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유연성과 실업

Abstract

우리 나라의 임금과 실업률 간에는 장기적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실업률은 단기적으로만 임금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실업률이 우리 나라 임금 추이의 장기적 움직임을 규정하는 요인이라고 보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임금식의 오차수정모형 추정식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실업률이 임금 증가율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임금의 단기 실업률 준탄력성은 0.011 수준으로 나타난다. 이는 그 노동시장이 유연하다고 평가되는 미국보다도 큰 수준이다. 경제에 충격이 가해질 때 실질임금이 실업률이나 생산성에 반응하는 정도를 보아도 우리 나라의 단기 임금 유연성은 높다고 판단된다.

임금이 장기적으로는 실업률에 영향을 받지 않고 단기적으로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다. 실업률이 하락하면 단기에 근로자들의 요구임금 수준이 높아져서 임금이 상승하고 물가상승을 압박한다. 이때 우리 나라 기업은 임금상승을 물가상승에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마크업을 감소시킨다. 그 결과 인플레 압력이 크지 않은 상태로 실업률 감소를 위해 정부정책을 펼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노동생산성 추이로부터 임금 추이가 괴리되면 그 괴리에 비례해서 실질임금이 조정되는 특성을 보인다는 면에서 우리 나라에서는 노동생산성이 실질임금의 장기적 추이를 규정하는 균형화 인자이다. 실질임금의 노동생산성 연동 정도는 장기에서는 0.93에 이르고 단기에서는 0.72에 이른다. 이처럼 임금추이는 장기적으로 노동생산성과 공통된 추세를 가지므로 임금 증가율을 예측할 때에는 임금과 생산성 간의 공통 추세를 고려해야 한다. 임금과 생산성 추세가 확인되는 점은 정부가 생산성임금제 등의 임금정책을 실시하는 여부와는 독립적으로 경제 내에 생산성에 의존해서 실질임금이 변화하는 기제가 꾸준히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임금에 관한 미시자료를 이용하여 실질임금과 실업률 두 변수간의 (준)탄력성을 측정하여 보더라도 총량적인 면에서 실질임금은 노동시장의 경기변동상에서 미국보다 유연하게 변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인 면에서나 단기적인 면에서 실질임금과 지역실업률 사이에는 역의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실질임금은 지역실업률보다는 총실업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생산성 변수를 고려한 임금식 추정에서나 생산성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미시자료를 이용한 임금식 추정에서 실질임금은 실업률 변화가 있으면 1년 이내에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나, 실질임금은 실업률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