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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노사관계 모델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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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s)
임상훈최영기임혁백김삼수박준식이병훈이상민
Issued Date
2005
Publisher
한국노동연구원
ISBN
8973565265
Keyword
노사관계노동운동경영참가정책집행노동조합 조직
Abstract
이 연구의 목적은 우리나라의 노사관계가 어떤 하나의 특정한 모델로 규정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만약 노사관계의 틀이 격심한 변화를 겪고 있다면 대체적으로 그 변화의 경향성이 무엇인지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노사관계 모델을 규명하는 작업은 필수적으로 비교노사관계학적인 접근방식과 공동연구 작업을 필요로 한다. 비교노사관계학적 접근방식은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영 · 미식, 유럽식, 혹은 일본식 노사관계와 비교하여 어떤 유사성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노사관계 역사 속에서 어떠한 점이 변화하고 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 속에서 우리나라의 독특한 노사관계 모델이 탐색될 수 있다. 한편 공동연구 작업은 개별 연구자에게 고유한 세계관이나 해석방식에서 비롯된 협소한 편향성을 감소시켜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모델화하는 연구에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노사관계 모델화 연구는 우리나라 노사관계 주체로 하여금 환경변화에 대해 보다 안정적이며 생산적인 모습으로 대응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중요한 정책적인 시사점을 제시한다. 국제비교 노사관계에서 대비되는 영 · 미 모델, 유럽(강대국 혹은 중소국) 모델, 그리고 일본 모델 등은 각각의 정치경제체제나 문화에 부합하는 나름대로의 노사관계시스템이 개발?정착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노사관계 모델화 작업은 노사관계 주체가 새로운 타협질서를 만들어 가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게 된다.
현재 한국의 노사관계는 아직 한국형 노사관계 모델이라고 할 수있을 만한 안정적인 타협질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무원과 실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의 단결권이 현실적으로 제약되고 있으며, 산별노조로의 단결형태 변화 등이 아직 진행 중이고 노사간의 불신과 갈등이 타협질서 형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더해 1980년대 이후의 세계화?지식정보화와 신자유주의적 정책개혁은 노사관계시스템의 형성과 변화의 진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형 노사관계 모델화 작업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 있다.
본 연구는 1987년 이후의 우리나라 노사관계시스템(Industrial Relation System) 변화를 추적한 종단면적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두 측면을 중심으로 1987년 이후의 노사관계시스템을 보는 대신 시스템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인 환경, 주체, 제도로 나누어 역사적인 흐름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방식이, 종단면적 분석이 그 자체로 하나의 연구주제로 끝나는 대신 전체 노사관계시스템을 기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노동문제와 관련한 경제학, 사회학, 그리고 노사관계학 연구자는 토론을 통해 모델화를 시도함으로써 공동 작업의 장점을 극대화하고자 하였다. 연구자들은 시스템론에 입각하여 여러 주제로 나누어 종합적인 분석을 시도하였다. 각 주제를 담당한 연구자는 국제비교와 이론적인 검증을 포함하여 모델화에 필수적인 내용들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공동 연구작업 과정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한 한국형 노사관계 모델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1987년 이전의 한국형 노사관계는 기업별노동조합주의에 기초하여 극단적 분권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수준의 노사관계는 사용자의 노동조합 지배와 노사협조주의로 나타났고, 국가수준의 경우 정부의 공공정책결정권 독점하에서 노사 모두 로비의 형태로 정부 정책에 자신의 이해를 반영하고자 하였고, 정부 일방의 노사정간 힘의 불균형 속에 노사협조가 강제되었다.
