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p.display-item.heading1???

동북아 제조업의 분업구조와 고용관계 (Ⅰ)

Metadata Downloads
Author(s)
조성재장영석오재훤박준식김혜원
Issued Date
2005
Publisher
한국노동연구원
ISBN
8973565117
Keyword
제조업분업구조고용관계자동차산업한국
Abstract
글로벌 경쟁의 심화 속에서 한편으로는 블록화가 진행되고 있어 동북아지역 한중일 3국간 경쟁과 협력 관계는 향후 점점 더 그 중요성을 더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경제의 급속한 부상과 일본경제의 회복 속에서도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에 있어서는 더욱더 산업발전 전략과 그와 연관된 고용관계의 발전방향을 모색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노동조합운동을 중심으로 중국경제의 부상과 해외직접투자 증대에 따라 제조업 공동화, 혹은 산업공동화론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노사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03년 현대자동차 단협에서는 활발한 해외직접투자로 인한 고용불안을 우려하여 국내 생산량을 유지하고 부품의 역수입을 금지한다는 등의 공동화 대책이 포함되었으며, 2004년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산별 중앙교섭에서 역시 제조업 공동화 방지를 위한 노사정의 노력 방향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사합의들이 어느 정도의 내용성을 갖고 있으며, 올바른 방향으로 합의가 도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사관계 측면의 산업공동화 의제에 대한 답을 모색하는 과정은 다름 아닌 동북아지역 내에서 한국의 분업구조상 위치를 정확히 자리매김하고, 그 실현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이다. 특히 3국의 고용관계 비교 연구가 필요할 것인바, 그것은 자본과 기술, 상품의 이동에 대하여 노동이 갖는 의미와 역할을 규명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분업구조의 설정은 고용관계와의 상호 작용 속에서 규명되어야 하고, 이에 입각하여 노사정의 실천전략이 도출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연구 주제가 워낙 방대하고 복잡하여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3개년에 걸쳐 이러한 연구과제에 복무한다는 계획을 설정하고 1년차 연구인 본 보고서에서는 기초 정보를 확인하는 거시분석을 수행하였으며, 아울러 거시분석만으로는 구체적인 산업현장의 모습을 담아낼 수 없다는 문제의식하에 3국에 있어서 공통적 중심 산업인 자동차산업에 대한 사례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서 선정된 주제는 네 가지로서 첫째는 산업공동화, 혹은 제조업 공동화와 관련하여 그 논의의 근거는 무엇이고, 우리보다 앞서 그러한 논란이 벌어진 일본의 실상은 어떠하며, 우리나라에서 제조업 공동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는가 등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둘째는 동북아지역 내에서 어떠한 내용의 분업구조가 바람직하고 그것은 어떻게 달성 가능한지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 주제는 산업정책과 기업을 운영하는 주체뿐 아니라 일자리를 지키고 생활수준을 향상시켜야 하는 노동운동에게도 사회적 대화와 교섭을 통하여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셋째는 동북아지역의 분업구조와 관련하여 세 나라의 고용관계 시스템의 차이에 대한 기본적인 비교연구를 수행하고자 하였다. 이는 자본과 노동의 이동이 빈번해지는 현실에서 상호간의 차이와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협력관계의 고도화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넷째, 글로벌 통합경제 시대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초국적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까지도 해외에 현지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의 제도와 시장, 문화, 관행의 차이에 적응하면서도 나름대로의 기업경영의 강점을 살려 나가는 기업전략, 그 중에서도 고용관계 전략에 대하여 검토해 보고자 하였다. 이처럼 미시적인 단위에서의 과제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지역내 경제의 통합성이 증대될수록 3국을 넘나들며 경제활동을 전개하는 기업이라는 경제주체의 전략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것은 기업단위 혹은 작업장 단위에서 노동조건의 유지개선을 도모하고 영향력을 유지해야 하는 노동조합운동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경제학, 노사관계학, 사회학, 경영학 등 다학문에 걸친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 study)와 거시자료 및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통계적 분석, 한중일 3국의 9개 완성차업체 및 13개 부품업체에 대한 현장 방문조사, 중국과 일본의 관계 연구기관에 대한 방문면접과 문헌 연구 등 복합적인 방법론을 통하여 접근한 결과, 네 가지 연구주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 제조업 공동화론의 실상과 허상

