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불평등 및 빈곤의 실태와 정책과제

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지난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 특히 외환위기를 전후한 소득불평등 또는 빈곤의 실태와 그 결정요인에 대하여 정부의 공식적인 조사통계인 통계청의 [가구소비실태조사], [도시가계조사] 원자료 및 이를 가공한 패널자료 등을 이용하여 분석함으로써, 우리 나라의 소득불평등 또는 빈곤에 대한 정형화된 사실들을 도출하고, 이에 근거하여 향후 소득분배 완화를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모색하는데 있었다.

우선, 본 연구의 주요한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2장에서는 소득분배 실태 및 그 변화를 측정하는 각종 지표들을 개관하고, 소득분배를 분석하는데 적합한 자료 및 소득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우리 나라의 소득불평등 수준 및 그 변화를 OECD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였는데, 주요한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우리 나라의 소득불평등 수준 및 그 변화를 OECD 국가들과 비교하는 경우에 [가구소비실태조사]가 조사대상, 소득의 측정기간 등의 측면에서 분석자료로서 보다 적합하지만, 소득의 개념이 시장소득도 가처분소득도 아닌 ''경상소득''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과 일치시킬 수 없었다. 따라서 1990년대 소득불평등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높았거나 낮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소득분배를 시계열적으로 살펴보면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매우 빠르게 악화되었다. 게다가 경제위기 이후 최근까지 소득분배는 이전보다 보다 악화되어 있는 것으로 유추된다. ②우리 나라의 소득분배는 지난 1990년대에도 핵가족화, 고령화 등 인구학적구조변화에 의해서 악화되고 있었다. 이는 우리 나라의 소득분배가 향후에도 경제적 요인 이외의 구조적인 변화 때문에 보다 악화될 수 있고, 특히 고령층 단독가구의 빈곤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제3장에서는 1990년 이후 최근까지 특히 경제위기를 전후한 소득불평등 수준 및 그 변화에 대하여 소득불평등에 대한 종합적인 지표 및 분위별로 세분화된 지표로서 개관하고, 이들 지표를 소득원천 또는 구성집단별로 분해하여 소득분배 악화원인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비록 분석자료로 이용된 [도시가계조사]의 자료상의 제약 때문에 ''가구주가 임금근로자''인 근로자가구에 대한 분석결과를 경제 전체에 대하여 일반화하는데 일정한 한계가 있지만, 주요한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근로자가구의 전반적인 소득불평등도는 경제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1998년에 급격하게 높아진 이후 최근까지도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가구원수의 조정여부 또는 소득의 개념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전후한 계층간 소득분배의 변화를 살펴보면, 소득점유율 및 분위수배율은 저소득층에서는 크게 낮아졌지만 고소득층에서는 오히려 높아졌다. 이는 경제위기 이후 특히 저소득층의 절대적 또는 상대적 소득수준이 크게 악화되었음을 시사한다. ②근로자가구의 전체소득 불평등도에 대한 소득원천별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불규칙적인 비경상소득의 기여도가 지난 1988년 이후 크게 높아졌다. 그런데 만약 이와 같은 현상이 경제위기 직후의 노동시장의 교란에 기인하였다면, 향후에는 이러한 요인에 기인한 소득분배의 악화요인은 둔화될 것이다. 한편, 비경상소득을 제외한 경상소득 불평등도에 대한 소득원천별 기여도를 분석한 결과 2000년에도 근로소득이 87.2%(가구주 63.0%, 배우자 14.7%, 기타가구원 9.5%)로 가장 높았고 재산소득은 4.0%에 불과하였다. 이는 적어도 근로자가구의 소득불평등도는 주로 근로소득 특히 가구주의 근로소득에 의해 결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재정정책에 의한 소득분배 개선효과를 추정한 결과 조세정책(직접세 및 사회보장분담금)에 의하여 0.8%, 재정지출(공적보조금)에 의하여 2.0%로서 전체 2.8%로 나타났다. ③학력수준 및 연령계층별 분포의 차이가 근로소득의 불평등도에 미친 기여도는 낮게 나타났으며, 집단내 불평등도가 전체 불평등도의 약 80% 이상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비록 학력수준 및 연령계층별 구성의 변화도 근로소득 불평등도를 각각 완화 및 악화시켰지만, 전체 불평등도 변화의 약 75%는 집단내 불평등도의 변화에 기인하고 있었다. 이는 경제위기를 전후한 근로소득 불평등도의 악화가 구성집단의 차이 및 변화보다는 동일한 집단 내에서의 근로소득의 격차를 유발시키는 다른 요인들(예; 고용형태의 다양화, 성과주의적 임금체계의 확산 등)에 보다 기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제4장에서는 경제위기 이후 소득분배의 동태적인 실태를 보다 체계적으로 살펴보기 위하여, 동일한 근로자를 지속적으로 관측한 [도시가계조사] 소득패널자료를 구축하여 근로소득의 이동(earnings mobility)에 대하여 분석하였는데, 주요한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횡단면자료가 아닌 패널자료를 이용하더라도 지난 2년간 가구주의 근로소득 불평등도는 악화되었다. 그리고 특정 연도에 한정하여 측정된 소득불평등도는 지난 2년간에 걸쳐 측정된 소득불평등도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소득이동이 장기적으로 소득불평등도를 완화시킴을 시사한다. 실제로 지난 1998∼2000년간 소득이동이 소득균등화에 미친 효과는 약 3.6%, 소득불평등도 개선에 미친 효과는 약 0.3%로 나타났다. ②특정한 근로자의 절대적 인 소득수준 및 상대적인 소득순위가 시간에 어느 정도 의존적인가를 피어슨 및 스피어만 상관계수로 분석한 결과 각각 0.83751 및 0.86103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상대적 소득수준 및 절대적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소득계층을 세분하고 1998∼2000년의 소득계층간 이행행렬을 분석한 결과 지난 2년간 동일한 소득계층에 잔류하였던 근로자의 비율은 각각 60.2% 및 51.0%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위기 이후에도 소득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③특정한 근로자의 근로 소득 이동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에 대하여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변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분석결과는 분석기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소득이동 그 자체가 일시적인 요인 또는 근로자의 생산성과 직접 연계되어 있지만 관찰 불가능한 요인에 기인함을 시사한다.

