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동 : 1987~2002

Abstract

1987년 ‘6 · 29 민주화 선언’ 이후 한국 사회는 시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단순한 시간의 경과가 아니라 사회를 움직이는 원리의 변화가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1987년 이후 16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도정은 끝나지 않았다. 1987년 이전 시대를 지배한 한 시대의 패러다임 또는 모델이 급속히 붕괴하고, 새로운 패러다임과 모델을 탐색하기 위한 변화와 개혁이 끊임없이 추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16년을 맞는 오늘날까지 변화와 개혁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러한 시대 상황은 노동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1987년 이전 개발연대의 노동 모형은 노동기본권 제한과 이에 대한 보상 조치로서 근로조건에 대한 과도한 법적 보호를 특징으로 한다. 이로 인해 노사 양측의 노사관계 학습의 부족으로 노사 자치주의는 쇠퇴하고 노정관계가 지배하였다. 노동시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내부화하고 기업간 노동이동은 줄어들고, 노동시장의 경직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내부 노동시장의 진전과 평생직장 관행을 배경으로 직업안정서비스 등 노동시장 인프라는 발전되지 못하고 사회안전망도 확충되지 못하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노동 부문에서도 개발연대 모형을 대체하는 새로운 모형을 창출하기 위한 변화와 개혁이 지속되었다. 이 책은 민주화 이후 이러한 노동 부문의 변화와 개혁을 기록하고 분석하고자 한다. 이 시기에 노동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급속히 해제되고 노동운동은 활성화되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직업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은 크게 확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노사관계 모형과 노동시장 모형은 정착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시기를 민주화 과도기라 명명하였다. 과도기는 변화의 시기이자 불안정의 시기이다. 불안정은 사회 갈등과 경제적 비효율을 파생한다. 이로 인해 이 기간 중 우리 사회는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경험하였다.

우리는 지금 이 과도기가 가능한 한 빨리 종식되고 새로운 패러다임과 모형이 정착된 새 시대를 갈구한다. 그리하여 경제적 활력과 사회 제세력간에 협력이 하루 빨리 복원되기를 기대한다. 이 책의 민주화 과도기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새로운 노동 부문 패러다임의 창출을 앞당기기 위한 우리의 강렬한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은 총 22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총론에 이어 제1부는 노사관계를 다루고 있으며 6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부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분석 · 평가하고 있으며 9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제3부는 고용 · 산재보험과 근로복지의 발전을 다루고 있으며 6편의 논문으로 이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