1987년 이후 독립노조의 폭발적 등장을 계기로 이전의 노사관계 모델은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기업수준의 노사관계는 대립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국가수준에서 정부의 공공정책을 둘러싸고 노사정간 협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1997년 경제위기와 국민의 정부 등장 이후 보다 두드러져 기존의 극단적인 분권화를 특징으로 한 노사관계는 조정된 분권화를 내용으로 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기업수준의 노사관계는 대립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산업(업종)과 지역 수준에서 교섭과 사회적 협의가 시도되면서 기업의 틀을 넘은 기제를 통해 노사의 이해가 조정되기 시작하였다. 국가수준에서는 사회적 협의가 제도화되면서 정부의 공공정책결정권한이 노사에게 공유되었고, 노사단체는 로비의 방식이 아니라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면서 노사관계제도 개선을 뛰어넘는 현안에 대해 노동자계층과 사용자계층 전체의 이해를 본격적으로 대변하게 되었다.
연구자들 중에 처음으로 임혁백은 노사관계 주체와 제도를 둘러싼 거시적 환경을 분석하였다. 정치경제적 환경은 노사관계 주체들의 조직과 전략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 제도의 변화를 촉진하는 동시에 변화의 한계를 노정하게 된다. 그는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노사관계가 어떻게 변모해 왔는가를 추적하는 역사분석 접근방식에서 자본주의 성격과 노동지배(labor governance)간 변화를 서술하였다.
임혁백은 1987년을 계기로 이미 1980년대 균열되기 시작한 한국 자본주의의 박정희식 발전독재 모델은 해체되었다고 주장한다. 박정희 모델은 국가주도형, 수출주도형 경제발전 속에서 재벌체제의 형성과 권위주의 국가, 억압적 노사관계를 가져왔다. 사회적 통합은 권위주의적 국가에 의해 달성되고 성장과 효율성이 분배와 정의에 우선하였다. 그러나 1987년 이후 한국의 자본주의는 순탄한 길을 걷지 않았다.
1990년대에 불어 닥친 세계화의 충격에 대해 한국의 자본주의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마침내 1997년에 소위 ‘IMF 위기’로 불리는 외환, 금융위기를 맞게 되었다. IMF 위기 이후 사실상 한국의 경제는 IMF 관리체제하에 들어갔고 ‘워싱턴 컨센서스’의 논리에 따른 IMF구제금융 지원조건(IMF conditionalities)을 충족시키기 위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노사관계의 구조조정은 유연적 노동시장의 도입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김대중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협의기구를 창설하고 노사정간의 3자 사회협약을 시도하였으며 2?6사회협약을 이루어 내었다. 2·6사회협약 이후 한국의 노사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그 변화는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
임혁백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걸쳐 변화하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응한 바람직한 노사관계체제를 제안하고 있다. 그는 향후 구축될 노사관계체제는 공급 중심, 책임 있는, 그리고 중층적이고 분권적인 조합주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형성과 변화를 주도하는 가장 강력한 주체는 노동조합으로 평가된다. 박준식은 ‘노동운동:정체성의 정치’에서 변화를 추진하는 노동조합의 전략과 성과, 그리고 한계를 국가수준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박준식에 따르면, 1987년 이후 한국의 노동자들은 작업장의 조직화된 세력으로 그들의 작업현장에서 조직 노동의 지위와 권한을 확보하는 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러한 성공은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사회적 파트너십의 파트너로 성장하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조직부문 노동자들은 그들의 회사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노동조합적 정체성’을 확보하고, 고용을 지키며,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더 많은 발언권을 획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박준식은 노동조합의 정체성이 소수의 대기업 작업장에 국한되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였고, 그러한 권리마저 구조조정 기간을 거치면서 상당부분 훼손되었음을 지적한다. 