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변화와 노사관계

Abstract

최근의 경제위기와 함께 우리 나라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방향에 대한 관심이 관련학계뿐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지난 경제위 기에 우리 나라 기업들의 잘못된 기업지배구조 관행이 한몫 했다는 판단에 근거하여 상장법인에 대한 사외이사 선임의무화, 결합재무제표 도입, 신규 및 기존 상호지급보증 금지 및 해소, 소액주주권 행사요건 완화, 집단소송제 도입 등의 소액주주권 권한 강화 등 기업지배구조 개정에 적극적인 의지 를 보여왔다. 위와 같이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재벌들의 선단식 경영을 통한 도덕적 해이를 견제하려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정이 일차적으로 주식시 장과 금융시장을 겨냥한 것이지만 동시에 그와 같은 일련의 움직임이 우리 나라 노사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나아가 그러한 기업지배 구조 개정에 있어 노사관계의 현 지형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할 것인지도 연구 가치가 높은 주제이다.

기업지배구조와 노사관계간의 관계는 일종의 형식과 내용간의 관계와 같다. 기업지배구조가 그 어의적 의미에서 기업지배의 형식적 틀이라고 한다면 그 실제적 정의는 기업이 어떻게 지배되고 있는가라는 기업지배의 실제적 내용에 의해서 좌우된다. 기업이 주주, 경영자 및 근로자들의 상대적인 역관계 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그에 따라 기업지배구조도 다양한 형태를 띠고 나타날 수 있다. 즉, 기업지배구조는 기업의 이해당사자 들(stakeholders)이 상호간의 이해와 갈등을 조정·통제하는 메커니즘으로 정의할 수 있고, 근로자들 또는 그들의 대표자로서 노동조합이 기 업경영에서 발언권을 행사할 만한 이해당사자로 발돋움했는가 아닌가가 기업지배구조를 달리 구성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보면 왜 기업지배구조의 정의가 나라마다 학자마다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가령 노사관계의 지형이 실제로 기업경 영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에 따라 노사관계가 기업지배구조에 차지하는 비중이 달라지리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미국과 같이 노동조합 의 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여 기업지배에 인풋(input)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기업지배구조상에 노동조합의 역할이 배제될 수 있고, 독일과 같 이 노동조합의 힘이 막강한 경우 기업지배구조상에 노동조합의 위상이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도 있다.

반면에 최근의 기업지배구조 변화는 역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치리라고 예측해 볼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가 기업의 주주와 경영 자 및 근로자간의 역학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면, 최근의 우리 나라 기업지배구조 변화는 주로 주주와 경영자간의 관계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러 나 기업지배구조상의 그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볼 때 노사관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리라 보인다. 가령 시장에 의한 외부 통제가 용이하게 짜여진 미 국의 기업지배구조에서 경영자들이 일반 주주의 이해에 민감해지면서 단기적인 주가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노동조합의항에 부딪 쳐 노사관계가 극히 악화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데서도 그러한 변화의 한 단초를 읽을 수 있다. 반면에 최근의 기업지배구조 개정에 의한 경영 의 투명성 제고는 경영정보의 신뢰성을 높여줌으로써 그만큼 노사간의 신뢰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아 줄 수 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지배구조는 노사관계와 상당히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바, 기업지배구조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되고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기업지배구조가 가능하다면 노사관계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기업지배구조와 노사관계간의 관 계를 해명해 보는 것이 유의미하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 기업지배구조와 노사관계간의 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연 구의 가치는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와 노사관계간의 관계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최근의 기업지배구조상의 변화가 노사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한 실증적 또는 이론적 접근이다. 다른 하나는 주어진 노사관계의 지형 속에서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의 상을 잡아내는 규범적 접근인데, 그것은 노사관계의 측면에서 보면 근로자의 기업지배구조에의 참여로 표현될 수 있다. 전자의 접근 방식은 기업지배구조와 노사관계의 연관성과 발전 법 칙을 해명하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최근의 기업지배구조나 소유구조상의 변화가 노사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만큼 아직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다는 점에 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도하기에는 이르다. 이러한 이유로 여기서는 후자의 규범적 측면에서 초점을 맞추고 전자에 대해서는 이론적 추론에 근거한 언 급 정도로 한정시키고자 한다.

협의의 의미에서 근로자의 기업지배구조 참여는 근로자대표 이사제이지만 그것이 통상 여타의 종업원 의사결정 참여와 연계되어 논의되는 경향이 있기 때 문에 여기서는 여타의 경영참여 형태와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주지하다시피 근로자의 경영참가는 전략적 수준의 이사회 참가와 단체교섭 또는 노사협의 를 통한 참가 그리고 작업장 수준의 의사결정 참가로 나뉘어진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수준의 참가는 각 수준이 상대적 자율성을 가질 수도 있지 만, 상호연계성을 지녀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 근거하여 여기서는 근로자대표 이사회 참석과 함께 종업원지주제와 작업장 수준의 의사결정 참여 등을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이 글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우선 제Ⅱ장에서 우리 나라의 최근 기업지배구조 개정과 그러한 움직임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제Ⅲ장에서 근로자의 기업지배구조 참여의 형태로서 먼저 근로자대표 이사제를 검토하고, 제Ⅳ장에서 종업원지주제와 그것을 통한 근로자대표 이사 회 참석의 가능성 및 장단점을 살펴본다. 제Ⅴ장에서 참여적 작업시스템을 살펴보고 제Ⅵ장에서 결론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