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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저출산 원인 규명과 여성친화적 노동시장정책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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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민주노동연구소
Issued Date
2006
Publisher
한국노동연구원
ISBN
8973565842
Keyword
저출산노동시장정책사회적 양극화
Abstract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960년 6.0에서 1984년에는 인구대체수준인 2.1로 줄어들었다. 이 추세는 계속되어 2000년에는 1.47, 2003년에는 세계 최하위 수준인 1.19, 2005년에는 1.08로 더욱 감소하였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출산율 감소 경향은, 이를 먼저 경험한 서구의 경우에 비교해 보더라도, 출산율 저하 속도가 매우 빠르며, 감소한 출산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에서, 서구의 저출산 문제보다도 더욱 큰 사회적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저출산 문제에 직면하여 최근에 그 원인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연구들은 대부분 출산율 감소 및 저출산 지속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 여성의 경제활동참여 증대, 가족 해체, 결혼·가족·자녀양육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자녀양육 부담 등을 꼽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들 연구들이 여성의 경제활동참여 자체를 저출산의 원인 변수로 선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변수보다는 상수로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반적인 경제구조와 가족 내 성별 역할분담의 변화 추세로 볼 때, 여성의 경제활동참여는 여러 연구들에서처럼 여성의 자발적 선택이라고 보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가족 내 여성의 주요 역할이 더 이상 가사노동이 아니라, 가족 내 주소득벌이로 인식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는 출산 문제와 관련되어 기본적인 조건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하에서 노동과정과 작업장 환경 등의 문제가 여성의 출산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보다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저출산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일하는 여성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변화하고 있는 사회구조가 여성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조건에 대한 인식이 출산에 대한 개인의 태도와 실제 출산·육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여 우리 사회에 맞는 저출산 대책의 토대가 될 수 있는 단서들을 포착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일하는 여성 12명을 심층 면접하였다. 면접대상은 결혼 여부, 연령, 고용형태, 노동의 내용 등을 기준으로 여성 노동자의 유형을 나누고, 연구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유형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를 면접대상자로 선정하였다. 이를 통한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노동자들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법적으로 보장된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 대표적인 모성보호정책인 산전후휴가제와 육아휴직제를 실질적으로 운용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임신·출산 과정에서 퇴직과 재입사로 산전후휴가제도를 교묘하게 회피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계약직 노동자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상황에 떠밀려 쉬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제도 자체가 적용되기 어려운 조건인 경우가 많고, 계약직인 경우에는 대부분 출산을 즈음해서 퇴직하게 된다. 사례들 중 보육교사와 학원 강사인 경우 주변의 대부분의 동료들이 이렇게 퇴직을 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직장의 분위기가 임신?출산을 반기지 않는 경우 정해진 산전후 휴가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금융관련 기업에 다니는 다음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육아휴직의 경우, 법적으로 휴직 후 복직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여기에 휴직 이전 업무로 복귀하는 것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상당수가 휴직 이후 업무 변경의 불이익 때문에 육아휴직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계약직의 경우 당연히 육아휴직에서 제외되고, 비정규직의 경우 계약직이 아니라도 육아휴직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은행 비정규직의 경우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기 때문에 육아휴직 이전에 계약이 종료되어 육아휴직을 쓸 수 없고, 백화점 등의 계약직도 비슷한 조건이었다. 한 전력회사의 비정규직 역시 정규직과 달리 육아휴직에서도 차별받고 있다. 한편 임신 기간에 발생하는 신체적 문제에 대한 보호정책이 없기 때문에 임신한 여성 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산전후휴가는 출산을 전후한 기간에만 부여되고 있어, 임신 초·중기에 발생하는 입덧이나 임신중독 등의 신체적 문제에 대한 보호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교대제 근무와 같이 아동의 생활 리듬을 해칠 수 있는 근무형태로 노동하는 여성들에 대한 보호장치 등도 전무하다.