수입품에 의한 국내 생산품의 대체, 보다 중요하게는 해외직접투자의 증가에 의한 국내 수출분의 감소와 역수입의 증가로 자국의 산업생산이 감소하고 관련 산업이 연쇄적으로 약화됨으로써 일자리가 줄어드는 공동화(hollowing out)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공통적인 현안이 되어 왔으며, 현재도 각국 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뜨거운 쟁점으로 제기되어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험을 살펴본 결과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진행된 빠른 엔고하에서 해외직접투자가 급속히 증가함으로써 1차 공동화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었으나, 당시 국내 생산이 늘어나면서 고용감소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차 공동화 논의는 1990년대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대한 직접투자가 증가하면서 실제로 제조업 고용이 크게 감소하고 실업자가 늘어나며, 비정규 고용형태가 증가하는 등 노동시장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더욱 격화되었다. 그러나 산업생산의 감소는 고용감소만큼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산업과 고용사정의 악화는 1990년대의 일본경제의 장기침체와도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해외직접투자로 인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공동화론에 대한 비판자들은 이를 탈공업화(de-industrialization) 현상으로 파악하면서 고용의 감소는 주로 노동생산성의 증가 등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나 중국 등에 대한 해외진출이 증가하면서 이들 지역내 생산이 자기완결성을 갖고 일본으로 소비재를 역수출하는 현상이 늘어남에 따라 산업과 고용의 감소에 대한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본과 비교했을 때 외환위기로 인하여 원화가치가 1990년대 중반에 비하여 오히려 하락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해외직접투자가 일어나는 한 가지 요인인 비용경쟁력과 관련하여 환율과 같은 거시경제변수가 아니라 임금과 같은 미시경제변수에 보다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 3차년도 조사결과에 의하면 역시 인건비가 높아서 해외에 진출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역시 시장개척을 위한 것으로서, 단순히 중국 등의 저임금만을 겨냥하여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실제로 분석 결과 2004년 현재 해외진출을 주도하고 있는 부분은 국제경쟁력이 있고 인사노무관리도 선진적인 중공업 부문의 대기업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건비, 노사관계, 인력난 등 노동관련 요인으로 진출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으며, 이들은 일반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로서 소유경영 중심이고 인사노무관리도 비체계적이어서 노사관계도 ‘덜 협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량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 이외에 한계기업들의 탈출성 해외진출도 적지 않게 이루어지는 등 해외진출에 두 가지 성격이 병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결과이다. 국제경쟁력이 있는 업체들은 구미 선진지역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중국에도 진출하고 있는 데 비하여, 노동관련 요인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업체들은 주로 중국 등 저임금 지역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국 등으로의 진출에 의하여 국내 일자리는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 본 연구에서는 해외에 투자된 자본이 국내에 투자되었다면 만들어 냈을 일자리를 추정하는 방식으로 이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에 따르면 해외직접투자가 많았던 2000년에는 약 14만 8천 개, 그리고 2003년에는 약 1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었다. 또한 산업별로는 도소매업에서 3만 4천 개로 가장 많은 일자리가 줄어들었으며, 대중국 투자로 인한 감소량은 2003년에 3만 8천 개 정도였다. 이는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일자리 감소량에 비하여 적은 것인데, 그 이유는 이미 국내에서 투자에 따른 취업유발계수가 작아져서 해외투자에 따른 일자리의 기회비용 역시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되었다. 다만, 이러한 추정방식은 해외에 투자된 자본이 국내에 있더라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더욱이 해외의 투자가 관련 부품소재 등의 수출을 증가시켜 오히려 일자리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다. 실제로 자동차산업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국내 완성차업체들과 동반 진출한 부품회사들의 경우 중국의 부품?소재산업 수준이 낮아서 중국 당국의 부품국산화율 규제를 충족시키면서도 가급적 한국에서 핵심부품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중국과의 투자 및 교역의 증대로 한국은 거시적으로는 산업생산 및 일자리의 증가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동차산업의 중국 현지조사에서 향후 중국으로 진출하는 한국이나 일본 업체, 그리고 중국 업체들로부터 부품을 구입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뿐 아니라 물류비가 작은 부품의 경우 한국으로의 역수출 가능성도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일본 자본들이 1980년대 동남아 진출에서는 자국 경제에 부품소재의 수출 증가로 긍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미쳤으나, 1990년대 이후 점차 관련 산업과 기업들의 동반 진출이 많아지면서 중국과 동남아에서 생산의 자기완결성이 증가하고, 결국 일본으로의 역수입 증가와 일자리 감소로 귀결되었던 것과 유사한 동태적 변화를 예상하게 한다. 따라서 단기적인 효과뿐 아니라 산업의 동태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주의 깊은 관찰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요컨대, 제조업 공동화론과 관련하여 현재로서는 제조업 공동화와 같은 현상은 일어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논리적으로도 탈공업화 현상이나 산업구조 고도화와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아직까지는 한국의 해외직접투자가 국제경쟁력이 있는 핵심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계산업과 취약기업들의 해외진출이 가져올 중소기업 노동자 등에 대한 악영향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인데, 이는 보다 생산적인 부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취업알선 및 직업훈련 활성화 등 이미 구비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충실화를 통하여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만, 앞서 언급한 산업의 동태적 변화에 대해서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는 곧 분업구조의 고도화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 동북아 분업구조의 향방