특히 노동운동이 민주화의 기간 동안 그들의 정체성을 작업장의 시민권 수준을 넘어선 사회적, 정치적 시민권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이를 제도적으로 안정화 시키는 것까지 나아갈 수 없었던 것은 노동의 문제의식이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데 한계에 직면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조직노동이 안고 있는 사회적 딜레마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직노동이 현실적으로 이미 상당한 기득권을 누리는 노동자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조직된 상황에서 전체 노동운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운동의 논리는 현실적 조직력의 뒷받침을 받기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정부 사이에는 어색한 긴장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노동운동의 리더십은 그들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집중하여 노동자 대중들을 위한 국가적 의제와 정책을 형성하지 못하고, 회사나 조직 중심의 통제되지 않은 분산적 투쟁에 끌려 다니는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던 것이다. 즉 민주주의 이후에도 조직노동은 사회와 정치 영역에서 그들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전환시키지 못한 채 여전히 분산적 투쟁과 취약한 리더십 딜레마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박준식은 민주화 이후 노동운동이 처한 딜레마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노동 진영이 여러 가지 진전된 변화를 만들고 있음을 주지한다. 첫 번째 뚜렷한 지표는 노동 대중의 이익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노동자 정당의 의회 진출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두 번째 주목할 만한 변화는 기업 단위를 넘어서는 초기업적 조직과 단체교섭 관행이 두드러지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흐름은 전통적으로 노조에 대해 가장 보수적이었던 공공기관의 공무원 조직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변화와 관련하여 박준식은 초기업적 조직체와 단체교섭 관행의 정착, 노동운동의 분열될 리더십의 통합, 정치 과정에 대한 참여, 마지막으로 민주화된 사회의 책임있는 당사자로 국민 대중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을 구비할 때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박준식이 국가수준에서의 노동조합 전략을 검토하였다면, 이상민은 ‘노동자대표조직의 경영참가’에서 개별기업수준에서의 노동조합의 전략과 노사간 상호작용을 서술하였다. 이상민은 1990년대 초반까지 노동계에서는 노동자대표조직의 경영참가 문제와 관련하여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음을 지적한다. 노동조합이 경영에 참가하면 경영 성과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는 문제점도 지적되었지만, 무엇보다 계급투쟁적인 관점이 지배적이었던 상황에서 ‘자본가’와 협력을 통하여 근로생활의 질을 개선하고 기업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경영참가의 기본 목적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에 노동계가 이러한 회의적 시각에서 점차 탈피하면서 ‘산업민주주의를 통한 실질적 민주주의 완성’, ‘노동의 인간화와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 ‘신경영전략으로 인한 노조 무력화지’ 등과 같은 적극적인 관점과 새로운 명분을 정립하게 되었음을 주목한다. 그는 이와 같은 노동계의 입장 전환이, 한편으로는 실질적 민주주의 심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의 증대와 조합원들의 노동 인간화 관심 고조를 반영한 결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용자들의 경영합리화 및 고용관계의 개별성 강화를 통한 노조 약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상민은 이처럼 노동자대표조직 경영참가와 관련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오히려 노사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그에 따르면, 노동자대표조직 경영참가와 관련한 논의가 보다 생산적이고 노사 공동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으려면, 노사관계 당사자들이 기존의 논의 방식을 지양하고 새로운 논의 구도를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그의 실증분석에서 기업 성과에 미치는 노동조합의 영향이 부정적인 것으로 측정되었지만, 이상민은 이 결과를 근거로 단순히 노동조합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도리어 노동조합이 긍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요한 환경변화로 사용자의 경영능력, 특히 노동자들의 현장지식을 경영에 반영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든다. 