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임금교섭 실태와 정책과제

Abstract

지난 1997년 말의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는 많은 변화와 진통을 겪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확산 등 고용유연성의 증가, 연봉제와 성과배분제 등 임금 유연성의 증가, 기업주와 근로자 간의 심리적 계약의 약화 등 다양하고도 새로운 변수들을 둘러싼 노사환경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으며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한 대처방안을 둘러싸고 노사 양 진영 내부에서도 혼란스러움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집단과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려는 집단, 그리고 변화의 방향을 달리하려는 집단들이 서로 얽혀 노사관계의 향후 발전 방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본 연구는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노사관계 안정화 구축을 위한 실마리를 지난 IMF 사태 이후 변화된 노사관계의 현황 파악 및 이에 대한 평가가 노사관계 안정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파악하고 지난 경제위기 이후 노사관계의 실태와 변화 방향을 추적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2000년 임금교섭 실태를 분석하였다. 임금교섭에 대한 분석은 임금교섭 과정과 결과의 동향을 파악하고 이와 관련된 정책 과제를 도출하는 데 유용할 뿐 아니라, 임금교섭이 노사관계의 성격을 집약적으로 표현하는 장이기 때문에 노사관계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분석 대상이다. 특히 2000년은 IMF 사태 이후 3년째로서 노사 양 주체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증요법식 대응을 해오다가 뭔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만한 시기이기 때문에 향후 노사관계의 발전 전망을 도출하는 데 유용한 시기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임금교섭 실태 및 관련자료를 이용하여 임금교섭을 둘러싼 여러 가지 변수들간의 관계를 해명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임금교섭과 관련한 주요 쟁점별로 주제를 여섯 개를 선정하여 분석하였다. 각 장별 주요 분석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Ⅱ장의 ?2000년도 임금교섭의 특징?은 2000년도 임금교섭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특징을 살펴본 것으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2000년의 경우 임금인상률 측면에서 되찾기 교섭의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 1998～99년보다 노사의 최초 임금인상 요구율과 제시율 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으며 이는 노사간 상황 판단의 차이나 불확실성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노동조합의 산별화 추세를 반영하여 공동교섭이나 대각선교섭 형태가 증가하고 있다. 넷째, 경제위기 이후 증대하고 있던 임금체계의 유연성이 2000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연봉제의 경우 도입 비율이 경제위기 이후 급증하고 있지만, 주로 사무관리직 중심인 반면에 이익배분제나 성과배분제는 생산직에도 도입되고 있으며, 경제위기 이후 도입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끝으로 정보공유가 활성화되고 있다. 노동조합은 정보공유의 양과 공유된 정보의 신뢰성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으로 답변하고 있다. 공유 방법으로 노사협의회나 근로자대표의 이사회 참관, 경영설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활용되고 있다. 제Ⅲ장의 ?기업경영성과와 협약임금인상률?에서는 유노조기업의 협약임금인상률이 기업의 경영성과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를 동태적 시각에서 살펴보았다. 이 연구는 당해 연도 기업경영성과가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지는 임금교섭은 임금인상률을 당해 연도 경영성과 전망치뿐 아니라 전년도 임금인상률 대비 전년도 경영성과를 감안하면서 결정하는 동태적 방식으로 임금인상률을 결정한다는 가설에서 출발하고 있다. 분석 결과, 기업경영성과와 임금교섭 결과 간의 관계가 동태적 과정을 가지고 있다는 가설이 대체로 지지되고 있다. 1998～2000년 시기의 협약임금인상률은 당해 연도의 기업경영실적 지표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을 맺고 있지 않지만, 전년도의 수익성 지표 및 당해 연도의 경영실적 전망치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 당해 연도의 경영 전망에 근거해서 임금수준을 결정하고, 경영실적 전망치와 실제로 실현된 경영실적 간의 차이를 다음 해에 반영하는 동태적 임금교섭 과정을 그려 볼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동시에 동태적 임금교섭 과정이 노사관계의 성격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노조의 상대적 교섭력이 크거나 노사협력의 수준이 낮을수록, 전년도의 수익성이 더 많이 반영되고 당해 연도의 경영실적 전망치가 더 적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동태적 임금교섭 과정은 사용자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유노조기업의 임금교섭에서 전년도의 경영실적 전망치와 실현된 수치 간의 오차를 반영하려는 과정으로 보인다. 이상의 결과에 근거하여 미래의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노사관계의 안정책으로서 동태적 임금교섭 과정을 촉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Ⅳ장의 ?임금교섭 방식과 노사분규 및 협약임금인상률?에서는 노사협력의 수준이나 노사간의 상대적 교섭력 등의 노사관계 성격과 임금교섭 방식이 임금교섭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임금교섭 과정에 대한 미시적 분석을 가하고 있다. 분석 결과는 대체로 노사관계의 성격이 임금교섭 방식에 따라 임금인상률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로, 노동조합의 교섭력이 임금인상률에 대체로 정의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노사협력의 수준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 이런 점에서 노사관계에서 여전히 힘의 논리가 작동하며 노사관계의 안정화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 둘째로, 노조의 최초 임금인상 요구율과 사측의 최초 제시율 격차가 클수록 임금인상이 높고, 교섭횟수가 늘고 노사분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상의 분석 결과는 노사의 임금인상 요구율과 제시율이 전술적 의미만을 갖는 것이 아니고 최종 타결 임금인상률의 예측치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노측과 사측의 임금인상 요구율 및 제시율의 평균이 경총 및 노총의 적정 임금인상률과 상당히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총과 경총의 적정임금인상률 산정이 산하 노조 또는 기업들에 대한 설문조사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 한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노총과 경총의 임금인상지침서가 계도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로, 노사관계가 대립적일수록, 노조조직률이 높을수록, 노조의 의사결정에서 집행부의 영향력이 낮을수록, 위원장의 임기가 짧을수록 최초 임금인상 요구율과 제시율 간의 격차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요구율과 제시율 간의 격차는 노사관계가 대립적이거나 노동조합의 힘이 강한 곳에서 커지는 경향이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노조 집행부의 영향력이 적은 경우 요구율과 제시율 간의 격차 증가는 주로 노조의 최초 요구율이 높은 데 기인하고, 위원장의 임기가 짧은 경우 요구율과 제시율 간의 격차 증가는 사측의 제시율이 낮은 데 기인하고 있다. 