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정원관리의 한일비교

Abstract

본 연구는 현재 공공부문이거나 과거 공공부문에 속했던 한국과 일본의 철도, 우정, 통신 산업을 사례로 하여 정원관리의 실태를 밝히고, 그 문제점을 드러내어 개선방향을 모색하기 위하여 수행되었다. 정원은 해당 기업 혹은 사업체에서 정해진 필요 인력의 총량이며, 정원관리는 해당 기업에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적정한 인원을 책정하고 운용해나가는 경영의 핵심 영역이다. 정원관리는 단지 인원의 총량만을 다루지 않으며, 조직 내에서 수평적 · 수직적으로 이들을 배분하는 문제와 동태적으로 인원의 증감을 어떻게 조절해나가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정원관리는 조직의 활력과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노동강도, 노동시간, 숙련의 축적과 계승, 임금체계 및 임금수준 등과 연계되면서 근로자 삶의 질도 일정하게 담보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정원관리는 기업의 인사노무관리와 관련하여 그 중요성이 매우 클 뿐 아니라, 노사관계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이다. 특히 공공부문은 한편으로 충분한 인원을 확보하여 차질 없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할 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국민의 세금을 절약해야 한다는 양면적인 요구를 받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중심 이슈가 정원관리였던 데서 알 수 있듯이 적정한 정원과 합리적 정원관리의 문제는 우리 사회경제 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반드시 해명되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공공과 민간을 불문하고 노사관계와 관련한 정원관리 연구는 그다지 활발하게 이루어져오지 않았다. 다만, 공공부문에서는 노사관계의 뜨거운 쟁점이 되면서 노 · 사 · 정이 각각 직무분석을 중심으로 한 컨설팅을 심심치 않게 받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원관리는 직무분석으로 등치될 수 없으며, 정태적이기보다는 동태적이고, 기업내 요인뿐 아니라 보다 큰 틀의 기술과 시장 등의 영향도 받는 고용관계의 중심점이다. 더욱이 공공부문의 경우 정치적 상황구속성 등으로 인하여 공공부문과 관련한 담론과 여론, 그리고 큰 틀의 정부 정책 방향과 세세한 절차의 규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이러한 영향 요인들을 올바로 규명하고 이 요인들 사이의 관계를 밝혀내는 것을 통해서 정원관리의 실태와 개선방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본 연구에서는 정원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거시요인과 미시요인으로 구분하고 개별적인 요인과 더불어 이들 요인 사이의 관련성을 규명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리고 연구전략으로서 한국과 일본의 철도, 우정, 통신 사례를 여러 층위와 각도에서 비교하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한국과 일본의 철도, 우정, 통신 사례를 검토한 결과 정원관리와 관련하여 그 어느 기업도 느슨한 관리방식을 채택하고 있지 않았으며, 정원 증가의 억제, 혹은 기존 정원의 축소 조정이라는 압력이 매우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로써 198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적 공공부문 개혁의 영향이 국가와 산업, 부문을 넘어서 일반적으로 관철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사례 대상 6개 가운데 4개는 이미 민영화가 되었고, 한국 철도는 공기업, 한국 우정은 공무원 현업조직의 유지로 귀결되었는데, 이러한 기업지배구조의 차이는 정원관리와 관련하여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즉 한국의 철도와 우정은 여전히 정원관리와 관련한 경직적 인건비 예산관리와 기획과 집행 사이의 시차가 존재하는 방식이 지속되었으며, 반면 한국통신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라는 새로운 준거틀이 마련되면서 연성예산으로서의 자율성이 제고된 듯 보이면서도 정원에 대한 압박은 오히려 더 심화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일본은 노사관계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민영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통신과는 정원관리의 양태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내 철도, 우정, 통신의 정원관리 방식은 일단 과거 공공부문에 속했을 당시의 관행을 벗어나 역시 인건비 절감 경쟁에 돌입해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기업지배구조와 노사관계 하에서 일본 내 세 부문의 차이를 가져온 것은 기술과 시장의 환경변화인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한국의 경우에도 거의 비슷한 조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기술발달의 속도가 빠르고 시장경쟁의 정도가 강한 산업은 한국과 일본 모두 통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과 시장의 변화는 양국 통신산업에 있어서 기존 숙련을 급속히 진부화시키고, 사업방식과 조직을 급격히 재편하도록 강제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시적 차원의 정원관리나 상향식 정원조정의 중요도는 현저히 약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원관리와 관련한 경쟁력은 오랜 숙련 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퇴출 혹은 재배치하고, 신기술에 적합한 인력을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그러한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이 없이는 이동통신이나 초고속인터넷 사업 