족의 가장 큰 원인은 상대적 저임금이며 여기에 열악한 작업환경·복리후생 미흡 등의 순이다. 이런 노동력 부족 현상에 생산설비의 자동화 추진, 외국인 인력 활용 확대, 여성인력 활용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기업과 소기업 사이의 임금인상률의 차이로 임금격차가 확대되어 왔다. 중소기업은 특별급여, 비현금급여, 법정외 복리비, 후생복지 등이 대기업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세기업들의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나. 중소제조업의 인적자원관리

중소제조업에서는 소유주-경영자 비중이 높고 여기에 소유주가 사실상 경영을 하거나 전략적 결정을 하는 사업체를 합치면 전체 의 약 85%에서 소유주가 경영권을 행사하는 소유주 책임경영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소제조업의 소유주-경영자 모델은 중소제조업 내부적으로 인사관리와 노사관계에서 소유주-경영자의 철학, 의식, 개인적 경험, 스타일 및 선호도 등이 의사결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대다수 중소기업의 고용관계 전략과 스타일은 전통주의, 온정주의에 협의주의가 일정하게 가미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제조업의 인사전략은 인건비를 고려하여 외부노동시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조달하는 식의 외부수급(buy)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제조업의 인사관리에서 신규인력 채용시에 장래 발전가능성보다도 실무경험을 중시하며, 전문화, HRM에서도 대기업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고 있다. 다수의 중소제조업에서 사용자의 외부노동시장 의존, 비용절감 전략에 대해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대응은 높은 이직(exit)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제조업의 작업조직(업무의 자율성, 업무순환과 다기능화, 품질개선 등)과 관련하여 경영자는 직접적인 통제(direct control)에 의존하는 편이다. 다기능화나 기능적 유연성에 있어서 분업과 전문화가 덜 진행되어 있으며, 인력부족으로 구상과 실행이 미분리된 상태로 있다. 품질개선과 관련된 새로운 관행(practices)들을 도입하고 이행하는 데 있어서도 소극적이며, 작업조직 관리에서 뒤떨어져 있다. 따라서 작업조직의 혁신이 중소제조업의 upgrading을 위한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중소제조업에서는 교육ㆍ훈련에 대한 낮은 투자로 인해 기업 내부에서 기능과 지식의 체계적인 전수, 학습, 축적이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인적자원 개발에도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다. 결국 작업장 혁신, 제품의 질 혁신, 생산과정의 혁신 등을 위한 인적자원의 혁신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 혁신적인 중소기업에서는 교육ㆍ훈련에 대한 투자 혹은 우수한 인력의 채용을 통해 혁신역량을 높이고 있다.

다. 중소제조업의 노조와 근로자들의 이익대표성

중소기업에서 기업별 노조체계로 인해 노조의 영세성과 조직구조의 파편성 및 낮은 노조 조직률이 상호 연계되어 중소기업 노사관계의 취약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노조 조직률이 낮은 이유는 중소기업의 구조적 특성, 노동조합의 중소기업 조직화 사업 경시 때문이다. 중소기업에서는 매우 낮은 노조 조직률과 근로자 이익대표성의 결핍 혹은 부재를 상대적으로 높은 노사협의회 설치율로 보완해 주고 있다.

라. 중소제조업의 노사관계 전반

중소제조업의 노사관계는 규모에 관계없이 다양한 측면에서 협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 노사관계를 저해하는 노조측 요인으로는 임금인상 위주의 분배교섭 관행, 회사경영에 대한 이해부족, 이기적 노조주의를 지적했다. 경영진측 저해 요인으로는 불합리한 인사노무관리가 지적되었으나 노조측은 사용자의 노조활동 탄압과 반노조 정서 그리고 경영정보 미공개를 든 반면, 사용자측은 위계적 의사결정구조, 소유와 경영의 미분리를 들고 있어 노사간에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중소기업에서 노사협의회 설치율은 꽤 높은 편이며, 노사대표의 노사협의회 출석률이 높고 분기별 의무개최 규정을 지키고 있었다. 유노조 사업체에서는 노사협의회가 단체교섭의 보조적인 수단화되고 있었으며, 무노조 사업체에서 노사협의회는 임금협상을 위한 기구로 활용되었다. 노사협의회는 작업환경, 임단협 사전조율, 근로자 복지개선을 위한 논의의 장인 동시에 경영정보 공유, 생산성 향상 논의를 위해 이용되고 있었다.

