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사회보장제도

Abstract

네덜란드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절정에 달했던 무노동?유복지로 인해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이라고 불리워질만큼 경제 및 사회보장 분야에서 고질적인 문제를 지닌 국가로 알려지게 되었으나 1982년 바세나르협약(Wassenar Accord)을 계기로 사회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에 착수하여 20여년이 지난 현재는 저렴한 근로비용, 이를 바탕으로 한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확보, 괄목할 만한 고용신장 측면에서 오히려 모범적인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가 시현하고 있는 장기적인 임금 안정과 실업률 감소는 피용자보험제도를 중심으로 발전한 네덜란드의 사회보장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바, 네덜란드의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와의 관계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판단하에 본 보고서에서는 1970년대 이후 만연하였던 소위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을 극복하는 과정을 사회안전망의 현황, 발전과정,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에서의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네덜란드의 사회보장제도는 크게 3층(three pillars)체계로 분류할 수 있다. 첫번째 층(first pillar)은 피용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피용자보험제도(Employee''s insurance schemes)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상병보험(ZW)?장애보험(WAO)?실업보험(WW)?의료보험(ZFW)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번째 층(second pillar)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보험제도(National insurance scheme)로서 노령연금(AOW)?유족급여(ANW)?특별의료보험(AWBZ)?아동수당(AKW)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국민보험제도 중 가장 중요한 제도는 노령연금(AOW)이며 65세 이상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최저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세번째 층(third pillar)으로는 최저소득(minimum guaranteed income)을 보장하기 위해 세금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공공부조제도(social assistance scheme)를 들 수 있다. 공공부조제도는 부가급여(TW), 장애청소년을 위한 장애부조(Wajong), 노령?부분장애 실업자를 위한 소득지원(IOAW), 노령?부분장애 실업자영자를 위한 소득지원(IOAZ), 국가지원(ABW)을 들 수 있다. 네덜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섬유·조선 등 저임금의 노동집약적 업종을 전략산업으로 설정하여 전후복구에 나선 뒤, 정부·재계·노동계가 합심하여 임금을 안정시키고 노사협력을 공고히 함으로써 1960년대에 이르러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의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노?사?정간 협력기반이 약화됨에 따라 근로자들의 임금인상과 복지요구가 폭발한 반면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유인은 현저하게 감소되었다. 1970년대 들어 두번의 오일쇼크를 경험하면서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됨에 따라 네덜란드 정부는 재정확대정책을 사용하였으나 오히려 임금상승과 사회보장비용만 남용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네덜란드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임금조정, 생산성 증가, 복지수요 폭발로 비대해진 복지구조를 개혁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음을 깨달은 뒤 1982년의 바세나르협약으로 알려진 노?사의 2자 사회적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바세나르 협약에 따라 노동시장 단축을 통한 임금인상 억제와 일자리 공유는 가능하게 되었으나 55세 이상 고령근로자의 조기퇴직현상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처럼 고령근로자의 조기퇴직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도입된 실업?상병?장애급여를 포함한 사회보장제도가 고령근로자에 유리한 조건으로 제공되어 고령근로자에 대한 노동시장 퇴출제도(social security pathways)로 잘못 남용되었기 때문이다. 또다른 이유로는 조기퇴직제도(VUT)라고 불리워지던 사적퇴출통로(private pathways)가 노사협상과정에서 합의한 임금인상 억제에 대한 보상으로 고령근로자들이 법정퇴직연령보다 빨리 퇴직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됨에 따라 노?사?정의 실업문제 대처수단으로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1982년의 Lubbers 내각하에서 이루어진 임금인상 억제와 근로시간 단축은 당초 기대했던 효과와는 달리 고령근로자의 조기퇴직 유도 및 정부 재정지출 증가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됨에 따라 네덜란드 정부는 그 동안 방만하게 운영되었던 질병과 장애보험제도를 포함한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근로소득의 80%에 달하던 상병급여와 실업급여의 급여율을 70%로 하락시키고 장애급여 또한 70%로 급여율을 하락시키되 50세 이하의 수급자에 대해서는 장애정도를 재심사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같은 1980년대의 사회보장제도 개혁을 통해 괄목할 만한 경제회복을 달성하였으나 여전히 관대한 상병급여와 장애급여로 인해 1990년대 들어서도 높은 수준의 비경제활동인구가 남아있는 등의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다. 이처럼 네덜란드의 사회보장비 지출내역 중 상병, 장애, 실업급여 비중이 높았던 이유는 네덜란드의 상병 및 장애급여가 여타 서구 유럽국가들의 제도와는 상이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1967년 이후 직업관련 근로무능력(산재)과 비직업관련 근로무능력(질병)으로 인한 수급자격요건, 급여수준 및 수급기간에서 상이함이 없어 상병급여 수급자가 장기 근로무능력자로 인정될 경우 장애급여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단체협약적 성격(collective character)이 강한 네덜란드 사회보장제도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산업별로 특이한 위험요소를 반영하기 위해 단체협상에서 상병급여 지급에 필요한 최소가입기간은 가급적 단축시키면서 급여수준은 일임금의 100% 수준으로 증가시키는 노력을 경주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네덜란드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사회보장 급여수준의 삭감을 통한 정부재정지출 감소, 제도 접근성의 제한, 상병수당의 민영화, 노동시장으로의 재진입을 증가시키기 위한 재활조치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제도개혁을 단행하는 동시에 행정효율화 차원에서 관련 행정조직도 재정비하였다. 이와 같은 네덜란드의 사례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시사점으로는 사회보장제도를 설계함에 있어 사회보험의 기능과 사회?정책적인 기능을 철저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제도운영에 필요한 기여액을 담당하는 주체가 분명한 사회보험제도와 통상적으로 정부 일반재정으로부터 재원을 조달하는 공공부조의 대상(target group)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환언하면 정부 일반재정으로 조달되는 공공부조 속성의 제도가 근로능력을 보유한 근로자들의 조기퇴직 수단으로 남용되는 현상을 방지하되, 가급적 고령근로자들을 노동시장에 오랫동안 잔류하게 하는 것이 급격한 부양비 악화를 수반할 고령사회에서의 사회안전망으로서 사회보험제도와 공공부조제도가 지속될 수 있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령근로자들이 노동시장에 잔류할 유인제공 및 비자발적인 노동력 퇴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고용 여건 조성 및 재교육 인프라 구축이 시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