동북아지역의 동반 발전을 위해서는 이 지역 내부의 풍부한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분업구조가 형성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론적으로 제품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 이론과 안행형(flying geese) 발전 모델 등은 그 수명을 다하였으며, 새로운 분업구조론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중국은 단지 노동력이 풍부할 뿐 아니라 방대한 시장을 배경으로 벌써 상당한 자본을 축적하였고, 무엇보다 첨단기술을 보유한 초국적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전통과 첨단산업이 병행 발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비교우위가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한 산업간 무역보다는 경쟁우위를 놓고 다투는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의 중요성이 점증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산업내 무역에서 중요한 것은 제품간 분업에서 얼마나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에 특화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될 것이다. 또한 글로벌 경쟁의 심화 속에서 초국적기업을 중심으로 한 공정간 분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국민국가를 대신하여 지역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는 것도 최근 세계경제의 동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한중일 시장을 전체로 보고 기업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분업전략을 구상할 필요성이 대두되는데, 일본은 ‘중국위협론’이 수그러들고 제품 아키텍처론에 입각한 분업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단순화하면 제품의 기술적 특성에 따라 이에 강한 기업과 국가가 좌우된다는 것으로서, 일본은 자동차나 일부 전자 및 그 부품산업 등에서 보이는 폐쇄된 통합(integral)형 제품에 강점이 있고, 중국은 오토바이 산업 등에서 나타나듯이 개방된 모듈형 제품에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통합형 제품의 경우 연구개발, 부품조달,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조직역량이 강한 일본이 우위를 갖는다. 이에 비해C와 같이 표준화된 부품을 각기 개발, 생산하여 조립할 수 있는 제품에서는 중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각국과 각 지역, 각 기업에 걸맞는 산업을 제품 아키텍처를 고려하여 선정하고 여기에 집중하려는 분업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은 중국에 대하여 기술과 품질 등에서 경쟁력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특히 자동차부품산업에 대한 현장조사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다. 그러나 일본에 대해서는 열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사례뿐 아니라 거시 지표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제품 아키텍처 이론에 입각하여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해 본다면 자동차와 같은 통합형 아키텍처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는 역시 기업의 조직역량과 이의 부분집합인 고용관계가 대단히 중요하게 부각된다. 발전된 조직역량을 갖고 동북아지역 내에서 제품간 분업에서 고부가 제품에 특화하고, 공정간 분업에서 핵심부품 생산을 주도하는 것이 한계산업과 기업을 포기하는 대가로 획득해야 할 분업상 지위일 것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기술인력뿐 아니라 기능인력의 숙련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고용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대두된다.