중소기업의 노사협의회는 사용자가 주도하는 편으로 노사합의를 고집하지 않았다. 중소제조업에서도 여러 가지 의사소통 채널이 꽤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효과적인 활용 여부는 경영진과 관리자들의 의지와 태도에 달려 있다. 뿐만 아니라 무노조 무노사협의회 사업체에서는 노조나 근로자 집단의 압력 부재로 다양한 의사소통 채널의 활용률이 낮았다.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의 각 측면을 살펴본 결과,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는 하나의 동질적이거나 단순한 것이 아니라 이질적이며 모순적인 요인들이 동시에 혼재하며, 복잡하고 다양한 측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5.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 사례연구

6개의 중소제조업 개별회사 사례와 1개의 지역적 제조업 사례를 통해서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를 들여다보았다. 일부 회사는 친인척관계나 특수한 제품의 독점수입권을 통해 경쟁이 배제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낼 수 있으나 혁신성에 기초한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일정한 혁신능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은 내부 연구개발을 통한 제품기술 향상, 다양한 방법을 통한 제조기술의 향상을 통해 국내외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었다. 일부 회사는 연구개발능력, 내부혁신, 인적자원관리, 교육훈련, 노사관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기업에 뒤떨어지지 않는 역량과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독립적인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고용관계의 측면에서 상당한 수익을 내거나 혁신적인 중소제조업들이라고 해도 임금수준을 비롯한 직원들에 대한 처우, 특히 복리후생의 수준은 대기업이나 공공부문보다 상당히 뒤져 있었다. F사를 제외한 모든 회사에서 직원처우, 후생복리, 인사관리 등이 열악하거나 불충분하여 개선의 여지가 많이 있었다.

원하청관계나 경쟁으로부터 오는 구조적인 제약으로 인해 낮은 수익성 혹은 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불가피하게 처우를 제대로 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외에도 중소기업에서 직원들에 대한 대우, 인사관리, 교육훈련, 복리후생은 경영진의 혁신능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경쟁력의 원천으로서의 인적자원에 대한 인식 및 투자전략에 따라 좌우되었다.

사례 중소기업 중 유노조 기업은 한 군데였으나 유명무실했고, 나머지는 모두 무노조 기업들이었다. 또한 사례기업 중 한 회사를 제외하고는 노사협의회는 매우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대다수의 사례 중소기업들이 직원들의 요구, 불만, 고충에 대해 충분히 주목하지 못하고 있었다. 6개 사례 중소기업 중 3곳에서 연구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2개 회사에서는 신규 연구인력들이 제품개발을 할 수 있는 경력을 갖게 되면, 더욱 보수와 처우가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것이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었다.

중소기업에서 현장 숙련인력, 경력직 기술인력과 연구개발인력의 잦은 이직으로 기업내 숙련이나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약점이 노출되고 있었다.

중소제조업에서 생산기술의 개선과 혁신은 현장의 숙련인력, 기술인력들에 의한 기업 특수적 숙련과 노하우 축적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경력직 근로자들의 잦은 이직으로 중소제조업의 혁신 역량에 상당한 손실을 보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소기업 일반에서 작업장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 여지가 매우 많이 있다.

6. 외국의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

일본과 독일 사례는 서로 비교하는 내용이 다른 점이 많아서 평면적인 비교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일본과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변화하는 외부환경 속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다른 방법으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중소기업들의 교육과 직업훈련이 약화되는 가운데 일부 중소기업들은 인재육성을 중심으로, 과거의 원하청관계를 넘어서서 전문성을 쌓아 나가고 있다. 독일 중소기업들도 어려움 속에서 독일시스템이 가진 장점과 유연성을 이용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독일의 전통적인 직업훈련 시스템의 현대화를 통해서 숙련노동력을 양성하고, 노사관계가 이를 뒷받침하는 등이 그것이다.

