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자유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분석

Abstract

최근 국제무역기구(WTO: World Trade Organization)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무역자유화와 양국간 교역체제의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각국간의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1) 또는 지역경제 통합을 통한 무역자유화의 움직임이 국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러한 대외통상환경의 변화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무역자유화 물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국가적인 이득을 추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 조건의 변화는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구조를 조정해야 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고, 대내적으로는 구조조정 압력을 받게 되는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시장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그 파급효과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무역자유화는 생산물시장의 확대라는 궁극적인 결과를 가져오면서 이와 연관된 인력수요의 증가라는 순효과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각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기존 근로자들의 경우 특정 계층이 밀집되어 있는 산업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했을 때 그 해당 산업의 근로자들이 무역자유화로 새로운 인력수요가 나타나는 산업으로 이전해서 숫자상으로 나타나는 대체효과가 이들 근로자들에게 나타나리라고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무역자유화로 인하여 표출되는 우리의 대내외 환경변화에 수반되어 나타나게 되는 인력수요의 변화를 추정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기초 연구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

이 연구는 앞으로 관세 철폐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무역자유화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파악되는 한.중.일 FTA의 체결이 생산물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기초로 다시 균형상태를 찾아갈 때 산업연관효과에 의해 노동시장에 나타날 수 있는 변화를 산업별?학력별?직종별?기술수준별로 분석함으로써 관련 연구의 심도를 높이고, 관련 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제Ⅱ장에서는 우선 무역자유화의 추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FTA와 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대한 배경과 추진 현황, 효과, 협상의 내용, 사례, 우리 정부의 추진 경과 등을 살펴본다. 제Ⅲ장에서는 분석에 합당한 모형을 설정하기 위해 여러 가지 다지역 일반균형모형을 비교하고, 비교된 내용과 산업별?학력별 통계의 가용성을 고려하여 분석에 적합한 모형으로 GTAP 데이터를 이용한 CGE 모형을 선정한 후 한?중?일 FTA의 시뮬레이션을 위해 관세 인하율에 대한 시나리오를 단기와 중기별로 나누어 설정하고, 국가 및 산업에 대한 분류와 데이터에 대한 설명을 다룬다. 제Ⅳ장에서는 한?중?일 FTA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거시경제적 파급효과와 산업별 생산증대 효과를 단기와 중기로 나누어 분석하고, 국가별로 파급효과에 대한 요인분해 결과를 살펴본다. 이러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생산물시장의 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단기와 중기 및 각 시나리오별로 나누어 살펴보도록 하는바 산업별?학력별?직종별?기술수준별 기준을 적용하여 다각도의 방향에서 분석을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제Ⅴ장에서는 도출된 연구결과를 요약하는 동시에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는다.

한.중.일 FTA 체결의 효과는 관세율의 인하폭이 클수록 생산증대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중기를 기준으로 한.중.일 3국 중에서 한국의 생산증대효과가 가장 크며 무역수지도 흑자로 전환되는 것으로 나타나 3국간 FTA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중.일 간의 관세 인하는 전반적으로 단기?중기에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는 데 반해, 농업 및 관련 업종(작물, 채소 및 기타작물, 축산, 기타음식료품)에서는 생산 감소가 나타난다. 한편,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은 단기와 중기 모두 생산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타나며 그 규모는 중기가 단기에 비하여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단기에 산업별 생산에서 생산 감소로 나타났던 축산, 비금속금속제품, 일반기계산업이 중기에는 생산이 증대되는 산업으로 변화되는데 자본축적 효과가 이러한 전환을 가져오는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FTA 체결에 따른 관세율 인하가 단기?중기 인력수요에 미치는 전반적인 효과는 긍정적(인력수요 증가)이며, 단기보다는 중기에 인력수요가 확대된다. 구체적으로는 단기의 경우 3국 모두 현행 관세율의 25% 인하시 전체적으로 약 3,800명의 인력수요가 증가되고, 50% 인하시 8,800명, 75% 인하시 14,400명, 100% 인하시(관세철폐) 21,800명의 인력수요가 유발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추정치는 각 산업에서 발생하는 인력수요 감소와 증가가 서로 상쇄되고 남은 순규모 개념의 수치로서 각 부문별로 차이는 있으나 한?중?일 FTA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은 단기에 있어서도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산업별로는 단기적으로 작물부문에서 약 17만 명, 채소 및 기타에서 약 3.6만 명, 일반기계에서 약 1.4만 명, 그리고 기타수송장비와 비금속금속제품에서 인력수요가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인력수요의 증가는 대부분 서비스업(약 20.5만 명)에서 나타나며 농업과 제조업에서 발생한 인력수요의 감소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숫자적으로 상쇄가 되는 것은 현실 노동시장에서의 대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력수요가 감소하는 산업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실직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편 학력별로는 한.중.일 FTA의 체결은 저학력자의 경우는 인력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을, 그리고 고학력자의 경우 인력수요가 증대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나타난다.

FTA 체결에 따른 중기 고용효과는 일반적으로 단기에 비하여 인력수요의 감소추세는 둔화되고, 인력수요의 증가추세는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농산물 관련 산업과 저학력자의 경우 여전히 지속적인 인력수요 감소가 나타나고 이러한 현상은 중기에서도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별로는 작물과 채소 및 기타의 부정적인 영향이 여전히 지속되며, 그 외 산업에서는 인력수요 감소가 완화 내지는 증가로 역전되고, 단기적으로 인력수요 증가가 나타나던 산업들은 그 증가의 규모가 확대된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 학력의 노동자는 여전히 그 규모는 다소 축소되지만 인력수요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고졸 이상의 학력에서는 인력수요 증가 현상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인다.

