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소제조업의 작업장 혁신 사례

Abstract

중소기업(small-and medium-sized enterprises: SMEs)은 오랫동안 기업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져왔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지역클러스터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왔는데, 이는 산업공동체간의 괴리를 파악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협소한 시각을 드러낸다. 그러한 이유로 본 연구는 기업의 규모, 제도적 변화, 기업행위간의 연계를 중소기업을 분석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혁신전략은 단순히 사업장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생산네트워크 관계 속에서 대기업과의 관계, 그리고 지역공동체 및 국가의 제도와 환경과의 밀접한 연관 속에서 파악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전제조건 아래서 본 연구는 세계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독일의 중소기업 사례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혁신전략을 유형화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론적 가설 위에서 특징적인 혁신기업유형을 도출하였다. 우선 중소기업을 크게 보아 고숙련 기술에 기초한 기업(규모의 측면에서 전형적인 독일의 중견기업)과 중저기술(low- and medium-technology: LMT)에 기초한 기업과 같이 두 개의 유형으로 분류한 후, 이를 다시 재정 및 인적자원, 대기업과의 네트워크 수준 등과 같은 기업의 특수한 요인에 기초한 3가지 혁신전략에 비추어 분석하였다. 첫째는 기업의 단계적 생산품 개발(step-by-step product development)전략이다. 이러한 기업은 기술수준의 복잡성이 낮으며, 다소간 완성적이며, 대량생산을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제작공정기술은 장기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으며, 기껏해야 점진적으로 변화된 생산품 요구에 맞춰주면 된다. 둘째, 기업의 매출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춘 혁신수단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주로 유행을 타는 디자인 제품, 생산품의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업그레이드, 변화하는 소비자 요구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니치시장의 장점을 이용하는 제품, 명품브랜드화전략, 생산품관련 서비스를 확대하는 사업 등 에서 적용된다. 셋째, 공정 전문화(process specialization)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부품의 상당부분이 축소되고 광범위한 자동화공정이 도입된 산업이나 높은 수준의 공정과정과 엄밀성이 요구됨에 따라 지속적인 개발이 요구되는 산업에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이론에 기초하여 분석된 4가지 유형의 독일중소기업은 각각의 기술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전략을 개발하고, 작업장 혁신에 성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높은 기술수준과 공정개선을 앞세운 혁신전략유형도 있지만, 비록 낮은 기술수준에도 불구하고 단계적 상품개발이나 지속적인 매출개선전략을 통해, 혹은 네트워크화된 기업협력과 노동자들의 자율성을 적극 활용하여 혁신에 성공하는 등 다양한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가지 성공적인 독일 중소제조기업 유형은 다음과 같은 공통성을 지닌다. 각각의 유형화 사례의 차별성에도 불구하고 독일중소기업은 공통적으로 높은 수준의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초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를 ‘사회통합적 참여’로 규정한다. 노동자들은 공정과정에서 작업의 정교한 기획, 작업시간의 구조화, 노동과정의 최적화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나아가서 이들은 주어진 제도적 공간 안에서 팀, 집단, 혹은 개별적으로 작업 목표를 설정한다. 여기서 개인의 참여는 촘촘한 개인들의 관계망이나 상호인정관계 속에 기초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참여는 작업장 사회통합의 핵심적인 수단이 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들로 구성되어 있다.

- 생산과정과 기획에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참여 - 노사 상호간의 적극적인 협력 - 시장요인에 의한 급속한 구조조정의 제한 - 수평적 위계에 기초한 작업장 통합 - 공동체를 강조하는 경영스타일 - 공동의사결정권의 존중 - 단체협상의 자율성 보장 - 노사간의 신뢰를 유지하는 사회협약 유지

이러한 사례가 국내 중소기업에 던지는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중소기업의 혁신전략의 과제를 지나치게 높은 기술수준에서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둘째, 중소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제도가 정비되어야만 한다. 셋째, 독일 중소기업의 사례를 통해 보았듯 중소기업은 당면한 기술기준, 인적자원의 상황, 재정적 수준, 대기업과의 관계, 지역사회에서 타기업과의 네트워크 형성수준에 따라 상이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