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의 원내진출과 노사관계의 전망

Abstract

민주노동당은 지난 제17대 총선에서 창당(2000년 1월, 제16대 총선 직후인 5월 31일 재등록) 4년 만에 원내진출을 실현했을 뿐만 아니라 국회 제3당으로 등장하였다.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로 국회의 입법과 정책 활동에서 보수와 진보 간의 경쟁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이념적·정책적 입장에 따라 다양하고 때로는 상충되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나 한미관계 또는 시장경제 분야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 이념적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대치되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노사관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로 노동계가 더욱 힘을 얻어 재계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들을 강하게 밀어붙이려 할 것이기 때문에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그간 국회 바깥에서 대립했던 노사 특히 노동계가 국회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사업장의 노사관계는 오히려 안정될 것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와 같이 상반된 평가가 반드시 노사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재계 내부와 노동계 내부에도 존재한다. 이처럼,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완전히 상반되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은 평가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실제로 상충되거나 또는 상충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960년대 초반 이후 거의 반세기 동안 진보정당의 의정활동을 목격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지금까지 제시된 전망이나 평가들은 민주노동당의 정책과 전략뿐만 아니라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다분히 주관적이고 피상적이다. 이 글에서는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이후 노사관계의 변화방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이 추구하는 노사관계 관련 정책들과 상호정합성, 민주노동당의 주요 지지기반 특히 민주노총과의 관계와 다른 정당과의 정책 차이, 그리고 다른 정당과의 역관계, 그리고 이들 정치사회적 주체들의 전략적 선택을 제약하거나 용이하게 만드는 사회경제적 변수를 함께 살펴본다. 서술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제Ⅱ장에서는 노사관계의 개념과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살펴본 다음, 제Ⅲ장에서 아이엠에프 사태 이후 한국사회의 노사관계 제도와 관행 실태를 알아볼 것이다. 제Ⅳ장에서는 다른 정당들이 영미식 주주 중심의 자본주의 모델에 근거를 둔 노사관계 모델을 지향하는 데 반해 민주노동당은 제17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노사관계 관련 정책들이 유럽식(예, 독일식)의 이해당사자 중심의 자본주의 모델을 전제로 하는 노사관계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것임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제시하는 정책간의 내적 정합성과 배경적 조건과의 외적 정합성을 살펴봄으로써 민주노동당의 정책이 모두 실행에 옮겨지더라도 유럽식 노사관계 모델 또는 사회연대적 참여적 노사관계 모델을 실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할 것이다. 제Ⅴ장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전략적 선택, 즉 원내전략과 입법화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 노동계와의 제도적 연계, 타정당과의 이념·정책노선·지지기반 차이를 분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Ⅵ장에서는 제Ⅴ장까지의 논의를 요약하고,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적합한 노사관계 모델과 그 실현가능성을 전망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