◈ 한중일 3국의 고용관계 비교

한중일 3국의 고용관계는 역사적 고유성과 더불어 변화 방향에서 세계화의 일반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최근 비정규직의 급속한 증대를 경험하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일부 기간공(계절공)의 활용에 머물러 왔던 도요타조차 최근에는 9천 명(25%)이 넘는 기간공을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차, 3차 자동차부품업체들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광범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그 비율이 50%를 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는 국유기업 개혁의 과정에서 고용관계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것이 큰 과제였기 때문에 고용과 임금제도에서 상당한 정도의 시장화, 서구화가 진행되어 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기에 초국적기업 본사의 발달된 인사노무관리 방식이 접목되면서 상당한 정도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정규직 사원의 고용안정은 일본과 유사하나 내용상 이는 1998년 현대자동차나 사례대상 부품기업들의 외환위기 당시 고용조정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강제 정리해고 등의 홍역을 겪고 난 이후에 전개된 것이기 때문에 노사간의 불신을 전제로 한 것이다. 사용자들의 거듭된 고용안정 약속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힘에 의하여 고용안정을 달성하려 하며, 이는 해외자본 이동시 국내 고용을 보장하고 역수입을 금지하는 합의에까지 이르게 되는 과정이 설명해 준다.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하여 한국은 완성차나 부품대기업들에서 사내하청이 광범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역으로 부품 중소기업에서는 일용직이나 외국인노동자, 계약직 등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본과 비교되었다.
한국의 사내하청, 일본의 사내하청 혹은 기간공, 중국의 노무공 등 3국의 비정규직 가운데, 정규직 1년차와의 임금격차는 한국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의 기간공은 정규직 1년차보다 오히려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의 파견 노동자는 정규 계약직 노동자와 거의 유사한 직접 임금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5대 보험 등 간접비는 파견회사를 통해 지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같은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에서 한국이 미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문제도 중요하지만, 산업경쟁력과 관련하여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적인 기능향상 프로그램이 빈약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적인 임금 및 승진제도가 취약한 것도 큰 문제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일본 자동차산업은 다능공을 육성하여 이들이 현장의 이상상황에 대처하고 조직적으로 개선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며, 이를 보상하기 위하여 직능자격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경우는 기계적으로 매년 인상되는 기본급과 이에 연동하는 잔업수당과 상여금 등으로 임금이 이루어져 있으며, T/O제로 승진하는 현장 감독자 직제 이외에 기능의 향상을 보상할 수 있는 승진경로는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일본 자동차산업의 정규직이 현장의 조직능력을 지탱하는 ‘핵심인력’인 데 비하여 한국은 단지 비정규 주변 인력과 구분되는 ‘중심인력’일 뿐이다. 따라서 완성차와 부품대기업에서 생산직 노동자들의 숙련을 활용하려는 전략이 수립되지 않을 경우 양적 유연성에 대한 유인은 지속될 것이며, 차별은 구조적으로 재생산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양적 유연성 전략으로는 기능적, 질적 유연성을 기초로 자동차라는 제품 아키텍처에 걸맞는 조직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과 경쟁하기에 벅찰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동차 생산현장에 비하여 한국의 완성차와 부품기업들은 기능수준이 뛰어나고 이에 따른 품질과 생산성도 우월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생산관리 능력이 발달하기에는 아직 중국 자동차산업의 발전 역사가 짧다는 점과 아울러 한국은 일본업체로부터의 생산기술 도입의 역사가 길고, 우수한 인력의 고근속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기업특수적 숙련이 축적되어 있다는 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암묵적 형태로만 존재하며, 오히려 이를 명시화, 체계화하는 것은 일본식 생산방식을 나름대로 해석하여 전세계 작업장에 적용하고 있는 미국계 기업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한국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일본식 생산관리 방식을 모방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훈련에도 주력하였으나, 단기이익 극대화에 주력하고 인력을 최소한도로 줄이면서 교육훈련에 차출할 인원조차 확보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 분업구조와 기업경영을 둘러싼 노사의 전략