이에 덧붙여 고부가가치 생산전략과 교육훈련, 그리고 전략적 수준, 관리적 수준, 업무적(작업장) 수준별로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유한 정보와 지식의 기여도의 명확한 배분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으로 노사가 사회적으로 최적인 경영참가 수준을 밝혀내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러한 실증분석과 지적은 극단적인 분권화에서 조정된 분권화로 이전하는 우리나라 노사관계 변화가 노사 모두에게 유리한 변화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가 가진 대사용자 및 노동조합 전략과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병훈은 ‘정책집행에의 노사단체 참가’에서 다루고 있다. 그는 1990년대 초 정부의 문민화 이래 정부 부처의 행정기능 수행에 대해 심의?자문?감독 등과 같이 노사단체들의 다양한 정책참여가 점차 확대되어 왔음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사회조합주의 전통이 튼실하게 견지되고 있는 여러 서구국가(예: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에서 정치적 교환?타협을 모색하는 노사정 3자간의 사회적 정책협의와 더불어, 노동시장과 사회보장부문 등의 정책기능 수행에 있어 이들 3자의 공동 운영?관리?감독이 오랫동안 발달되어 왔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처의 정책집행에 대한 노사단체 참여는 별로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병훈의 분석에 따르면, 노사단체의 정부 부처 산하 정책참가는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이같이 정부 부처 및 공기관의 정책집행에 대한 노사단체의 참여가 부쩍 늘어난 배경에는 민주화에 부응하여 정부가 정책 추진에 있어 주요 경제 주체이자 이해당사자집단인 노사단체로부터의 의견수렴과 절차적 동의를 구하려는 노력을 확대해 오고 있다는 점이 주요한 요인이었다고 한다. 그는 특히 사회복지와 노동부문의 정책집행에 대한 노사단체 참여가 합의되어 왔다는 점에 주요한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병훈은 정부의 노사단체 포괄전략이 여러 가지 점에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선, 노사단체들이 참여하는 정부 부처 산하 위원회들이 일부 행정위원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문기구의 위상이 부여됨으로써 정부가 제안하는 정책방안을 단순히 심의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둘째로, 정부 부처의 자문?심의위원회 및 공법인 기관 이사회에서 대부분 노사단체 대표가 그 구성상 소수를 차지함으로써 이들의 이해대변이나 입장반영이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더구나 이러한 정책집행기구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병훈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노사단체의 정책참여를 보다 내실화하기 위한 개선과제를 제안하고 있는데, 그의 분석과 제안은 정부의 대노사 포괄전략이 하나의 경향성으로 명백히 나타남과 동시에 제도화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즉 조정된 분권화가 노사뿐만 아니라 정부에 의해서도 선택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준식, 이상민, 이병훈이 노사관계 주체들의 국가수준과 기업수준에서의 전략을 주요한 분석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김삼수와 임상훈은 제도적인 차원에서 한국형 노사관계시스템을 분석하고 있다. 즉 김삼수는 단체교섭을 다루고 있으며, 임상훈은 사회적 협의를 서술한다.
먼저, 김삼수는 한국 노사관계제도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로 기업별조합과 교섭체제를 들고 있는데, 1987년 민주화 이행 이후에 결성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형성된 노동운동 세력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기업별조합과 교섭체제가 변화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에 따르면, 산별노조의 조직화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1989년 결성),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과기노조:1994년 결성) 등 소수의 선구적 사례가 있었지만, 1996~97년 노동관계법 개정 파동과 1997년 외환위기의 발생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급속하게 추진되고 있다. 산업별노조의 조직화는 주로 조직변경 결의를 통해 기존의 기업별조합을 산별노조의 기업 또는 사업장 단위의 지부조직으로 재편하는 방식에 의거해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미조직 노동자의 새로운 조직화에는 그다지 성과가 없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조합원수는 1989년 193만여 명으로 정점을 이룬 후 그 후 계속 감소 또는 답보 상태로 2002년 말 현재 160만여 명에 머물러 있으며, 임금노동자 대비 조직률 또한 1989년 18.6%의 정점에서하하여 2002년 말 현재 11.3%에 머무르고 있다.
