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직업 프리랜서(Ⅱ) : 소프트웨어 개발자

Abstract

이 연구는 한국 ICT산업 소프트웨어개발 전문직종(이하 SW전문직)의 노동시장 변화와 프리랜스 경제화에 대해 44명의 방대한 개발자와의 인터뷰에 기반한 질적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그간 한국에서 비정규 노동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보고가 제출되었지만, 최근 크게 확대되고 있는 독립 및 종속 도급계약 등 개인도급계약에 대한 연구는 아직 축적되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져온 제조업의 보완 혹은 대체재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지식, 창의, 문화 경제, 즉 신경제산업(new econmoy industries) 부문에 대한 본격적인 노동 연구는 아직 채 시동이 걸리지 않은 상태다.

이 연구는 노동분야 연구의 이러한 틈을 메꾸기 위해 새로운 노동계약형태로 급격히 떠오르고 있는 종속 및 개인 독립 도급에 기반한 비정규노동시장의 전개, 특히 프리랜스 경제화를 신경제산업부문에 초점을 맞추어 기술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보다 정확하게는 신경제산업 부문 중에서 앞으로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중핵에 해당하는 SW 개발 부문 노동시장의 특성 및 변화와 프리랜서화의 전개에 주목하는 연구다. 한편 이 연구는 이전에 크게 주목되지 않았던 다음 세 가지 쟁점을 연구의 핵심 축으로 삼고 기존 연구와의 차별을 꾀한다.

첫째, 프리랜서화 그 자체의 특성이나 확산 정도에 주목하기보다는, 지난 20여 년간 전개되어 온 산업 생태계 및 조직 구조의 고찰을 통해 산업적 특성이 노동시장에 전이되는 지점을 가치사슬의 전개와 부문 간 분화를 통해 포착하고, 프리랜서화를 이러한 노동시장 구조변화의 맥락에서 이해하려 하였다.

둘째, 지식․문화 경제에 있어 노동자들이 내재되어 있는(embedded) 문화적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식․문화경제의 전개가 기존의 시장이나 정책 논리로부터 독립적인 사회적(societal 혹은 community) 논리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고 할 때 이를 추동하는 문화적 논리와 규범의 작동에 대한 이해가 긴요하다. 이 연구는 이런 맥락에서 공급 측 노동자들의 행위 양식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의 특성과 분절의 공고화 경향을 개발자 문화를 통해 포착하려고 시도하였다. 문화의 독립적 작동논리에 대한 섬세한 포착과 함께 문화-경제-제도적 요소를 잇는 통합적 사고가 가능할 때 보다 진전되고 창의적인 정책 함의 도출도 가능하다고 보았다.

셋째, 노동력에 대한 양적, 질적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지식전문분야로서 SW직종 노동시장의 변화를 포착하는 데 숙련기제에 대한 분석은 핵심적이다. 한국의 숙련형성기제에 대한 연구 축적은 국가주도 산업화 이후 전반적으로 지연되고 있지만, 신경제 산업의 새로운 숙련형성기제에 대한 이해는 더더욱 지체된 상태다. 한국적 숙련기제가 과연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떻게 개념화될 수 있는지, 이러한 제도적 특성이 새로운 경제하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새로운 경제가 노동자의 개인적, 집합적 역량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의의가 크다. 이 연구 역시 숙련기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아니지만, 숙련형성기제가 반영하는 산업적, 노동시장적 분절구조를 드러내려 시도했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적 맥락에서 전개되고 있는 신경제산업 내 숙련기제 관련 연구의 디딤돌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세 측면에서의 분석 결과와 연계해 그간의 관련 정부 정책을 이어지는 별도의 장에서 자세하게 살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