동북아지역내 무역 및 투자가 활성화되고 시장 통합성이 증대하여 제품간 분업이든 공정간 분업이든 산업내 무역이 고조될 경우 단연 경제의 중심에는 기업이 자리하게 된다. 자동차산업의 사례를 보았을 때 동북아지역의 경쟁 양상에서 흥미로운 점은 일본이 나 한국 업체들 이외에 구미의 유력한 선진업체들 역시 중국에 현지합작기업을 설립하고 왕성한 투자와 생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독일, 미국, 한국 등 모국에서 기술과 제품을 들여올 뿐 아니라 자신만의 관리방식과 조직문화를 이식하려 한다. 즉 초국적기업은 자신의 고유한 경영시스템의 DNA를 투자유치국에 이식하려는 ‘적용’ 활동을 함과 더불어 해당국의 제도와 문화, 시장환경 등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아울러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적용과 적응이 조화를 이룰 때 해당 기업의 경쟁력이 극대화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본 자동차기업들이 미국 현지생산에서 독특한 일본식 생산방식이라는 경영시스템의 DNA를 갖고 성공하였듯이 각 기업마다 고유의 특장점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하나의 기술이나 하나의 제품만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운영 능력이라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중국에 진출한 VW이나 GM, 혹은 도요타나 혼다에 비견되는 한국업체들의 경영시스템은 중국시장, 나아가 동북아지역에서 시험대에 올랐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영시스템, 그리고 조직능력에서 고용관계는 중요한 구성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한 점에서 정규직의 다기능화에 기초한 현장개선능력을 갖고 있는 일본 자동차산업의 강점이 두드러지며, 반대로 한국이 중국의 추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의 일단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또한 한국에서 대립적 노사관계의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해외에서도 성공하는 것이 수월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논리는 중소기업에도 해당되는데, 5장 사업체패널 조사에서 노동요인으로 진출하는 업체들의 경영전략이나 인사관리가 후진적이었음을 떠올린다면, 이들의 중국 진출은 이미 1990년대부터 인권 및 현지문화 무시나 착취 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듯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동북아지역을 무대로 확장한다고 하여도 여전히 국내 노사관계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모색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오히려 동북아지역으로 시야를 확장했을 때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고 할 것이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그러한 점에서 또 하나의 책임주체임을 알 수 있다. 자본이동으로 인한 일자리의 소멸에 대하여 소극적 방어 전략을 취하는 한 분업구조의 고도화를 통한 고부가가치화의 길에서 소외됨으로써 기존 일자리조차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노동운동의 국제연대활동을 통하여 싸구려 노동이 경쟁의 요소로 부상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한편으로 국내에서는 연대임금전략을 통하여 임금상승의 선도 부문인 대기업의 인상을 자제하고 중소기업의 임금을 올려 우수한 인력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도록 하고, 그로부터 경쟁력 있는 부품소재 산업의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데 일조해야 한다. 물론 여기서 보다 중요한 것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숙련 향상에 대한 유인을 강화하여 장기적인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제품 아키텍처의 특성은 특히 기업에게 중요하지만 통합형일 경우는 기업특수적 숙련이, 그리고 모듈형일 경우 지역내 일반적 숙련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노동운동의 실천 방향에 큰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

◈ 정책 제언

동북아지역내 분업구조 고도화와 고용관계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는 어떠한 정책을 펼 것인가에 대하여 몇 가지 방안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동북아지역 내에서 제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즉 동북아 물류, IT, 금융, 문화 중심지로서의 한국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관련되어 있으면서 고용창출력과 국제수지 효과가 큰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이 필요하다. 동북아지역 내에서 제조업의 무역 및 투자 흐름을 따라 서 사업지원 서비스업이나 금융, 부동산, 건설 등이 동반하여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둘째, 기업이 향후 이 지역 분업구조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 기업 활동에 대한 무제한의 자유나 무원칙한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불법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하는 것은 기술력과 관리능력으로 승부하는 체질을 강화해 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불공정 하도급거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것이 요구된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제도적 환경인데, 개방화에 대비하여 공정한 거래를 통한 중소기업의 육성과 그를 통한 기술협력관계의 공고화를 다져두는 것이 모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기업들의 체질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부문에서도 법의 공정성과 권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탈법적 노동력 이용이 습성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내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하는 과제이며, 그래야만 우수한 경영시스템과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기업체질을 강화할 수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에 있어서 인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일본 및 중국과의 국제훈련프로그램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현지조사 결과 한중간, 한일간 교차훈련과 상호파견이 활성화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 비용부담이 적지 않아 협력선간에, 그리고 노사간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행정적 제약의 완화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논의되고 있는 산업별 인력개발위원회와 같은 데서 국제연수과정에 대한 프로그램과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과 동남아지역간의 국제훈련 활성화를 보았을 때 한중일간 국제훈련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일정한 기금을 정부나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조성하여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일 부품소재의 무역역조가 심각한 상황에서 한일 FTA 등을 앞두고 일본 정부와의 협상 아젠다로 제기하는 것도 유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전체적으로 한중일간 국제훈련 교류에서 한국이 중위수준의 기술력과 기능수준을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하여 동북아 숙련 형성의 가교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일본과의 훈련 교류는 숙련인력 풀을 형성하도록 하여 부품소재산업에서 일본 자본의 직접투자 유치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며, 중국과의 훈련 교류는 중국내 한국법인들의 경쟁력 우위를 보강해 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Table Of Contents
요 약 i

제1장 서 론 (조성재) 1
제1절 문제의 제기 1
제2절 연구의 전략과 구성 3

제2장 중국의 산업화 전략과 제조업 고용관계 (장영석) 9
제1절 도 입 9
제2절 중국의 경제성장과 산업화 전략 10
1. 계획경제 체제하의 산업화 전략 10
2.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하의 산업화 전략 13
제3절 중국 제조업의 고용관계 변화 28
1. 고용제도 변화 29
2. 임금제도 변화 35
3. 사회보장제도 변화 41
제4절 소 결 46