반면에 노사간 정보공유가 요구율과 제시율 간의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하고 있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임금교섭 과정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구율과 제시율 간의 격차는 단지 정보 공유만의 문제는 아니고 노사간의 지속적 관계를 통한 상호 신뢰가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볼 때,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가장 큰 불안정 요소는 노동조합의 리더십이 쉽게 바뀌고 안정적이지 못한 점에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넷째로, 교섭구조로는 대각선교섭의 경우에 최초 임금인상 요구율/제시율 격차가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요구율 및 제시율의 결정요인에 관한 회귀분석 결과는 대각선교섭의 경우 최초 임금인상 요구율/제시율 격차가 확대되는 원인이 사측의 제시율이 낮고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지만 노측의 요구율도 높은 데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종 임금인상률은 대각선교섭에서 낮은 경향이 있다. 반면에 업종별 공동교섭의 경우 노측의 요구율도 높지만 사측의 제시율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지만 높아서 업종별 공동교섭은 요구율과 제시율의 격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업종별 공동교섭은 최종 임금인상률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正)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상의 결과를 보면, 최근 산별 노조로의 전환과 함께 확대되는 경향이 있는 대각선교섭이 임금교섭의 불안요소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다섯째, 노조의 성취율은 기업경영성과가 높을수록, 노조 의사결정에서 집행부의 영향력이 클수록, 노조위원장의 연령이 높을수록, 위원장이 총회에서 선출되는 경우에 높고 대각선교섭에서 낮은 경향이 있다. 제Ⅴ장의 ?정보공유와 임금교섭 및 노사관계?에서는 노사간 정보공유의 현황 및 선행요인을 탐색하고, 노사간 정보공유가 임금교섭 및 노사관계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를 보면, 경영정보 공유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협력이나 노사간의 상대적 힘, 그리고 임금교섭 결과 변수인 임금인상률과 임금교섭 과정 변수인 노사분규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보공유가 노사관계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은 앞의 제Ⅲ장에서 정보공유가 임금인상의 최초 요구율과 최초 제시율 간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 결과와 일관된 것이다. 이와 같이 노사간 정보공유가 노사관계의 성격이나 임금교섭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가 공유된 정보에 대한 신뢰성 결여에 있는지, 아니면 노동조합의 정보 해독능력이 낙후된 데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보공유를 노조 상층 간부에 대해서만 실시함으로써 노사간의 신뢰가 조합원들 내에서 대중화되지 못한 데 있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정보공유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원래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등은 추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제Ⅵ장의 ?노사관계와 임금체계?에서는 노사관계의 성격이 연봉제, 성과배분제 등 임금체계의 유연성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는 대체로 유노조기업의 임금체계가 무노조기업보다 연공급적 요소가 강하고 개인별 성과급제의 요소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특성은 관리직, 연구개발 및 기술직, 사무직, 서비스 및 영업직, 생산노무직 등 모든 직종에서 공히 나타나고 있다. 개인별 성과급제로서 연봉제 도입 기업의 비율도 무노조기업보다 유노조기업에서 훨씬 더 낮은 경향을 보여주고 있고, 미실시 기업 중 향후 도입 예정 기업의 비율도 유노조기업에서 더 낮아서 향후에도 이러한 격차는 계속되리라 전망된다. 동시에 노조의 존재가 연봉제의 도입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부(-)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유노조기업 표본에서 노동조합의 힘이 연봉제의 도입 비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부(-)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사고과에서 평가 요소의 상대적 비중은 유노조기업과 무 노조기업 간에 큰 차이가 없지만, 인사고과의 보상수준 결정에 활용을 우선시하는가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평가 방법으로서 다면평가의 활용은 무노조기업과 유노조기업 사이에 큰 차이가 없음에 반해, MBO(Management by Objacti- ves)의 활용은 유노조기업에서 무조기업보다 낮은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이익배분제의 도입 비율이 무노조기업보다 유노조기업에서 매우 낮지만 성과배분제는 유노조기업과 무노조기업 간에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이 점은 노동조합이 자신들이 통제하기 쉬운 성과배분제를 이익분배제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제Ⅶ장의 ?노사관계, 임금 유연성과 고용조정 비율?에서는 경제위기를 거쳐 회복기에 접어든 1999년을 전후로 한 기간 동안 기업에서 진행된 정리해고?명예퇴직과 같은 인위적 감량경영을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임금 유연성 및 노동조합의 존재와 관련하여 규명하여 보았다. 분석 결과 노동조합의 존재는 고용조정 비율을 낮추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고용조정에 당면한 기업이 고용조정을 계획하더라도 노동조합의 협의 과정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인위적 감축이 제약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노동조합의 고용안정 효과가 존재하고 있는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성과?이익배분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고용조정 유인이 낮았다. 고용조정이 기본적으로 인력감원을 통해 인건비를 낮추는 방향에서 비롯된 것임을 감안하면 보다 탄력적인 임금체계를 실시하는 경우 기업의 인력감축 요인은 줄어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고용안정 문제와 관련하여 임금 유연성 제고가 중요한 기제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