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 정책 대응방안 연구 : ISO 26000 대응을 중심으로

Abstract

본 연구는 ISO 26000의 등장에 따른 제반 이슈들의 배경과 성격을 규명하고, 관련된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나아가 대응방안을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다. ISO 26000의 작업초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록 용어표현상의 변화는 있었지만 (1) 조직 거버넌스, (2) 인권, (3) 노동관행, (4) 환경, (5) 공정운영관행, (6) 소비자, (7) 지역사회 참여와 개발이라는 7개의 사회책임 핵심주제(core subject)는 ISO 26000의 초기 작업초안인 WD1부터 선정되어 거의 변함이 없었다. 본 연구에서는 이 중에서 특히 비중이 높다고 생각되는 조직 거버넌스와 공정운영관행, 노동권(인권분야 중) 및 노동관행, 환경 이슈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았다. ISO(International Standardization Organization)는 이미 국제인증인 ISO 9001이나 ISO 14001 등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조직이다. 국제민간표준을 다루는 기구인데 여기서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SR)에 대한 자발적 표준으로 ISO 26000을 만드는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물론 ISO가 구속력 있는 이행 강제력을 가진 기구가 아니고 ISO 26000은 제3자 인증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 참가한 대부분의 국가와 이해관련자들은 결국 기업간, 국가간 거래와 계약질서에서 ISO의 SR Guidance인 ISO 26000이 매우 결정적인 기준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누구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표준이나 실천기준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해온 데 대한 해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ISO 26000은 CSR에서 C(Corporate)를 삭제하여 기업 이외에 정부?노조?시민단체 등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사회적 책임(SR) 가이드라인의 제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따라서 ISO 26000은 기본적으로 모든 형태의 조직에 적용될 수 있는 규격이 될 것이며, 사회적 책임의 개념과 조직이 다루어야 할 사회적 책임 관련 이슈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를 도출하고 사회적 책임의 원칙에 관한 실행지침을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이제는 ISO 26000의 초안이 어느 정도의 윤곽을 잡았고 큰 변화 없이 국가별 의견수렴의 단계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우리나라의 다양한 조직에 시험적용을 한 후 ISO 26000이 실제 사회책임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 각각의 조직 형태에 어느 정도의 부담이나 변화를 요구하는지 등을 분석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ISO 26000 안에서 말하는 사회적 책임은 사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CSR의 범주와 실천과제들과 거의 동일하다. 환경, 노동, 인권은 물론이고 지배구조와 공정거래, 소비자보호 등이 다 포함된다. 특히 UN의 Global Compact와 ILO(국제노동기구)하고는 ISO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긴밀히 표준작업에서 협력하고 있고, 이미 기업들이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도 작업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이들이 가진 CSR의 주요 기준들과 이슈들은 통합적으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시장에서 규범을 준수하자는 그동안의 UN Global Compact나 국내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는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자 나아가서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규범에 기초한 시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최근까지 우리가 목도한 것이 지구환경, 인권, 노동권을 무시하면서 지나친 하향경주(race to the bottom)를 하지 말자는 취지였다면, ISO 26000은 반드시 상향경주(race to the top)를 해야만 구매계약, 투자유치, 무역규제에서 패자가 되지 않는다는 적극적 성격을 가진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몇 가지 주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배구조나 공정거래를 포함하는 기업들의 윤리경영은 우선적으로는 각 개별 기업의 당면한 문제이지만, 향후에는 생존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리경영의 정착여부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서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경제성장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윤리경영에 포괄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둘째, ISO 26000 및 GRI 등 공정운영과 같은 사회적 책임 관련 국제표준 및 가이드라인을 우선적으로 도입하여 SR 장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수출기업의 경우 상대 국가의 사회적 책임 관련 법과 국제표준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ISO 26000을 통해 이제 우리 노사관계도 새로운 체제로 변화되어야 한다. 새로운 체제의 비전은 다음과 같다.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나와야 하고 부문간, 계층간 사회적 책임이라는 패러다임 하에서 이해관계가 조정되고 스스로의 당사자적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자본의 원리는 사회적 책임이고 노동의 원리는 분배가 아닌 가치창출이다. 이런 점에서 장기적 신뢰관계하의 협력을 중시하는 노동정책 기조를 강화해야 한다. 예컨대 고성과 혁신, 차별금지, 파트너십 구축, 기업내 평생학습체제 구축 등의 프로그램들이 매우 중요한 정책들이 될 것이다. 이는 결국 선진국들이 지향하고 있는 노동정책의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넷째, 환경분야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시대에 대응하여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가 한 발 앞서서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를 실천하고, 환경친화적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기업과 시민사회가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은 앞으로 정부의 주요한 책무가 될 것이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업종의 기업들은 그동안 자발적으로 추진해 왔던 각종 환경 경영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산업계와 재계가 힘을 합쳐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