등에서 경쟁사업자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도의 경우도 신칸센이나 KTX의 도입, 기타 신기술 적용 차량의 도입 등이 정원 감축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한국과 비교하여 일본은 조직 분할에 따라 조직간 비교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경쟁의 정도가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이나 철도에 비하여 우정의 기술발달 속도는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편물 처리의 전산화나 우편집중국의 건설 등이 정원관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노동집약적인 특성을 보유하며, 따라서 전국망에 걸친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은 역시 적정 인력을 확보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거시적 요인의 강제에 의하여 적정 인력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비정규직이나 외주화 활용 이외에는 다른 돌파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질적인 내용 측면에서 보았을 때 통신이나 철도의 경우 기술과의 관련 속에서 정원 합리화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우정보다 더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한 점에서 일본 우정과 한국의 우체국 일부에서 인력의 효율적 활용에 강조점을 두는 도요타생산방식 기법을 도입하려 시도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한편 이러한 영향 요인들 속에서 실제 정원이 결정되는 것은 경영전략과 노조의 상호작용에 따른다. 정원관리의 요인과 실태를 분석한 결과 공공부문에서도 한 · 일 양국 노사관계의 기본적 차이들이 확인된다. 즉 한국에서는 거시 요인의 영향을 받은 정부와 사용자의 일방적 구조조정 추진, 이에 대한 노조의 반발과 격렬한 노사 갈등을 겪은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반면 일본은 1980년대 초반 일본 철도노조에 대한 나카소네 정부의 공격적 인원 삭감을 예외로 하면 대체로 사전 협의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특히 민영화 이후는 경영참가와 관련한 여러 권한이 부여되면서 일본 민간부문 노사관계의 협력성이 더욱 발달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한?일 실태를 비교해보면 외환위기 직후의 대규모 인위적 고용조정을 포함하여 최근의 공공부문 효율화 논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정원관리 메커니즘과 담론이 일본에 비하여 매우 거칠게 나타나고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한국이 모델로 삼고 있는 민영화와 관련하여 일본의 세 부문이 모두 이미 민영화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공공부문보다 더 소프트하고 유연한 조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정원관리가 거시 요인과 미시 요인의 중층적이고 다각적인 영향을 받는 가운데, 하향식(top-down) 방법과 상향식(bottom- up) 방법이 조화를 이루어야 바람직하다고 가정한다면 한국의 경우 노사관계의 왜곡과 맞물리면서 요인들간, 접근방법간 불균형이 바람직한 정원관리를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조를 배제하거나 회피하려는 경영전략이 지배적이며, 노조 조직률이 높은 공공부문에서도 이러한 특성은 그대로 발현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역학관계로 노사관계를 풀어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경 영전략이 전투적 노조와 맞부딪치거나, 아니면 순화된 노조와의 형식적 협의에 머무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를 통해 볼 때 노동조합의 경우도 기존의 전략을 다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정원관리가 기존의 하던 직무, 기존의 노동강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이루어지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기술과 시장의 변화는 매우 근본적이며, 공공부문과 관련한 담론은 결코 노조에게 유리하지 않다. 정원관리는 정태적 개념이 아니라, 동태적으로 변화해 나간다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으며, 따라서 경험주의적이고 관성적인 접근방법은 사후 약방문에 그칠 우려가 크다. 노동조합의 경우도 작업장 노사관계나 조합원들의 밑으로부터의 요구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본고에서 말하는 거시 요인들에 대한 직시 속에서 미시 요인들과의 접합을 부단히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험은 그러한 점에서 한국의 노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노사 모두 정원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 요인들을 앞에 두고 사전 정보공유와 충분한 협의, 그를 실현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공동으로 탐색하여야 한다. 이 때 기술의 변화를 수동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정원관리의 효율화를 위하여 어떻게 능동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며, 경쟁환경의 변화에 움츠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조직 내에 생산적인 긴장을 불러일으킬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건비의 장기적 추세를 감안하여 어떻게 작업장 혁신을 이루고, 그를 통하여 외부에, 혹은 내부의 취약점에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정원이나 고용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