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제와 노동시간

Abstract

◈ 연구의 목적과 대상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교대근무(shift work)는 노동시간을 조직화하는 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정상적인 근무시간(오전9시～오후6시)과 다른 시간이나 야간에 서로 이어서 일을 함으로써 개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보다 사업체가 더 긴 시간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대제는 교대근무가 상시화되어 체계화, 제도화되어 있어 기업들의 제도화된 작업조직의 근간을 이루고 근로자들의 노동생활이나 가정생활을 규정하고 있는 노동시간제도를 의미한다. 교대근무제라는 노동시간제도는 노동시간의 길이나 임금 이외에도 각 기업들의 작업조직, 야간노동, 휴일근로, 건강과 안전 및 일과 생활의 균형, 노동시간의 유연성, 인력수준, 기업들의 인건비 비중 등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체제는 낡은 교대근무제라는 구조화된 제도에 의해 뒷받침되어 유지되어 왔다. 따라서 장시간 노동의 구조로서 교대근무제라는 노동시간제도를 바꾸려면, 위에서 말한 1일 혹은 주간 노동시간의 길이, 임금수준, 각 기업들의 재화나 서비스 생산과 관련된 작업조직, 야간노동, 휴일근로, 인력수준, 기업들의 인건비를 조정해야 하며, 그에 따라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및 일과 생활의 균형, 노동시간의 유연성 등이 영향을 받게 된다. 교대제와 노동시간 문제는 기업이나 노조에서 실용적인 목적에 여러 가지 관심을 보이고 현장에서 많이 다루어지기는 했으나 학문적인 연구의 대상이 된 것은 주로 야간노동이나 장시간 노동과 관련된 건강과 안전측면에서의 산업의학적 분석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교대제와 연계된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의 교대제 존재형태, 교대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현재의 교대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자 한다. 동시에 교대제가 노동자들의 안전, 건강, 복리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주된 목적은 우리나라 기업들에서 존재하는 교대제의 실태를 밝히고 분석하는 가운데 교대제가 안고 있는 제반 문제점들을 도출해 내고, 교대제 개선방향과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교대제의 배경, 수요의 변동폭과 집중도, 교대제의 형태, 교대제의 운영방식, 가동시간(영업시간)과의 고정적 연계 여부, 야간노동 포함 여부, 휴일근무, 기업의 인력최소화 전략과 인력수준, 장시간 노동 여부, 그리고 교대제의 결과 등의 실태와 연계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 여러 연구자들과 함께 7개 산업에 대한 사례연구를 실시하였다. 산업별로 교대제와 노동시간에 관한 사례연구는 제조업, 서비스업, 공공부문으로 나누어 진행하여 여러 산업을 아우르는 가운데 교대제의 존재형태와 문제점을 전체적으로 파악?분석하고자 했다. 제조업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주야 2교대제의 주간 2교대제로 개편 사례, 자동차부품업체의 교대제와 노동시간 사례, 포스코와 유한킴벌리의 4조2교대 도입 사례에 초점을 맞추어 현재의 교대제 쟁점과 향후 방향으로서 4조2교대제를 다루었다. 서비스업에서는 유통부문의 백화점, 면세점과 할인매장, 호텔산업, 버스운송업의 사례를 포함했다. 공공부문에서는 경찰의 교대제와 노동시간 사례를 살펴보았다.

◈ 교대제와 노동시간 실태와 사례연구 결과 분석

교대제는 업종이나 산업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교대제 근무를 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교대제 근무형태가 2조2교대제, 2조 격일제, 3조2교대제 등 낡은 형태에 머물러 있고 주간 혹은 월간 근무일수가 많은 것은 교대제가 장시간 노동을 관행화, 일상화하는 구조로 이용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교대제 때문에 노동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시간 노동이 교대제의 유형과 교대제의 운영방식, 휴일근무 요구 등으로 구조화되어 유지되고 있는 것이 산업별 및 기업별 사례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또한 교대제 형태와 관계없이 휴일근로가 상시화되어 있어 노동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 장시간 노동을 낳는 2조2교대제, 2조격일제, 3조2교대제 등 낡은 교대제와 상시화된 휴일근무는 상대적인비용으로 생산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장시간 노동시간제도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이 인력사용의 최소화를 통한 인건비의 절약을 위해 인력수준을 낮게 유지하면서 낡은 교대제와 상시화 휴일근무를 이용하여 장시간 노동을 재생산하고 있다. 실제로 소요되는 인력보다 인위적으로 낮은 인력수준을 유지하고 이를 적은 인력이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게 함으로써 상대적인비용 구조 속에 투입 중심의 생산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연장근로수당, 휴일수당 등으로 보상하여비용 생산체제를 유지하고 있었고, 이들 산업이나 직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높은 비중의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받는 임금에 만족하면서 현재의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고 있었다.