노사관계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경우 노동조합이 사실상 유명무실화되는 가운데 무노조 기업에서도 종업원조직이나 노사협의회를 통해 유노조 기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노사협의를 통한 임금과 노동조건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가운데 정규직 중심의 노사관계 속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격차는 매우 커지고 있다. 일본의 중소기업에서는 중소기업에 불리한 외부환경 변화가 구조조정, 노동조건의 상대적 악화, 직업훈련 약화 등으로 중소기업 고용관계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하여 포괄적인 산업별 노사관계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대기업 노동자들에 비해서 상대적인 불이익이 적고, 비정규직을 포함한 상당수 노동자들이 보호를 받고 있다.

독일에서는 산업별 노사관계시스템이, 불리한 외부환경이 중소기업의 고용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데 중요한 완충역할을 하고 있다.

7.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 요약과 논의

(1) 중소제조업 고용관계의 특징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에서 발견되는 특징들은 고용관계의 다양성, 가부장적, 개인적 고용관계, 고용관계의 비공식성, 근로자 이익대표성의 부족, 법 제도적 규제의 한계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고용관계의 다양성은 중소기업이 단순히 그 크기만이 아니라 외부시장환경, 원하청관계, 기술, 노동시장, 산업과 업종, 제품, 기술, 경영자의 철학이나 전략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있으며, 많은 변수만큼이나 고용관계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중소기업 고용관계의 다양성은 고용관계의 이질성(heterogeinity)과 복잡성(complexity)을 포함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에는 종종 개인적, 온정주의적 속성이 강하게 들어 있다. 이러한 속성은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온정적 가부장주의는 근로자들의 고충과 불편을 비교적 세심하게 돌보아 주는(caring) 측면에서는 실용적으로 근로자들에게 편리하다. 그러나 온정적 가부장주의는 중소기업의 소유주-경영자가 일방적으로 판단하여 근로자들에게 이런 저런 조치를 해 주는 식이다.

셋째, 중소기업 고용관계는 비공식성(informality)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중소기업에서는 규모가 작을수록 고용관계를 규율하는 규칙이 각종 규정(인사 규정, 취업규칙)으로 공식화되어 있지 않기 쉽다.

넷째, 중소기업의 고용관계에서 비공식성과 함께 공식성이 공존 하고 있다. 만약 비공식성만이 존재한다면, 중소기업은 무질서 때문에 유지가 불가능할지 모른다. 중소기업 고용관계의 비공식성은 취업규칙, 인사규정, 근로기준법과 같은 공식성이라는 뼈대가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견주어 볼 기준을 갖게 된다. 중소기업에서는 고용관계의 공식적 규율이 듬성듬성해서 비공식성이 차지할 공간이 크다.

결국 중소기업의 고용관계는 시장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소유주-경영자의 전제(autocracy)가 지배하는 것도 아니다. 중소기업 내부에서 일종의 노사간의 비공식 협상, 양해, 타협에 의한 비공식성, 소유주의 직접적 전제, 시장의 채찍, 법제도적 제약 사이에 근로자의 숙련, 희소가치, 그리고 우애적 혹은 가족적 관계의 정도가 매개되어 결정된다(Gilman et al., 2002: 54).