그러므로 한.중.일 FTA 체결에 따른 고용 증대효과는 산업별로 예외는 있으나 단기에 비하여 중기에, 관세의 부분 감소보다는 완전 철폐할 때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특정 산업에서와 저학력 근로자에 대한 인력수요 감소를 동반하기 때문에 한?중?일 FTA의 체결은 노동시장에 전반적으로 인력수요를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산업구조 조정이 계속 진행되면서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직종별로는 한.중.일 FTA는 단기적으로 농업부문의 숙련종사자와 단순노무종사자 모두에게 규모 측면에서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그 다음으로 공학과 과학 부문에서 종사하고 있는 고숙련 및 중간 단계의 전문가 및 준전문가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금속 및 기계와 같은 일부 산업에서는 기능종사자들도 인력수요 감소라는 악영향이 예상되나 그 외의 기계설치 및 정비, 정밀기구, 세공 및 수공예, 기타 기능종사자 등의 직종에서는 오히려 인력수요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는 인력수요 측면에서 농업의 경우 종사자의 직종에 관계없이 가장 큰 규모의 감소가 발생할 것이며, 제조업의 경우 저숙련 기능을 가진 인력보다는 중간 단계의 기능을 가진 관련 직종과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산업에서의 기능인력 등에서 인력수요의 감소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의 경우 직종별로는 농업관련 종사자와 과학관련 기술종사자는 여전히 인력수요의 감소라는 부정적인 효과가 지배적인 직종으로 나타나고, 그 외의 직종들은 단기의 추세에서 역전되어 인력수요의 증가추세로 전환되거나 증가추세가 더욱 확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기술수준별 분석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사의 수준에서 약간의 인력수요 감소가 지속되지만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그 외의 모든 기술수준에서는 인력수요 증가가 발생하게 되며 증가추세를 가지고 있던 기술수준에서는 인력수요 증가 규모가 확대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요약컨대 한.중.일 FTA 체결이 우리나라의 생산물시장과 노동시장에 미칠 효과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며, 단기보다는 중기에 더욱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는 일련의 과정에서 산업별로 단기와 중기에 걸쳐 산업구조조정이 발생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해당 산업에 집중되어 있는 학력, 직종, 기술수준별 근로자들에게는 실직의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새로운 균형상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노동시장에서는 비효율적인 인력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총량적으로 볼 때, 한?중?일 FTA의 체결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조정의 압력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되는 근로자 집단이 존재하며, 또한 인력수요 증가가 나타나는 산업이나 직종에서도 그 산업이나 직종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이 갖추어져야만 필요 인력의 초과수요라는 비효율성을 피할 수 있으므로 실직의 위기로 몰리게 되는 피해 집단에 대한 재교육 및 훈련과 전직지원서비스를 포함한 포괄적인 고용서비스의 제공이 매우 중요하다.

이 분석에서 나타난 시사점에 따르면 무역자유화에 의해 피해를 입는 대상을 구분하는 데 있어 인력수요의 감소가 나타나는 관련 산업과 직종을 우선적인 범위에 포함시키고 중기보다 단기에 나타나는 피해가 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이들의 소득을 보전해 주고 전직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를 개발해야 한다. 특히 중기가 되어서도 구조조정이 계속 발생하고 인력수요의 감소가 촉진될 가능성이 있는 산업과 직종에 대해서는 관세율 인하의 정도에 따라 피해를 입는 정도가 달라지는지 여부에 따라 처음 협상 때부터 관세율 인하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특히 작물의 경우 대중국 관세율 인하가 주요 안건으로 지적됨)가 있으며, 세이프가드 등의 피해 방지 내지는 완화 조치들을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해당 사업체들의 전업 및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피해 가능성이 있는 근로자들에게는 현재 일하고 있는 산업, 직종, 학력수준, 기술수준 등을 고려한 전직지원서비스와 교육 및 훈련서비스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분야로 전직을 하거나, 기술을 축적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시사점은 이 연구에서 분석된 내용 중 FTA의 영향으로 인력수요의 증가 규모가 크게 나타나는 분야가 될 것이다. 또한 인력수요가 증가하는 부문의 직종과 기술수준을 살펴보면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 예비노동력과 직장을 찾고 있는 구직자들이 어떤 분야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FTA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상이나 구제대책은 산업별?직종별?학력별?기술수준별로 각각 개별적으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을 고안하는 데 있어 중기보다는 단기의 피해에 대응하는 방향으로의, 그리고 특정 산업에서의 근로자들이 피해가 크기 때문에 그 산업에 대한 대응방안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직종별 분석에서 어떤 종류의 전직지원서비스가 필요할 것인지, 기술수준별 분석으로부터 어떤 수준의 재교육 및 훈련이 이러한 정책을 잘 보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물론 산업과 직종 등의 분류에 있어 보다 세밀한 분류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 관세율 외의 무역자유화 변수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를 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 등 이번 연구가 가지고 있는 한계는 아직 많다. 그러나 앞으로 무역자유화의 세부 내역이 구체화되고, 관련 데이터가 수집되고 이에 대한 분석수단을 더욱 발전시키면 이러한 대외통상환경의 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