이렇게 노동 과정에서 여성들이 임신하고 아동을 키우는 것에 대한 별도의 조치와 배려가 부재하므로 여성들은 출산을 기피하게 된다. 면접한 대상자 중 아이를 키우는 11개 사례의 대부분이 직장에서 육아에 대한 별도의 배려가 없다고 응답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대부분이 아동 양육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첫째 아이 양육 과정에서 경험한 좋지 않은 기억이 추가적인 출산을 거부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결국, 전반적인 노동시장과 작업 과정이 가족 친화적이지 않으며 여성 친화적이지 않은 상황이 여성들로 하여금 임신과 출산을 기피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여성의 지위를 고려할 때 이러한 임신?출산 과정에서 필요한 배려와 조치는 법적으로 보다 강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사회적 문화와 제도, 가족이라는 공간에서 여성이 출산을 기피하도록 하는 구조적 압박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동의 양육과 출산에 대한 전통적인 사회적인 협력체계가 파괴된 상황에서 이 출산과 양육의 부담이 일하는 여성에게 집중된다는 점이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다. 경제적인 요인도 출산을 기피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소득이 낮은 것뿐 아니라 일자리의 불안정성이라는 요인이 미래에 대한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출산에 따른 육아·교육비용의 추가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켜 출산을 기피하도록 작용한다. 특히 육아와 교육의 비용도 출산 기피의 중요 원인이 되고 있다. 보육 및 교육 등의 높은 지출 부담은 결국 출산을 줄여서 소수의 아이에게 집중하고자 하는 경향을 가져온다. 그리고 주택 구입의 경제적인 부담이 여성으로 하여금 아동의 출산과 양육보다는 일에만 더 집착하게 만든다. 핵가족화와 가족 해체가 급속하게 진행된 상황에서 아동의 양육을 보육 시설에 맡기게 되는데, 이 보육시설도 일하는 여성들의 여러 가지 조건에 부합되지 않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일하는 여성이 아동 보육에 대한 심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 상황들은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를 필연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사회가 출산을 기피하도록 압박하면서도 여성 개인들에게 출산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에, 변해야 할 것은 개인, 즉 여성 또는 남성이 아니라 사회 그 자체이다. 저출산 현상 자체는 전통적인 가족과 자본주의 체제의 부정합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갖고 있는 문제적 요소를 제거하고, 동시에 가족을 변화된 경제체제에 적합한 방식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는 이제까지 완전한 핵가족화된 표준가족(돈벌이 아빠와 주부 엄마로 구성된 가족)을 정상으로 전제하는 가족 정책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며, 동시에 자본주의 생산의 기본 공간인 기업이 가족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일반적인 자본주의 시장의 원리는 가족을 포함한 공동체를 해체시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가족 안팎의 공동체를 보존·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의 원리를 넘어선 사회정책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확고히 하여야 하며, 이 정책적 지원의 방향은 공동체 지향적이어야 한다.

둘째로, 정책의 방향은 일하는 여성이라는 관점에서 수립되어야 한다. 이는 ‘노동’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방향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점차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고 있고, 경제구조 역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촉진하고 있고, 여성 자신들도 일을 자아 실현을 위한 중요한 가치재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과 ‘여성’의 병행 필요성에 대한 그보다 더 중요한 근거는 여성이 노동을 하는 것은 남성이 노동을 하는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한 자연적 본성이라는 점이다. 최근의 자본주의 사회를 제외하고는 여성이 실제로 일을 하지 않거나, 여성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은 인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여성을 임신과 출산의 담지자로만 가정하여 여성이 ‘노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출산정책은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 여성이 일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노동과 양립할 수 있는 유연화된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할 때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정책적 개입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기업을 중심으로 작업 과정이 가족 친화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① 임신에 대한 모성보호 강화 ② 여성 노동에 대한 시간적 선택권 부여 ③ 가정·일 양립을 위한 지원서비스 ④ 노동시장의 차별해소와 안정화 ⑤ 남성의 가족 친화적 노동을 위한 규제조치 등이 필요하다. 둘째로는 임신?출산?육아 부담의 사회적 분담이 이루어지는 정책적 지원이다. 이것의 주된 내용은 ① 공동체 지향적인 자녀 양육의 사회화 ② 주택, 교육의 사회화 ③출산과 양육에 모(母) 이외의 다른 가족 구성원(부와 조부모 등)이 협력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지원 강화 등이다.
Table Of Contents
제1장 서 론 1
제1절 문제제기 1
제2절 연구목적 4
제2장 이론적 검토 : 한국에서 저출산의 문제와 노동과정 6
제1절 한국의 저출산 현상 6
제2절 한국의 노동과정과 노동시장 9
제3절 저출산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문헌 검토 14
제4절 연구의 관점 19
제3장 연구 방법 21
제4장 여성 노동과 육아 양립의 어려움 25
제1절 여성 노동자의 임신·출산 과정에서의 부담 25
제2절 육아와 병행하기 어려운 노동과정 34
제3절 노동시장에서의 취약한 여성의 지위 37
제4절 소결: 가족친화적 작업과정 확립의 과제 40
제5장 저출산, 개인의 선호인가 구조의 강제인가 42
제1절 가족의 경제적 불안감 : 사회적 양극화, 비정규직의 증가 43
제2절 보육 문제 45
제3절 주거비용과 출산 50
제4절 교육비용과 출산 52
제5절 양육과 가사노동의 사회적 분담 54
제6절 소결: 출산·육아의 사회화의 과제 57
제6장 가족친화적 노동 과정을 통한 노동·육아의 양립 59
제1절 노동-육아 양립정책의 기본 방향 59
제2절 정책적 제언 61
제7장 결론 69
Series
정책자료 2006-11
Extent
124
Type(local)
Report
Type(other)
정책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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