김삼수는 한국의 기업별 조합체제가 일본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형 모델의 고유성을 드러낸다. 그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별조합은 조합원의 조직범위가 특정 기업의 정규종업원에만 한정되는 점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특징이 있으며, 임시 일용직이나 사내하청노동자는 같은 직장에서 일하더라도 배제된다. 또한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혼합조합으로서의 성격이 일본에 비해 약하다. 제조업체의 경우 생산직과 함께 ‘사무직’(고졸)이나 ‘일반(관리)직’(대졸)을 가입시키는 노동조합의 비율이 결코 적지 않지만 과반수의 노조는 생산직만으로 조직되고 있다. 한편 제조업 노동조합의 경우 현장감독자가 평노동자와 함께 동일한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는 것은 한일간에 중요한 공통점이지만 조합 리더십의 성격은 매우 대조적이다. 연구자는 이러한 차이가 양국간에 서로 다른 노동운동의 역사적 전개과정, 현장관리조직, 기업조직의 편성원리, 그리고 기업의 소유 및 지배구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김삼수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업별조합체제는 중소영세기업의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 실업자를 조직하기 어려워 조직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기업별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교섭력 또한 취약하다. 전문 역량이 부족하여 노조의 입법기능이 크게 제한된다. 그리고 기업별교섭으로 인해 직종별?숙련도별 표준임금률 내지 최저임금률을 사회에 제시할 수 없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한국은 춘투라는 임금조정메커니즘을 정비해 높은 수준의 조정력으로 보완되고 있는 일본에 비해 임금교섭이 훨씬 파편화되어 있다.
OECD(2004) 보고서에서 본 대로 한국은 교섭이 기업수준에서만 이뤄져 완전히 분권화되어 있는데다 교섭단위간의 수평적?수직적 조정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교섭구조를 갖고 있다.
김삼수의 연구는 최근의 산별동향에 주목하면서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체계 및 교섭구조의 현황과 특징을 구명한다. 특히 최근의 산별노조=산별교섭화가 노사관계제도의 변화에 어떠한 의의를 갖는 것인지, 또 어떠한 과제를 안고 있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산별조합체제를 옹호하는 입장의 논거에 대해 대체로 그 타당성을 인정하지만 그 근거가 기업별조합체제에 고유한 문제인지에 대해 좀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기업별조합체제를 유지하자는 주장과 관련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노사관계의 분권화 경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산업별조합체계는 혁신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이러한 체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업별조합을 탈피하기 위한 노동운동의 질적인 전환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정부의 입장에서도 노동시장의 유동화가 급진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중화된 교섭체계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제어하는 데 훨씬 유리한 기능을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산업별노조의 존립 근거와 기능을 규정하는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임상훈은 우리나라 노사관계변화의 주요한 내용으로 사회적 협의를 들고 있으며, 그러한 협의가 어떻게 발전하고 그러한 발전이 노사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서술한다. 그는 한국의 사회적 협의가 1998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돌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는 점과, 사회적 협의가 온전히 노사정의 상호전략의 결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한국의 노사는 1987년 이후 사회적 협의를 지탱할 조직적 자원과 제도적 자원을 건설하였고, 세계화라는 외부 환경요인에 대응하여 사회적 협의를 위한 제도적 자원을 건설하였다. 1998년의 사회협약도 한국의 노사정 세사회행위자가 경제위기와 IMF 개입에 대응하여 그동안 축적해 온 조직적, 제도적 자원을 활용하면서 삼자교섭 전략을 선택한 결과 나타난 것이다.
1980년대 말 이래 우리나라의 사회적 협의는 큰 성장을 이루어 1990년 초반 임금억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협의의 사회적 협의에서 1998년대 후반기의 거시경제, 조세정책, 기업지배구조정책, 노동시장정책, 사회보험정책, 노동기본권 정책 등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협의로 발전하였다. 한편 사회적 협의의 공식성 혹은 상설성 등 제도화와 관련하여 보면 초반기의 비공식성?비상설성에서 벗어나 공식적이고 상설적인 사회적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수준별로 볼 때도 이제까지 국가수준의 사회적 협의만 진행되었던 데에서 벗어나 점차 업종과 지역 수준에서의 사회적 협의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협의를 통해 국가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던 노사는 점차 정책결정의 당사자로 등장하면서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참여를 확장하고 있다.
임상훈은 1987년 이후 나타난 사회적 협의의 진전은 그동안 정부가 독점해 온 공공정책결정권이 노사에게 이양되는 과정임을 지적한다. 이러한 과정은 노사가 기존 기업별 노조의 형태나 기업별 단체교섭 틀로서는 노동자와 사용자집단 전체의 과제를 공공정책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특히 노동조합은 사용자집단에 비해 정부의 공공정책과정에 대한 접근이 제약되었기 때문에 사회적 협의의 진전은 노동자 전체의 입장에서 볼 때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 지적된다.
