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사회적 책임(USR) 논의의 현황 및 발전전망

Abstract

노조의 사회적 책임(Union Social Responsibility:이하 USR)이라는 말은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한 용어이다. 그러나 최근 LG전자 노동조합이 USR을 실천하겠다고 공표한 이후, 사회적으로 USR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2010년 11월 1일에는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이 만들어져 발표되었다. 이 ISO 26000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기에 노동조합 역시도 이 국제표준을 외면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이렇듯 USR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조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라는 간단한 명제 외에는 아직까지 ‘USR이 무엇인지, 노조가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사회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USR에 관한 국내외 논의와 ISO 26000의 USR 관련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USR의 개념을 정초(定礎)하게 하고, 국내외 노동조합들의 CSR 대응 및 사회적 기여활동 사례를 발굴?조사하여 향후 국내 노동조합운동이 USR을 실천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대해서 전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아울러 USR 실천을 위한 노동조합의 과제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서론에 이어서 제2장에서는 USR의 개념을 ISO 26000 개발과정과 USR 관련 내용을 정리하여 유추하려고 하였고, 그동안 국내외에서 USR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고 현재는 어떠한 쟁점이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론적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USR 논의가 미진한 가운데서도 그나마 가장 활발한 나라는 일본과 한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조합운동이 기업별 노조체제를 기반으로 하여 비정규직의 확대 등 사회양극화 심화 현상에 노조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노조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노조 내외부의 자성과 비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의 USR을 둘러싼 담론들은 정규직 조합원의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향상에 배타적인 관심을 기울여온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반성을 배경으로 하여, 기업수익의 분배에만 집중해 온 노동조합운동의 활동영역을 지배구조, 인권, 노동관행, 환경, 소비자보호, 공정운영, 지역사회 참여 등의 사회적 의제로 확장시키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노조의 이해관계자 속에 비정규직, 협력업체 노동자를 포함시킴으로써 그동안 등한시해 왔던 노동계층내 양극화 문제에 대한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으며, 이에 USR은 노조 조직의 건강성을 높여 기존 노동조합운동을 재활성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3장에서는 해외 USR 논의의 현황과 실천 사례를 살펴보기 위하여 각국 노동조합들의 CSR 대응 활동 및 다양한 사회적 기여?참여 활동들을 알아보았는데 이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아일랜드노총(ICTU)과 싱가포르노총(NTUC)의 사례는 노동조합이 CSR에 대한 노조간부용 지침서를 발행한다거나(ICTU 사례), CSR에 관한 노사정기구 설립을 주도하여(NTUC 사례) CSR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을 높이고, 기업들이 CSR을 보다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들이다. 다음으로 일본노총(렌고)의 사례는 USR이 갖는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1960～70년대에는 국가경제상황을 고려하여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시키고 노사협조적인 노동조합주의를 확산시키는 이념적 도구로 USR이 활용되었다가, 2000년대에는 비정규직의 확산과 빈발하는 기업스캔들에 대한 노조의 적극적인 대응 차원에서 USR이 활용되었다. 다음으로 환경보호를 위한 스페인노총(CC.OO)의 사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조 차원에서 그동안의 성장위주의 생산/소비 모델에서 환경친화적인 개발모델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미국노총(AFL-CIO)의 지역조직의 사례는 자신이 속한 지역공동체의 사회정의와 발전을 위해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지역공동체에 개입함으로써 지역사회가 직면한 제반 문제해결에 노력하였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그 외에도 이탈리아 노총(CGIL)은 일국의 노총이 USR에 관한 최초의 보고서인 사회보고서(Social Report)를 발간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4장에서는 USR 실천을 발표하여 주목받고 있는 LG전자 노조를 비롯하여 한국노총 소속 대기업노조 중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전개해온 노조 4곳을 선정하여, 노조의 사회공헌 활동 참여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USR에 대한 노조의 입장과 해당 노조에서 USR 활동을 실천하고 발전시킬 가능성 및 전망 등에 대해서 문헌조사 및 노조관계자 면접조사를 통해서 알아보았다. 그 결과 사례조사 대상 노조들은 USR 관련 논의가 출현하게 된 배경, 즉 노조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지적과 요구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었으며, 노조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소외계층을 위한 자원봉사, 기부금 모금 등의 사회공헌 활동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아울러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과 맞물려 노조의 사회공헌 활동 프로그램을 보다 다양하게 개발하고 활동폭을 더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USR과 관련하여 그 활동 수준은 아직까지는 노조의 사회공헌 활동, 이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것은 대다수의 노동조합이 USR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으며, 장기적으로는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하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는 점이다. 다만, 이미 USR을 노조의 활동노선으로 천명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는 LG전자 노조를 제외하고는 해당 노조에서 USR을 실천한다는 것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며,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조합원들로부터 과연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최소한 USR 활동을 전개하려고 노력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입장에서부터, 노조의 사회개혁 노선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USR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까지 비교적 USR의 발전가능성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제5장에서는 노조의 SR 실천가능성과 전망을 ‘노조운영의 투명성과 윤리적 행동’, ‘지역 및 사회에의 공헌’, ‘비정규직과 협력사 노동자 처우개선’, ‘환경보전’ 등의 몇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타진해 보았다. 그 결과 ‘노조운영의 투명성과 윤리적 행동’, ‘지역 및 사회에의 공헌’,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의 영역에서는 노조들이 기존에 많은 실천노력을 해 왔으며, 또 다른 영역인 ‘협력사 노동자 처우개선’, ‘환경보전’ 등에 있어서는 최근에야 비로소 중요성이 인식되어 실천노력이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영역에 대한 우리나라 노조의 사회적 책임(SR) 실천가능성은 충분하며, 앞으로의 전망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USR 실천을 위해 다음과 같은 노동조합의 과제를 제시하였다. 첫째로 노조가 주도하는 USR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운동노선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현장을 대상으로 USR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로 노사 또는 노사정간 사회적 책임(SR)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상은 상급단체에 요구되는 과제이고 현장의 노조에는 다음의 과제들이 요구된다. 첫째로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USR 프로그램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USR의 실천, 모니터링 및 평가, 그리고 결과반영의 시스템을 구축하여 USR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현장의 노조는 기업의 내부구성원 집단이자 가장 중요한 1차적 이해관계자인 관계로 노조가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기업의 이해관계자로 자기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이행을 촉구하고 감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할 때 USR 활동도 보다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