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기사와 학원차량 기사의 근로실태 : 특정 사업장의 종사자를 중심으로

Abstract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규모가 전체 임금근로자의 50%에 육박하고, 대다수는 비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하며, 한번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게 되면 계속적으로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는 등 비정규직의 문제는 기존의 고용형태와는 다른 특징을 가진다. 특히 특수고용형태 종사자는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여 사회보험에서 배제되는 것은 물론, 근로자로서의 기본 권리인 노동3권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가전제품 A/S기사, 방문관리직, 학원차량기사 등을 대상으로 특수고용형태 종사자의 근로실태와 근로자성 여부를 검토하였다. 해당 직종의 전체적인 규모나 전형적인 근로관계 모두를 파악하지는 못하였지만 다음의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전제품 A/S기사의 경우 정규직의 A/S기사와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과 해고 등 근로조건에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지역별로 서비스센터를 분리·운영함으로써 형식적으로는 특수고용형태 A/S기사와 고용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다. 주요 가전서비스 3사만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A/S기사는 14,000여명에 이르러 그 규모가 작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고, 다른 제품의 A/S기사도 유사한 근로형태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의 제품을 관리하고 임대 판매하는 방문관리직(코디)의 경우, 2개 회사에만도 12,000여명의 종사자가 근로하고 있는데, 주로 20대에서 40대의 여성들로 정기방문 점검서비스, 정수기 임대, 대금 수납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지국장이나 팀장을 통해 실적을 독려받기 때문에 자신이나 친척 명의로 정수기 등을 계약하거나 또는 임대 요금을 대납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입시학원 수강생의 운송업무를 수행하는 학원차량 기사는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학원이 정한 근무시간과 근무노선에 따라 운행업무를 수행하고, 평일 기준으로 10시간, 토요일 기준으로 6시간 등 1주 평균 56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이나 특강, 혹은 방학을 이유로 3개월에 한번씩 30일 가량 연장 운행도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평균근로시간은 이보다 더 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장시간 동안 근무함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제한 보수는 100만원 남짓이어서 매우 열악한 근무조건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조사한 직종 모두 형식적으로 위탁이나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본인 소유 차량과 장비를 구입하여 업무를 수행하지만, 회사차원에서는 4대 보험에 가입하여 주지 않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형식적 관계를 나타낼 뿐, 실질적 관계를 보여주지 않는다. 다소간에 차이는 있으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을 갱신하여 계속적으로 근로하고 사용자에의 전속성이 강하며,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는 것이 금지되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일의 내용이 기업의 핵심적 업무이거나 현실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업무로서 노동이 사실상 기업조직 내로 통합되어 있으며, 근로제공관계의 주도권을 회사가 가지고 있어, 회사가 정한 계약내용을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조건들을 감안할 때, 조사대상 직종 모두는 근로자성이 인정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