한편 1일 24시간 영업, 사업운영 혹은 공장가동을 하는 곳이나 혹은 밤 늦게까지 영업이나 공장을 가동하는 업종에서는 야간노동이 상시화, 관례화되어 있으며, 운수업이나 제조업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꼭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기적 휴일특근도 관행화되어 있다. 이러한 교대제 아래에서 근로자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 혹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필요로 하는 노동시간의 유연성,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좁다. 결국 우리의 교대제는 노동시간의 길이, 휴가, 노동시간대, 주 혹은 월 노동일수 등에서 회사의 결정권이 우선이고 근로자들의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선택권이나 편의는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 교대제와 노동시간 연구결과의 정책적 함의

교대제와 노동시간 연구결과의 정책적 함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대제에 의존하고 있는 제조업과 상당수 서비스업에서 교대제를 바꾸지 않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교대제 특히 낡은 교대제가 장시간 노동의 구조적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노사가 담합하여 현재의 노동시간을 유지하는데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는 회사가 많기 때문에 교대제 개편의 동력은 정부의 장시간 노동에 대한 규제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 규제 강화, 즉 초과근로시간의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기존 낡은 교대제를 지속가능하지 않게 하여 교대제를 개편하되 노동시간도 동시에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둘째, 노동시간을 줄이고, 교대제를 개혁하면서 필요한 인력을 증원하여 인력최소화 정책에 일정한 수정을 가하면서비용생산체제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성 증가를 위해 노력하되 이와 함께 인력증원과 그와 연계된 서비스 비용 인상 등을 일정하게 감당할 준비와 각오가 필요하다. 셋째, 장시간 노동을 구조화하고 있는 낡은 교대제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이제까지보다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즉, 무엇보다 휴일근로시간의 연장근로시간 포함, 기존의 근로시간 규제 적용제외, 근로시간 특례업종,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포괄임금제 등 장시간 노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무역화하는 것을 개선하여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넷째, 각국의 노동시간과 야간노동시간에 대한 규제 여부를 참고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야간노동을 줄이고,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 보호를 위해 야간노동시간과 야간노동을 하는 근로자들의 건강검진 등에 관한 규제를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체공학적 표준에 따른 보다 나은 교대제의 설계를 위한 중요한 방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교대제 개편의 방향과 고려사항

1. 교대제 개편의 방향

우리의 기존 교대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노동시간의 단축, 노동시간의 유연성, 일과 삶의 균형, 건강한 노동생활의 보장, 잦은 산업재해나 사고의 감소 등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대제 개편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줄임으로써 장시간 노동 체제를 개혁하여 기존의 인력투입 위주의 생산시스템 개편을 통해 고용과 노동생활의 질을 높이고, 동시에 생산성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교대제 개편은 특히 제조업에서 한국의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 한국사회가 넘어야 할 첫 번째 큰 고개이다. 이 낡은 교대제의 개혁이라는 고개를 넘지 않고서는 한국에서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는 어렵다. 교대제 개편과 노동시간 단축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업운영시간(가동시간)과 교대제가 고정된 형태로 연계되어 있는 관계(coupling)를 끊고 해체해야 한다. 사업이나 공장운영을 길게(24시간까지) 늘리면서도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형태로 사업운영시간(영업시간, 공장가동시간)과 교대제 간의 고정된 관계를 해체할(decoupling)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도 교대제의 원활한 운영과 시간대별 수요의 변화에 맞춘 각 교대조 인원의 조정 등 세부적인 노동시간의 재설계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도로운송업, 서비스업 등에서는 월 만근일수를 줄여 현재도 남아 있는 주 48시간 시대의 장시간 노동을 주 40시간 시대의 노동시간으로 개선해야 한다. 동시에 교대제 아래 상시화된 휴일근로일수를 없애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휴일근로일수만를 없애거나 줄이더라도 교대제 아래 장시간 노동의 30～40%가량을 줄일 수 있으므로, 휴일노동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여 주 혹은 월 초과근로시간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노동시간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교대제 아래 1일, 특정 주의 장시간 노동, 휴일근무가 불가피한 경우 특정 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현금으로 보상하기보다 일정한 한계를 정하여 휴가로 보상을 하도록 하는 보상휴가제의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교대제 아래 장시간 노동, 연속노동에 대해 보상휴가제를 확대하는 것은 장시간 노동을 줄여 과중고용을 막고 휴식을 취할 충분한 시간을 부여하여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하다. 또한 교대제의 개편이 이루어지고 동시에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정한 인력수준이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인력최소화 정책을 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교대제 개편과 더불어 고용의 증가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버스업, 경찰직종과 같이 공공부문이나 공공성이 높은 산업, 업종, 직종에서는 공공적인 지출이 이루어져야 적정인력 수준을 확보할 수 있으며 교대제를 개편하고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 노동시간의 배치와 길이는 빈곤, 임금, 일상의 불안정성, 가족관계와 공동체,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2. 교대제 개편과 노동시간 단축 시에 고려할 사항

교대제 개편작업은 노동시간 및 그와 연계된 작업조직의 변화에서 매우 큰 질적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교대제 개편과 노동시간 단축에는 기업 측에 적지 않은 추가비용이 들 수 있으며 근로자들도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임금의 조정 등 일정한 부담을 져야 할 수도 있다. 노동시간의 배분이 달라지는 것 이외에도 작업조직과 더 나아가서는 생산시스템의 개편과 더불어 임금체계의 개편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들의 교대제 개편을 뒷받침할 다양한 혁신활동의 체계적인 지원, 서비스 요금 인상, 불공정 경쟁을 없애기 위한 규제 강화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