제3장 일본 제조업의 국제화와 새로운 분업구조의 모색 (오재훤,조성재) 49
제1절 일본 제조업의 공동화 논의 50
제2절 일본 제조업의 국제화 실태 53
제3절 제조업의 구조변화와 고용의 감소 61
제4절 새로운 국제분업론의 대두 65
1. 제품특성의 변화 65
2. 아키텍처 이론과 지역별 특성 68
3. 아키텍처론에서 본 일?중 분업구조 71
제5절 소 결 77

제4장 동북아 3국의 무역 및 투자 현황과 한국의 일자리 변동 (김혜원) 79
제1절 서 론 79
제2절 한국의 수출과 해외투자 동향 81
제3절 수출과 일자리 창출 87
1. 자료와 방법론 87
2. 수출의 업종별 취업유발 89
3. 중국과 일본 수출의 취업유발 93
4. 수출과 고용구조 변화 97
제4절 해외직접투자와 일자리감소 102
1. 자료와 방법론 102
2. 투자의 산업별 취업유발계수 104
3. 일자리감소량 105
4. 종사상 지위별 취업유발량 111
제5절 소 결 113

제5장 한국 제조업의 해외진출 현황과 결정요인 (조성재) 118
제1절 문제 제기와 자료의 구성 118
제2절 해외진출 현황과 영향 요인 120
1. 진출 현황과 사유 120
2. 제조업의 경영 특성별 해외진출 현황 127
3. 인사관리와 해외진출 135
제3절 해외진출 지역 결정의 영향 요인 144
제4절 향후 해외진출 전망 151
제5절 해외진출 결정요인에 대한 회귀분석 154
제6절 소 결 163
<부록> 한국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 3차 조사의 ‘해외 진출’ 관련 설문 내용 168

제6장 중국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고용관계 (장영석,조성재,박준식) 173
제1절 머리말 173
제2절 중국 자동차산업의 특징 175
1. 중국 자동차산업의 개요 175
2. 산업정책과 발전 과정 181
3. 완성차 부문의 특징 189
4. 부품 부문의 특징 206
5. 소 결 209
제3절 중국 자동차산업 고용관계에 대한 사례 연구 212
1. 조사대상 기업들의 경영특성과 전략 212
2. 인적자원관리 226
3. 생산관리와 작업조직 및 교육훈련 236
4. 노사관계 242
제4절 소 결 243

제7장 일본자동차산업 인적자원관리의 최근 변화 (오재훤,조성재) 246
제1절 도 입 246
제2절 고용관리 248
1. 비정규직 활용 실태의 개요 248
2. 사례기업의 비정규직 고용 실태 251
3. 비정규직의 고용형태와 방식 253
제3절 임금 및 승진제도 256
1. 정규직 처우제도의 최근 변화 256
2.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260
제4절 작업조직 및 교육훈련 262
1. 교육훈련과 직무배치 262
2. 비정규직의 역할확대 266
제5절 소 결 269

제8장 일?중과 비교를 통해 본 한국 자동차산업의 고용관계 (조성재) 273
제1절 분석시각 및 조사의 개요 273
제2절 자동차산업 고용관계를 둘러싼 환경요인 276
1. 동북아 3국 자동차산업의 개요와 비교 276
2. 한국 자동차산업의 국제화 281
제3절 완성차 부문의 고용관계 비교 287
1. 경영특성 287
2. 고용관리 289
3. 임금 및 승진체계 292
4. 작업조직 및 교육훈련 294
5. 노사관계 298
제4절 부품 부문 고용관계 비교 300
1. 한일 비교 300
2. 한중비교 316
제5절 소 결 339

제9장 결 론 (조성재) 349
제1절 연구결과의 요약과 함의 349
1. 문제의식과 연구의 전략 349
2. 제조업 공동화론의 실상과 허상 351
3. 동북아 분업구조의 향방 356
4. 한중일 3국의 고용관계 비교 358
5. 분업구조와 기업경영을 둘러싼 노사의 전략 363
제2절 분업구조 및 고용관계와 관련한 정책방향 366

참고문헌 370
Series
연구보고 2005-05
Extent
381
Type(local)
Report
Type(other)
연구보고
Authorize & License
  • Authorize공개
Files in This Item:

qrcode

twitter facebook

Items in Repository are protected by copyright, with all rights reserved, unless otherwise indic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