중소제조업은 대다수 무노조기업이기 때문에 단체교섭이 없어 단체협약, 임금협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노조 부재, 단체협약 적용 제외로 중소기업의 고용관계는 노사협의회가 있는 경우에는 노사협의회와 회사의 취업규칙, 근로기준법 등 법으로 최소한의 규제를 받는다. 중소기업의 집단적 고용관계는 존재하지만 근로자들을 집단적으로 대변할 조직이 없기 때문에 노사의 권력관계와 노동시장의 채찍이 주로 지배하는 공간이 된다. 중소기업의 고용관계는 형식상으로는 규제가 없는 자유로운 관계처럼 보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노동시장이라는 외부적, 구조적 힘과 권력관계가 그대로 영향을 미치는 불평등한 공간이 된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제도화된 채널로 노조나 노사협의회가 존재하지만, 중소기업 노조 조직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노조가 없는 노사협의회는 사용자가 주도하는 경향이 있으며, 근로자들의 집단적 압력과 목소리를 담는 기제로는 불충분 하다. 30인 미만의 소기업은 노조 조직률이 극히 미미하고 노사협의회 설치의무도 없어 근로자들의 이해대표성(representation)에서심각한 결핍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더구나 중소기업 사용자들은 노조 조직화에 적대적이며, 가부장적 온정주의적 시각에 의해 지배되는 경향이 있어 근로자들의 집단적 이해는 대변되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각 팀이나 부서 혹은 집단별로 관리자와의 면담, 동료 노동자들을 통한 압력 등 비공식적인 협상채널(negotiated channels)을 갖고 있는데 그 채널에 의해 근로자들은미약하나마 일정 정도로 그들의 고용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나. 중소제조업 고용관계의 3국 비교

독일과 일본은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하며, 특히 중소제조업들의 경쟁력 또한 세계시장에서도 매우 강하다. 이에 비하여 한국의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으나 일본과 독일의 중소제조업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맥락과 역사적 궤적이 다르지만, 단순화와 맥락의 불충분한 고려라는 점을 무릅쓰고 이 세 나라 중소기업의 변화와 고용관계를 과감하게 비교하고자 한다.

먼저, 세 나라 중소제조업들이 일정한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경제적 개방과 통합, 가격경쟁의 심화, 금융시스템의 변화, 빠른 기술발전 등으로 유사한 압력에 직면해 있다. 독일 중소제조업은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 일본은 장기에 걸친 불황, 한국은 IMF 외환위기의 충격과 회복을 거치면서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위기를 경험했다. 그 결과 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을 했거나 혹은 전례 없는 비율로 해외로 진출하여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둘째, 세 나라 중소기업들은 국내적으로 대기업과의 수직적 하청관계에 상당한 정도로 의존해 왔는데, 대기업들의 글로벌 아웃소싱, 해외진출로 상호의존적인 하청관계가 약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의 대기업과의 안정적인 거래관계가 무너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 세 나라 하청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고 생존하기 위해 해외로 진출하여 새로운 시장에 접근하고 혹은 원청 대기업과 해외에 동반 진출하여 정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 일본, 독일 세 나라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변화와 특징들을 살펴보자. 먼저 세 나라 중소기업들은 중국, 동유럽, 동남아시아 등으로부터 밀려오는 제품의 가격경쟁 속에 차별화된 고급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의 강화, 숙련향상과 지속적인 품질개선, 상당한 교육훈련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다음으로 세 나라 중소제조업은 연구개발, 핵심 생산공정, 품질관리와 개선 등에 집중하기 위해 해외공장의 건설을 통한 내부 국제분업과 비핵심 분야, 노동집약적 생산과정의 외주화를 통해 저임금 노동력을 유연하게 활용하고 있다. 해외공장 건설과 외주화는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수요변화에 따른 유연성, 해외의 싼 노동력과 재료의 효과적 사용, 국내의 고숙련 노동력의 핵심적 생산과정 투입을 통해 국내외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다.

셋째, 세 나라 중소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더욱 많이 사용함으로써 인건비를 줄이고, 수요변화에 따른 유연한 생산과 고용 유연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수요의 변화를 노동시간의 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노동시간의 유연성도 최근 독일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으나 일본과 한국의 중소기업에서는 오래 전부터 연장근로가 노동시간 유연성의 주요 수단이 되었다.