제5장에서는 경제위기 이후 동일한 가구를 지속적으로 관측한 [도시가계조사]로 패널자료를 구축하고 이를 분석자료로 이용하여 빈곤의 실태와 결정요인에 대하여 동태적으로 분석하였는데, 주요한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비록 절대빈곤율은 외환위기 이후 낮아진데 반하여, 소비지출분포에서 하위 10% 이하의 비율로 측정된 상대적 빈곤율이 지난 3년간 19∼20%로 상당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한편 빈곤에 대한 결정요인을 분석한 결과 가구주가 여성일수록, 연령이 많을수록, 학력수준이 낮을수록, 가구내 취업자수가 적을수록 빈곤율은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이들 계층이 빈곤정책의 주된 대상임을 시사한다. ②근접한 2개 분기를 결합한 [분기연결패널자료]를 이용하여 빈곤 진입·탈출을 분석한 결과, 빈곤 진입·탈출은 빈곤선을 기준으로 차상위계층과 차하위계층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빈곤 진입·탈출에 대한 결정요인을 분석한 결과 가구내 취업자수의 증가가 빈곤탈출을 촉진하고 빈곤진입을 억제하는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는 근로능력이 있는 노동력에 대한 취업기회의 확대가 빈곤을 완화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임을 시사한다. ③지난 3년간 분기자료를 결합한 [전체연결패널자료]를 이용하여 빈곤 지속기간을 분석한 결과, 가구주가 여성일수록 연령이 많을수록 빈곤 확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빈곤 지속기간도 길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빈곤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여성 및 고령자 가구의 경제활동참여를 전반적으로 촉진할 뿐만 아니라, 이들 집단에게 특성화된 정책수단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제6장에서는 제5장과 동일한 자료 그리고 빈곤에 대한 동일한 정의를 이용하고 빈곤경험여부 및 빈곤지속기간을 결합하여 빈곤을 유형별로 세분하고 빈곤의 동태적 실태 및 그 결정요인을 추가적으로 분석하였는데, 주요한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비록 상대적 빈곤을 경험한 가구는 대부분 단기간 내에 빈곤상태로부터 탈출하고 있었지만, 빈곤을 경험한 가구의 약 1/2 이상은 1년 이후 다시 재빈곤화되는 반복빈곤(repeat poverty)을 경험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 누적된 빈곤경험기간은 길게 나타났다. 이는 반복적으로 빈곤을 경험하는 가구는 사실상 장기적으로 빈곤상태에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장기빈곤가구뿐만 아니라 사실상 장기빈곤상태인 반복빈곤가구 또한 빈곤 및 노동시장정책의 주요한 정책대상으로 설정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②빈곤 진입·탈출 결정요인에 대하여 분석한 결과, 실직으로 인한 빈곤화 뿐만 아니라 비정규직화로 인한 근로빈민(the workingoor)화의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속적인 장기빈곤가구에 대한 전통적인 공적부조뿐만 아니라 실업과 비정규직의 위험에 놓인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한 빈곤 및 노동시장정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한편, 향후 우리 나라의 소득불평등 또는 빈곤을 개선하기 위한 주요한 정책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도 소득분배 완화를 위한 정책수립에 선행하여 소득분배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본 연구를 포함한 국내의 소득분배에 대한 연구는 거의 대부분 자료상의 제약에 직면하여, 우리 나라의 소득분배에 대한 실태는 부분적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기존 소득관련 조사통계의 통계적 대표성 및 시의성을 제고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소득 및 자산과 관련된 각종 행정자료들을 활용 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또한 소득불평등 및 빈곤 완화정책은 사회적 통합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정책수단을 평가하거나 새로운 정책수단을 개발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근로능력이 없는 기초생활보장대상자에게는 최저생계비의 실질가치를 보장하고, 근로능력이 있는 실업자에게는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에 의한 직업훈련 및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저소득 근로자 즉 근로빈민층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의 실효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근 로소득 세액공제제도(EITC)의 점진적 도입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향후에도 이와 더불어 경제의 개방화, 정보화의 진전 등 시장기능에 의한 소득분배의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이전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지난 1990년대 중반 OECD 주요 국가들에서 재정정책의 소득분배 개선효과가 약 38%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위하여 근로자에 대한 추가적인 세금감면이 과연 적절한가를 충분하게 검토하고, 조세부담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파악률을 제고함으로써 소득불 평등 특히 빈곤을 완화시키는데 소요되는 재원을 충당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