그에 따르면, 사회적 협의의 진전 속에서 강화된 노사의 사회적 영향력은 노사의 사회적 협의 기회의 확대, 사회적 협의 논의 대상의 확장, 노사의 이해 관철정도 강화 등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협의의 진전이 노동조합의 조직화 및 전략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사용자의 조직화뿐만 아니라 사용자와 정부 모두의 대노동조합 전략에 대한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임상훈은 우리나라의 노사관계체제가 갖는 문제점으로 교섭과 사회적 협의의 거리가 매우 넓어 이 두 영역을 조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이러한 점이 우리나라가 개방적 시장경제를 확립하고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극복하는 데 큰 애로를 발생시킨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섭은 기업별 수준에 집중되어 있고 사회적 협의는 국가수준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이 간극을 잇는 노사단체가 취약하다. 사회적 협의의 진전이 비록 기업별 교섭이 해결하지 못한 사회적 이슈를 노사가 제기하고 노사로 하여금 정부의 공공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였지만 여전히 교섭과 사회적 협의가 연계되지 않고 별개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향후 산별교섭의 구축과 공무원노동조합의 형성이 교섭과 사회적 협의의 간극을 좁히게 되겠지만 보다 의식적인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앞에서 보듯이 연구자들은 한국형 노사관계 모델을 탐색하고 향후 발전의 경향성을 예측하고 있다. 최영기는 이들 연구를 종합하여 (가칭)사회적 협의모델을 제시한다.
최영기는 한국 노사정의 경제·정치적 환경조건을 고려하여 볼 때, 그리고 노사정의 주체적 역량을 감안할 때 현안이 되고 있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나 국가경쟁력 제고와 같은 문제를 노사정 개별 주체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업별 노조체계나 기업별 교섭으로는 노동자나 사용자 내부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전체 이익을 증가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노사, 노정, 그리고 사정 사이의 양자간 협력에 의해 앞의 과제를 해결하기도 어렵다. 그는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섭체계는 기업별 교섭에서 보다 상위수준의 교섭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적 협의 역시 국가수준에 집중되어 있는 것에서 하위 수준의 사회적 협의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최영기는 위의 변화를 위해 노사정의 조직, 전략상의 변화가 모색되어야 할 것을 주장한다. 특히, 산업(업종)과 지역수준에서 사용자단체 조직화는 본격적으로 시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노사정 가운데 일방에 의해 급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노사정 대화를 통해 단계적인 변화를 도모할 필요를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급속한 변화에 비해 후자가 속도는 느리다고 할 수 있지만, 전자보다 예측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단계적 발전이 획기적인 발전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경우에나 사용될 수 있기도 하다. 한편, 그는 단계적인 발전이 지속되기 위해 한국적 노사관계 모델 전망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사회적 지지를 높이는 것은 노사정이 개별 집단논리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사회 전체의 이해 속에서 변화를 추진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최영기는 사회적 협의모델의 정착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제안한다. 법 집행의 공정성 제고,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제고, 노동조합 조직체계 정비, 우선순위에 입각한 노동법의 정비, 분쟁조정서비스의 확충, 그리고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혁신을 정책적 과제로 삼아 사회적 협의모델을 구축하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Table Of Contents
제1장 서 론 (임상훈) 1
제2장 한국 자본주의의 성격과 노사관계 (임혁백) 19
제3장 노동운동 (박준식) 71
제4장 노동자대표조직의 경영참가 (이상민) 111
제5장 정책집행에의 노사단체 참여 (이병훈) 151
제6장 노동조합 조직체계와 교섭구조의 변화 (김삼수) 177
제7장 사회적 협의의 제도화와 사회협약 (임상훈) 238
제8장 결 론 (최영기) 290
Series
정책연구 2005-09
Extent
342
Type(local)
Report
Type(other)
정책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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