넷째, 독일은 직무와 숙련도에 따른 외부노동시장의 발달로 중도채용이 보편화되어 있는 데 비해 일본과 한국의 중소기업에서는 근래 들어 높은 비율로 중도채용을 확대하여 사용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중도채용 근로자도 교육과 훈련을 통해 사용하고자 하기 때문에 ‘기본능력ㆍ성격ㆍ사고’를 중요시하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외부노동시장에서 경험, 전문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세 나라 중소기업의 고용관계에서 이와 같은 공통점과 함께 상당한 차이점도 발견되고 있다. 먼저 중소기업의 노사관계에서 두드러지는 차이가 있다. 독일은 중소제조업에 산별협약이 적용되어 임금과 기본 근로조건이 산별협약에 의해 규율된다. 한국과 일본의 중소기업은 기업별 노사관계시스템으로 인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독일 중소기업에서는 산업수준에서 노사의 이익대표성(interest representation)이 보장되고 있으나 한국과 일본의 대다수 중소기업에서는 노조가 없어 이익대표성의 부재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집단적 노사관계에서의 독일과 한국ㆍ일본 간의 큰 차이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임금격차가 독일은 10~15%인 데 비해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훨씬 크게 나타나는 결과와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독일과 일본의 중소기업에서는 기업경영을 담당했던 소유주-경영자와 현장에서 생산을 담당했던 숙련공들이 함께 고령화가 되면서 중소제조업의 계승, 숙련전수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의 소유주-경영자나 숙련공들의 계승과 전수가 아직은 큰 문제로 대두되지는 않고 있다. 한국에서 베이붐 세대는 독일이나 일본보다 7~10년 늦게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다. 중소제조업 고용관계 결과의 이론적?정책적 함의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에 대한 실태조사와 사례연구 증거를 종합해 볼 때, 앞서 이론적 검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미화론/조화론 혹은 그와 반대로 중소기업을 착취와 억압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보는 비관론/고한노동론이 모두 과장되었거나 일면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과 독일의 중소기업 고용관계 사례연구도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의 고용관계가 그렇게 조화롭고 아름답지 않으며, 그렇다고 비관적이고 어둠침침한 착취의 현장도 아니라는 점에서 미화론/조화론 및 비관론/고한노동론을 논박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중소기업을 제2차 노동시장으로 간주하여 저임금, 낮은 부가 혜택, 연금, 승진기회 부재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론, 원하청관계에서 오는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이론은 사례연구나 실태조사 결과 부정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달리 중소기업들은 중층적인 원하청관계와 중소기업 내부의 국제분업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하청이나 치열한 경쟁적 환경이라는 상당한 구조적 제약 속에 있으면서도 고용관계에서 다양성을 보이고,
대기업보다 낮기는 하지만 직원들에 대한 처우개선, 연구개발역량의 축적을 해 나가고 있어 하청기업 종속론의 시장결정론적 논리를 부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유연적 전문화론에서 주장하는 수공업적 생산방식을 가진 소기업들의 네트워크가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인력부족, 가격경쟁의 압력 속에 노동절약적 자동화, 합리화를 통한 효율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중소제조업에서는 새로운 고급제품, 다양한 제품개발의 여지를 갖고 있어 차별화된 경쟁을 지향하는 제품들을 연구개발을 통해 생산해 낼 수 있다. 또 같은 제품이라도 보다 질 좋고 흠결 없는 제품을 제조기술 개선을 통해 생산해 낼 수 있다. 바로 이처럼 차별화된 제품, 고급제품을 생산해 내는 것은 중소기업 경영진의 전략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결국 문제가 되는 구조적 변수와 경영진의 전략 사이에는 매우 유연한 상호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구조적 제약이 크고 강하면 강할수록 전략적 선택의 폭은 좁아지며, 구조적 제약이 적고 약할수록 경영진의 전략적 선택의 여지가 넓어진다. 구조적 제약이 적고 약하다고 경영진의 전략이 성공을 보증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Table Of Contents
제1장 문제의 제기 / 배규식
제2장 중소기업의 고용관계 선행연구 검토와 이론적 틀 / 배규식
제3장 중소기업과 중소제조업의 구조와 환경변화 / 배규식·이규용
제4장 중소제조업의 노동시장과 고용관계 / 배규식·이규용
제5장 중소기업의 고용관계 사례연구 / 배규식·이상민
제6장 외국의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 / 백필규·임운택
제7장 중소제조업의 고용관계 요약과 논의 / 배규식
Series
연구보고 2006-09
Extent
406
Type(local)
Report
Type(other)
연구보고
Authorize & License
  • Authorize공개
Files in This Item:

qrcode

twitter facebook

Items in Repository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